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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수행 ②

기자명 박희택

지혜심은 자비심을 통해서 성취

자비심은 상대적 보리심
지혜심은 절대적 보리심
자비수행을 통해서만이
전체 통관하는 지혜 발현

티베트의 로종수행에서는 자비심을 상대적 보리심이라 하고, 지혜심을 절대적 보리심이라 한다. 깨달은 마음의 두 측면에 자비심과 지혜심이 있다는 것은 비단 로종수행만의 관점이 아닌 불교의 보편적 관점이라 하겠는데, 자비심을 상대적이라 하고 지혜심을 절대적이라 명시한 것에 주목하게 된다.

로종(lojong)은 마음(lo) 수련하기(jong)를 뜻한다. 마음은 지성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 두 측면을 동시에 닦는 수행이 로종수행이다. 근본지성으로서의 지혜심이 절대적 보리심이라면, 지말지성으로서의 자비심이 상대적 보리심이 된다. 자비심은 우리 자신의 이기심으로 인한 많은 부정적 감정과 망상적 감정을 넘어서 동체대비를 지향하는 이타심을 일으키는 것이므로 상대적이다.

이에 비하여 지혜심은 산 정상에서 전체를 통관(通觀)해서 보는 마음이므로 절대적이다. 이 절대적 보리심을 얻기 위하여는 상대적 보리심을 경유하여야 한다. 자신의 부정적 감정과 망상적 감정에 휘둘려서는 근본지성을 발휘할 수 없고, 이들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기가 아닌 이타의 자비심을 닦아야 하는 것이다. 따렉 꺕괸은 ‘로종’(2003)에서 이렇게 설파한다.

“자비심을 수행하면 지혜심을 실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상대적 보리심을 수행해서 바로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적 보리심은 무지의 베일을 걷어 올려 항상 존재하는 절대적 보리심을 계속 실현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번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이창엽 역, 61쪽).”

자비를 행할 때 얻게 되는 11가지 이로움을 니까야는 이렇게 설하고 있다. “편안하게 잠에 든다, 편안하게 잠에서 깨어난다, 악몽을 꾸지 않는다,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사람 이외의 것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신들이 보호한다, 불이나 독이나 무기가 해치지 못한다, 쉽게 마음집중을 할 수 있다, 안색이 밝다, 죽을 때 혼미하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죽는다, 아라한이 되지 못하면 범천계에 태어난다(앙굿따라니까야11).”

이들 이로움은 상대적 보리심인 자비심을 닦아서 얻게 되는 것이다. 이기심과 감정적 번뇌를 벗어난 자비수행의 행복이 증지부(增支部) 방식의 법수(法數)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들 11가지는 절대적 보리심인 지혜심, 나아가 깨달음에 이르는 바탕이 된다.

보리심을 계발하는 차제(次第)는 자비수행으로 상대적 보리심 계발하기를 선행하고, 지혜수행으로 절대적 보리심 계발을 후속으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효과적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아난의 언어로 묘사된 보살발심(능엄경6)에 부합되는 것이다. 니까야에서는 이렇게 설해지고 있다.

“타인을 지킴으로써 자신을 지킨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인내, 무해악, 자애, 동정심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타인을 지킴으로써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쌍윳따니까야47).”

자비의 실천수행, 사랑의 실천수행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바울의 언설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고린도전서 13:1-3).”

재능과 능력, 지식과 믿음, 나눔과 용기 등이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랑이 있으면 부분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알게 된다(고린도전서 13:9-13)고 하여 사랑(자비)이 지혜로 연결됨을 역시 보여주고 있다.

로종수행에서 상대적 보리심을 계발하는 자비수행으로는 통렌수행을 들고 있다. 통렌(tonglen)은 주고(tong) 받기(len)를 뜻한다. 통렌수행은 날숨과 함께 자신의 삶에서 좋은 것을 모두 남에게 주고, 들숨과 함께 남의 삶에서 나쁜 것을 모두 받는 자타전환수행이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82호 / 2021년 4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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