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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런던대 다미엔 키온 교수

기자명 허남결

서양철학에 교리 잣대…불교윤리학 개척

낙태·안락사 등생명 문제 해결 법경전에서 찾아내

“계율만 강조해선 윤리 갈등 해결 못해”불교응용학 시대 열어


오늘날 우리사회는 인공수정과 낙태, 뇌사와 장기이식, 안락사의 허용 여부 등 인간의 생명을 둘러싼 수많은 윤리적 난제들로 난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되고 생명복제가 현실화될 경우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 상황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고, 그 결과 우리의 도덕적 판단은 더욱더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이런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불교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사진설명>런던대 인도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다미엔 키온 교수는 불교가 생명윤리학을 강조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의 불교윤리학자 다미엔 키온은 바로 이와 같은 물음들에 관한 불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동안 불교는 자비롭고 인도주의적인 가치들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폭넓은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지만 근본경전과 그 주석서들은 체계적인 설명방식을 보여주지 못했다. 키온은 이런 지적에 대해 나름대로 독창적인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불교윤리를 이른바 ‘응용규범윤리학(applied normative ethics)’적 차원에서 재정립하는 것이다. 이는 말 그대로 서양의 규범윤리학 원리를 불교적 입장에서 새롭게 구성하고, 나아가 이를 오늘날의 윤리적 갈등상황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키온은 위의 생명윤리학적 쟁점들에 대한 불교적 대응방식을 전통적인 ‘불살생계’에서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경우에 ‘생명(life)’, ‘지식(knowledge)’, ‘우애(friendship)’라는 도덕적 선의 기준에서 평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가령, 뇌사와 장기이식의 도덕적 판단은 그것이 ‘당사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인가, 해치는 것인가’, ‘경전에 관련근거가 있는가? 없는가?’, ‘상대방을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하는 행위인가? 아닌가?’라고 되물어 본 다음에야 비로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된다.

그의 말을 빌리면 뇌사 판정과 장기이식은 위의 세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며, 따라서 그것은 금지되어야 마땅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키온은 불교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처럼 현대과학문명이 야기하고 있는 각종 윤리문제들에 대해 불교특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전통적인 계율의 숙지 및 묵수만으로는 오늘날의 복잡한 윤리적 갈등상황을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다고 인식한다. 그만큼 세상은 복잡해지고 우리 주변의 사회, 경제적 조건도 달라진 것이다. 서양윤리학에서 이른바 응용윤리학이 대두하게 된 것도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적 환경과 일반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본다.

이와 같은 시대적 환경을 바탕으로 계율 중심의 불교윤리를 응용윤리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불교학자가 바로 다미엔 키온이다. 그의 불교윤리학적 입장은 서양윤리학을 불교윤리와 비교분석하고 나아가 실제로 현대의 윤리학적 쟁점들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키온은 윤리학의 접근 방법을 이론적인 학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위한 방법론이어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불교의 계율을 현대의 생명윤리학적 쟁점들에 맞추어 보다 공격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키온의 등장은 일반불자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 불교학계에서도 키온과 같은 응용윤리학적 방법의 도입을 통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불교적인 입장을 당당하게 피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허남결 박사/한국불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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