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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찰 토지의 국립공원 편입

기자명 이병두

사찰 땅 강제 편입해놓고 국립공원이라 주장

1967년 공원법 제정…협의 없이 사찰 땅 28만여㎢을 편입
가야산국립공원 중 40% 사찰 땅…사용료 없이 재산권 침해
‘적폐청산’ 외친 문재인 정부도 국립공원 강제편입문제 외면

가야산 국립공원 표지석(1972년, 출처: 국립공원관리공단)
가야산 국립공원 표지석(1972년, 출처: 국립공원관리공단).

며칠 전 친구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다 ‘불교탄압사’ 연재가 화제가 되었다. 한 친구가 “다음 원고는 어떤 내용을 다루게 되느냐?”고 묻기에, “국립공원 지정하면서 사찰 토지를 일방 편입한 문제를 쓰려고 한다”고 했더니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며 “그것이 왜 탄압이냐? …”며 의아해 하였다. 물론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자 고개를 끄덕이긴 하였지만, 그들이 흔쾌히 동의했을 것 같지 않다. 왜? ‘국립공원’에 대해 정부가 만들어 수십 년 동안 퍼뜨려온 왜곡된 정보에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익숙해있기 때문이다. 불자들도 10‧27법난처럼 스님들이 군인과 경찰에 끌려가 몽둥이로 맞고 고문을 받은 일은 당연히 ‘탄압’이라고 여기면서도 정부가 교묘한 정책을 써서 불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일반 국민과 갈등을 유발시켜서 ‘몽둥이로 얻어맞은 일’보다도 훨씬 더 큰 피해를 받은 일들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것이 사실이다.

‘이사(理事)를 겸비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어느 스님이 수십 년 전에 자신의 출가 본사를 떠나 다른 교구 소속의 말사 주지를 하던 때의 일이다. 신도들과 함께 출가 본사로 순례를 갔는데, 절 입구에서 국립공원 직원이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란다. 그 스님이 “내 집에 가는데 무슨 입장료냐? 못 낸다”고 하며 신도들과 밀고 들어갔더니 공원 직원이 “스님 왜 이러십니까?”라며 거세게 저항하였다고 한다. 이에 그 스님이 “내 집에 가는데 가로막고 돈을 내라고 하는 도둑놈들, 고얀 놈들 …”이라며 고함을 쳐서 혼을 낸 뒤에야 스님의 표현대로 하면 ‘내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표지석(사찰 입구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설악산 국립공원 표지석(사찰 입구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사회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사례가 숱하게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신도증 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절에 참배하러 가는데 왜 공원 입장료를 받느냐?”며 입구에서 말다툼을 하는 게 싫어서 절에 가는 발길이 줄어들었던 기분 나쁜 추억을 가진 불자들도 많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21년 3월 말 현재 전국 국립공원의 전체 면적 397만2589㎢의 7.0%인 27만9609㎢가 사찰 소유 토지이다. 이 수치로만 보면 그 비율이 10%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가야산국립공원은 37.5%(7만6256㎢ 중 2만8626㎢), 내장산 26.2%(8만878㎢ 중 2만1148㎢), 오대산 17.8%(32만6348㎢ 중 5만8157㎢) 계룡산 15.4%(6만5335㎢ 중 1만89㎢), 속리산 11.4%(27만4766㎢ 중 3만1244㎢), 설악산 10.2%(39만8237㎢ 중 4만742㎢), 지리산 8.4%(48만3022㎢ 중 4만468㎢), 월출산국립공원이 6.7%(5만6220㎢ 중 3760㎢), 경주국립공원은 6.0%(13만6550㎢ 중 8193㎢) 등, 그 비율이 가장 높은 가야산국립공원은 총 면적의 40%에 가까운 토지가 사찰 소유이다.

문제는 1967년 3월 ‘공원법’을 제정하여 우리나라에 국립공원 제도를 처음 도입하고 그해 12월29일에 ‘지리산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경주와 계룡산(1968), 설악산·한라산·속리산(1970), 내장산·가야산(1971), 덕유산·오대산(1975), 주왕산(1976), 북한산(1983), 치악산·월악산(1984), 월출산(1988), 무등산(2013)과 2016년 태백산 국립공원 지정에 이르기까지 사찰 소유지를 비롯한 사유지에 대하여 사전 협의와 동의 절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원에 편입하여 재산권 행사를 크게 제약하면서도 사용료나 임차료를 지급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찰의 사유지를 일방적으로 편입했음에도 ‘국립(國立)’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상식에 벗어난다. 

그러면서도 공원 입장료 징수 문제로 등산객 등 시민들과 마찰이 생길 경우 그 해결에는 뒷짐을 진 채 갈등의 모든 책임을 사찰에 돌아가게 하여 심지어는 “사찰이 길을 막고 돈을 빼앗는다”는 비난을 받게 한 것이 역대 정권이었다. 이 때문에 발생한 이미지 추락 등으로 불교가 잃은 것은 숫자로 계산할 수조차 없이 크다.
 

화엄사 각황전과 그 앞의 석등(국보)와 석탑(보물).
화엄사 각황전과 그 앞의 석등(국보)와 석탑(보물).

군부 독재정권이 끝나고 스스로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라고 하던 1993년부터 15년 동안에도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찰 소유를 비롯한 사유지에 대해 공원지정을 해제하거나 토지사용료와 임차료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규제를 계속하였다. 국립공원 문제만으로 보면 이 정권들도 과거의 군사정권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손용훈은 ‘한국 국립공원의 특수성과 미래 국립공원 관리 과제’라는 글에서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관리에 있어 가장 어려운 숙제는 국립공원 내 사유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국립공원에 포함되거나 인접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협력적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정도로 원론 수준의 제안을 하는데, 이 ‘협력적 연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정부이다.

이영경의 ‘국립공원 정책과 전통사찰의 가치’에 따르면 전통사찰들은 공원 면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종교·문화·자연을 포함하는 복합유산’으로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하는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여 가야산국립공원은 79.7%, 내장산국립공원은 79.4%, 오대산 국립공원은 73.65%, 설악산국립공원은 49.6%, 해인사 등 사찰이 전체 공원이 가진 가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시대이다. 푸른 숲을 보존하여 국민들에게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고 문화 자원을 보전·관리하여 문화 향수(享受) 기회를 선사해온 사찰에 대하여 정부가 고마워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고 상식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납득할 만한 대책을 제시하거나 편입 토지에 대한 보상도 없이 수십 년 동안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 왔다. 뿐만 아니라 전통사찰보존지가 사유지라는 사실과 과거 천여 년 동안 사찰의 관리 덕분에 우수한 생태환경과 문화자원이 보존되어 왔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전국 국립공원 안내판에 ‘사찰보존지를 이용하게 해준 ○○사에 감사드린다’든가 ‘수행 공간을 존중합시다’는 짧은 글 한 줄 없다. 현실이 이러므로 국립공원 탐방객들은 그곳이 ‘사찰 소유지’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폐청산을 외치는 이번 정권에서는 “정부가 필요하니 그 땅을 내 놓아라. 공원에 편입하겠다”고 하면 불교계가 꼼짝 못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시절의 잘못된 정책인 ‘국립공원 내 사찰소유지 문제’를 바로잡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이번에도 실망으로 끝나게 될 것 같아 답답하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82호 / 2021년 4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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