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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물속에서 청정함을 구하는 바라문을 교화하다

갠지스강에서의 목욕으로 악업 씻지 못해

악업을 물로 없앨 수 있다면
수생생물은 천상에 태어날 것
계행 지키는 것 참 목욕이니
그런 사람이 청정한 바라문

예부터 물은 더러움을 씻어내는 것이나 축복의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노자는 물이 갖는 덕을 높이 평가해서, 물에 대한 비유를 많이 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물은 자신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道)’의 이미지에 가장 적절하기도 하다. 

인도는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하면 악업을 씻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힌두인들은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한다. 이런 풍습은 부처님 당시에도 있었던 것으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불교에서도 물은 좋은 이미지로 사용된다. 대표적 예로 부처님오신날 아기 부처님에게 물을 뿌려주는 것이 있다. 그 외에도 관세음보살님이 들고 있는 물병이 있는데, 정병(淨甁)이라고 부른다. 병을 치유하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물과 관련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경전이 생각보다는 많은데, 그 중의 하나가 ‘상윳따니까야’ 1권에 있는 ‘상가라바의 경(Saṅgārava sutta)’이다. 이 경의 무대는 꼬살라국의 사왓띠(사위성)인데, 상가라바는 그곳에 살고 있던 바라문이었다. 이 바라문은 물속에서 청정함을 보고 물속에서 청정을 구하기 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속에 들어가 규칙적으로 목욕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존자 아난다가 부처님께 아뢰며 그를 위해 가르침을 주시면 좋겠다고 청을 올리게 된다. 이에 부처님이 그를 방문하여 대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붓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물속에서 청정함을 보고 물속에서 청정을 구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물속에 들어가 목욕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상가라바] 그렇습니다. 존자 고따마시여.
[붓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어떠한 유익함을 보고 물속에서 청정함을 보고 물속에서 청정을 구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목욕을 합니까?
[상가라바] 존자 고따마시여, 이 세상에서 제가 낮에 악한 일을 하면 그것을 저녁에 목욕으로 제거합니다. 밤에 악한 일을 하면 그것을 아침에 목욕하여 제거합니다. 고따마시여, 이러한 유익함을 보고 저는 물속에서 청정함을 보고 물속에서 청정을 구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규칙적으로 목욕을 합니다.
[붓다] 바라문이여, 진리는 계행을 나룻터로 하는 호수이니, 오염되지 않아 선한 사람들에 의해서 바르게 칭찬되어지네. 그곳에서 지혜를 성취하고자 목욕하면 몸을 적시지 않고 저 언덕으로 건너가네.

악업이 목욕을 통해 제거된다면, 이 세상에 악업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물속에서 사는 존재는 모두가 선하디 선한 존재이니, 그들이 최상의 존재가 될 것이다. 부처님은 목욕이란 행위를 통해 악한 행위가 제거될 수 있다고 믿는 바라문에게 진정한 목욕, 즉 몸을 적시지 않고 하는 목욕을 가르쳐주신 것이다. 몸을 적시지 않고 목욕해야 진정한 목욕이 아니겠는가. 부처님께서는 계행을 갖춘 행위가 진정한 목욕이며, 그를 통해 청정에 이를 수 있음을 바로 보여주고 계신다. 부처님은 ‘우다나’에서도 “많은 사람이 그 속에서 목욕하는 그 물로 청정해지지 않는다. 진실과 원리가 있다면, 청정해지니, 그가 진정한 바라문이다”라는 가르침을 주신다. 

한편 이와 관련된 것으로 ‘테리가타(Therigāthā)’에 뿐니까 장로니의 게송이 있다. 목욕을 통해 악업을 제거할 수 있다는 말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모든 개구리, 거북이, 그리고 용, 악어, 다른 수생생물들도 또한 천상세계로 가지 않겠습니까. 또한 양 도살자, 돼지 도살자, 어부, 사슴 사냥꾼, 도적, 사형 집행인과 다른 악한 자들조차도 목욕재계만으로도 악한 업에서 벗어나겠군요.”(Thig.241~242)

바른 지혜를 갖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의 말에 속게 된다. 물속에서 청정을 구하는 자들은 그말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매일 의미 없는 목욕을 한다. 상가라바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목욕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고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82호 / 2021년 4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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