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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윤리·심리·의학… “석학 춘추시대”

기자명 이재형

① 프롤로그

불교가 더 이상 동양의 전유물일 수 없듯 불교학 역시 서양의 흐름을 간과할 수 없다. 오히려 근대불교학의 출발을 1844년 프랑스 문헌학자인 뷔르누프(Burnouf)가 좬인도불교사 입문좭을 펴낸 시기로 보고 있음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세계 불교학계를 이끌어 온 것은 불교가 탄생한 동양이 아니라 서양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러한 학문 방법론으로 불교학에 매진하고 있는 학자(석사학위 취득 이상)가 전 세계적으로 최소한 5000여 명은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일본과 중국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한국불교학이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에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학자들이 한국에서와 동일하게 ‘불교’를 고민하고 있으며, 이에 관련한 놀라운 성과물과 해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기획연재를 통해 오늘날 세계불교학계를 이끌고 있거나, 새롭게 주목받는 학자들을 전문가의 안목으로 조명해 본다. 또 단순히 이들을 소개하는 차원을 떠나 그들과의 깊이 있는 대담을 통해 불교학의 세계적인 흐름과 전망을 알아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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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현재, 세계 불교학계를 이끄는 학자들에는 누가 있을까. 가장 오랜 불교학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서양 쪽부터 살펴보면 먼저 영국 옥스퍼드대의 곰브리치 교수를 꼽을 수 있다. 팔리성전협회 회장이기도 한 곰브리치 교수는 문헌학이 탄탄히 구축된 유럽불교의 학문적 배경과 초기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과거의 불교와 현재의 불교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다. 런던대의 불교윤리학자 다미엔 키온 교수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유능한 학자다. 현재 서구의 불교윤리학은 새롭게 주목받는 학문으로 키온 교수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적 개념, 즉 생태학과 인권, 성윤리, 전쟁과 평화, 인간복제, 의료윤리 등 문제를 불교적인 사상을 기반으로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런런대의 네덜란드 출신 루엑 교수는 티베트불교의 대가로, 로드릭 위트필드는 돈황학의 권위자로 익히 알려져 있다.

프랑스는 소르본드대 라모트 교수가 서거한 후 두드러진 인물이 적은 가운데 그나마 미국 스텐포드대의 베르나르 포르 교수가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으로 선불교 등을 획기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큰 주목을 끌고 있는 학자다.


유럽은 티베트-인도 원전에 강세

독일은 본, 함부르크, 괴팅겐, 튀빙겐 등 26개 인문대학 가운데 17개 대학에서 불교학 및 인도학이 연구되고 있을 정도로 불교학 연구가 대단히 활발하다. 그런만큼 세계적인 학자들이 상당수에 이르며, 그 주된 흐름은 역시 문헌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독일 문헌학풍의 불교를 이끄는 사람으로는 20세기 후반 최고의 불교학 프로젝트로 꼽히는 네팔-독일 필사본 보존계획을 선두 지휘하고 있는 인도학-티베트학연구소의 웨즐러 교수, 자타가 공인하는 유식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 슈미트하우젠 교수, 30대 후반으로 불교논리학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펜실바니아대 이작슨 교수 등이 들 수 있다. 불교학과가 개설돼 있는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슈타인켈러 박사도 불교논리학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석학으로 단연 손꼽히는 인물이다.

오랜 불교학 연구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러시아에도 많은 불교학자들이 포진돼 있다. 특히 피아티고르스키는 현상학과 기호학을 토대로 불교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고 있으며, 이를 계승한 타르투국립대의 렌나르트 먈 교수도 주목받고 있다. 또 모스크바대 이그나토비치, 성폐테르부르그대 토르치노프, 동양학연구소의 소톨야로프 박사 등도 문헌학을 토대로 불교와 현대의 새로운 사상들을 접목시킴으로써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은 명실상부한 현대 세계불교학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또 수많은 학자들이 왕성한 활동하고 펼치고 있기도 하다. 불교사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워싱턴대의 리차드 솔로몬, 영화배우 우마 서먼의 아버지로 티베트 불교학의 대가인 로버트 서먼, 대승불교의 석학 루이 고메즈, 유식학과 현상학을 접목시켜 연구하고 있는 도날드 로페즈, 인도불교미술의 젊은 권위자 수잔 헌팅턴, 불교인류학의 거두 자이니, 초기불교 전공자인 스티브 콜린스, 몇 년전 정년퇴임한 초기불교학자 칼루파하나 교수, 한국불교학의 로버트 버스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특히 연구방법에 있어서도 문헌학적인 흐름은 물론 다양한 인접학문 및 사회현상과 결부시키는 새로운 학풍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동양학계는 일본이 단연히 불교학의 선두주자다. 현재 2500여 명의 불교학자가 활동하고 있는 일본은 그 두터운 학자층 만큼이나 다양한 분야 곳곳에 석학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전 동경대 교수인 아라마키 교수를 비롯해 대승불교기원론의 새로운 해석을 내놓은 시무타 마사히로, 교단사 연구의 사사키 시즈카, 사본연구의 마츠다 카즈노부 교수 등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불교학 중심지는 여전히 미국

중국은 1966년 문화혁명으로 불교학연구의 오랜 공백기를 겪어야 했지만 90년대 이후 불교전공학자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연구결과도 큰 주목을 받는 것들이 많다. 학자의 수와 역량으로 볼 때 몇 십 년 후면 일본이나 한국의 불교학 수준을 능가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경대의 루우열 교수, 중국사회과학원의 황심천, 양증문, 두계문, 남경대의 중국 불성론을 연구가 뢰영해 교수, 특히 인민대학의 방립천 교수는 중국불교학을 이끄는 거두로 손꼽히고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유럽이 불교학을 장악했던 것에서 21세기 불교학은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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