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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들음의 완성-하

기자명 이제열

독불장군식 들음엔 왜곡 뒤따라

결집 참여자는 아라한 증득에
논리·변제 뛰어난 500명 성자
가섭존자 주도한 결집 방식은
들음·체득·증명의 보강체계

1차 결집은 마하가섭존자의 주재 하에 500명의 대덕 비구들이 추인하고 합송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삼장 가운데에 맨 먼저 정립된 것은 율장이다. 율장은 지계제일의 제자 우팔리존자가 가섭 존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예컨대 이런 방식이다.

가섭존자: “우팔리존자여, 어디에서 첫 번째 빠라지까가 정해졌습니까?”
우팔리존자: “예, 웨살리에서입니다.”
가섭존자: “누구에 대해서 그와 같은 율을 말씀하셨습니까?”
우팔리존자: “수딘나 깔란다뿟따에 대해서입니다.”
가섭존자: “무슨 문제에 관한 것입니까?”
우팔리존자: “성행위에 관한 것입니다.”

율장에 이어 정립된 가르침은 경장이다. 경장은 뒤늦게 수행을 완성하고 참여한 아난존자에 의해서이다. 역시 형식은 율장처럼 가섭존자의 질문에 답하는 것처럼 진행되었다.

가섭존자: “‘브라흐마자라경’은 어느 장소에서 설해졌는가?”
아난존자: “나라나와 라자가하 사이의 암발라띠까 동산의 왕의 소유건물에서입니다.”
가섭존자: “어떤 사람을 원인으로 하여 설해졌는가?”
아난존자: “수삐야라는 외도와 브라흐마닷따라는 젊은이들을 원인으로 설해졌습니다.”
가섭존자: “어떤 행동 때문에 설해졌는가?”
아난존자: “칭찬받을 행동과 경멸받을 행동 때문에 설해졌습니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정립된 가르침은 논장이다. 논장은 아비달마장(阿毘達磨藏)이라고도 하는데, 아비달마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 아비다르마의 음역으로 아비담(阿毘曇) 혹은 줄여서 비담(毘曇)이라고 부르며 대법(對法), 승법(勝去), 논이라고 번역한다. 이 논은 부파불교의 문헌을 가리키는데, 그것은 부처님이 직접 설법하신 말을 담은 경장과는 별도로 불법에 대한 전문적인 철학적 논의를 싣고 있는 책들을 말한다. 삼장 중에서 경장과 율장의 원형은 이미 초기불교 시대부터 있어왔지만 논장이 확정된 것은 분명히 부파불교 시대부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논장의 내용은 각 부파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논장의 성립은 근본분열 이후부터 시작해서 기원 전후 무렵에 완성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가 이번 주제를 ‘들음의 완성’이라고 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여기서 결집을 주도한 가섭존자의 결집 방식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섭존자는 왜 결집에 참여할 자격에 대해 수행을 완성해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논리와 변재가 뛰어난 500명의 성자들을 요건으로 삼았을까? 그것은 송출하는 사람, 즉 우팔리존자나 아난존자의 개인에 의한 들음이나 체득에 결집을 맡길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결집이 틀림없는 부처님 말씀과 일치하는지 아닌지는 수행, 들음, 체득이 하나 된 500명의 성과를 증득한 아라한들에 의해 이의 없이 추인을 받아야 한다. 아난존자가 결집에 중요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가섭존자의 거부로 칠엽굴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들은 기억만 가지고는 그것이 과연 불설인지 아닌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들음은 반드시 수행을 통해 체득으로 전환·완성해야 하고, 그 체득 또한 500명의 장로비구들에 의해 이의 없음이 확인되어야만 한다. 다시 말하자면 가섭존자는 들음, 체득, 500명 성인들의 증명이라는 삼중 보강장치를 통해 오류가 없는 결집의 완성을 꾀하려 했던 것이다.

뇌 과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그리 신뢰할 신체기관이 아니라고 한다. 뇌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든가 듣고 싶은 것만을 들으려는 경향이 있고 생존을 위해 갖가지로 들어오는 정보들을 왜곡시킨다고도 한다. 아무리 선명한 기억도 사실은 잘못된 것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불교의 들음은 반드시 수행을 통한 체득과 일치해야 하고 그 들음과 체득 또한 정통성을 지닌 많은 스승이나 선지식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불장군 식의 들음과 지식은 늘 허점과 왜곡이 있기 마련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81호 / 2021년 4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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