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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염불 유튜브와 교리 유튜브

기자명 자현 스님

광고·조회수만 노리다간 미래 없어

몇 시간 재생되는 염불 영상
쉽지만 포교·교육 효과 적어
편집 힘들고 가성비 적어도
교리 영상 제작에 공 들여야

새로 출가한 스님들이 방향을 물어보는 경우가 간혹 있다. 아무래도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 보니 자신의 선택지를 묻고 싶은 것이리라.

언듯 생각하기에 출가하면 참선하고 수행하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이건 삼성에 취직하면 모두 다 반도체 만드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것과 유사하다. 같은 삼성 직원이라도 연구직부터 판매나 건설까지 실로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지 않는가! 이와 마찬가지로 스님들도 기본 생계나 사찰 안에서의 위치와 관련해 적절한 특징을 갖춰야만 한다.

나는 특별하지 않으면 염불을 배우라고 권한다. 염불은 노래랑 비슷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쉽게 배울 수 있고, 평생 써먹는 것이 가능하다. 또 어떤 절에서도 염불 잘하는 스님은 신도나 스님 모두가 좋아한다. 시쳇말로 ‘가성비 짱’이다.

이에 비해 공부나 참선은 첩첩산중이다. 흔히 염불과 법문을 가수와 개그맨에 비유한다. 가수는 노래 한 곡만 뜨면 평생 반복하며 먹고 살지만, 개그맨은 같은 개그를 재탕하기 어렵다. 게다가 염불은 히트곡도 필요 없고 시장수요가 많은 반면, 법문은 매번 분위기 따라 상황이 달라지며 요청도 별반 없다. 즉 ‘가성비 쩌는 염불’과 ‘오지랖만 넓은 법문’의 차이라고나 할까?

어떤 분은 내게 쓸데없는 교리 유튜브 하지 말고 염불 유튜브나 하라고 한다. 이게 노력도 적고 조회 수가 편하게 올라가는 방법이라고. 실제로 불교 유튜브에서 돈푼이나 만지는 분은 죄다 염불하는 분들이다.

염불은 1∼2시간만 녹음하면, 프로그램을 이용해 몇 시간으로 늘려 몇 개라도 만들 수 있다. 또 노래방 영상 정도의 편집만 하면 되니 편집비용도 크지 않다.

그런데 연세 많으신 분들은 라디오처럼 염불을 틀어 놓고 가사 일을 하곤 한다. 5분짜리 편집비용이 많이 드는 영상보다, 2∼3시간짜리 염불이 몇 배나 높은 광고비를 가져오는 상황인 셈이다. 게다가 염불은 노래처럼 얼마든지 반복해서 듣는 것이 가능하다. 즉 현실과 마찬가지로 유튜브에서도 ‘염불이 짱’인 것이다.

교리 유튜브는 준비하는 데 시간이 들고 전달력을 높이려면 편집비가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조회 수는 염불의 몇십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염불 유튜브와 교리 유튜브의 중간쯤에 있는 것이 ‘전설의 고향 유튜브’다. 불교와 관련된 알딸딸한 영험담 등을 풀어놓으면, 영상의 길이도 길고 조회 수도 제법 잘 나온다. 나 역시 대중 법문을 하다 보면 이런 영상이 만들어지는데, 언제나 평균 조회 수를 상회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드는 한 가지 생각! 불교 유튜브를 빨리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염불과 전설의 고향이 필수적이라는 것. 그러나 동시에 이런 유튜브만 양산되면, 불교의 포교와 확대는 물 건너가게 된다. 즉 지금은 맞는데 미래가 없는 것이다.

불교 출판시장에서 에세이나 달달한 위로의 글이 유행하면서 교리 책 시장이 붕괴됐다. 잘 팔리고 돈이 되는 쪽으로 시장이 쏠리면서 꼭 필요한 부분이 몰락한 것이다.

유튜브도 그렇다. 염불과 전설의 고향도 필요하지만 그에 맞춰 교리와 역사 그리고 문화나 현대적인 것 등도 적절한 비율이 유지돼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그저 이상일 뿐이다. 광고 수익과 조회 수 속에 교리나 역사 등은 필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율장을 보면 부처님께서 계율을 정하심에 신도들이 많은 역할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신도들이 자각해서 스님의 잘못을 비판하면 부처님께서 이를 수용하시기 때문이다. 신도들이 밝은 눈으로 각성해 있을 때 스님들은 더욱 올바른 선지식이 될 수 있다. 이는 출판시장도 그렇고 유튜브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논리다.

또 불교 유튜브 속에는 짧고 편집이 많이 들어가는 젊은 분들을 위한 콘텐츠도 반드시 필요하다. 연세 드신 분의 시장이 크다고 해서 그쪽만 맞추다 보면 불교 전체는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와 같은 근성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582호 / 2021년 4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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