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 “이재용 선처를” 탄원

  • 교계
  • 입력 2021.04.21 16:40
  • 수정 2021.04.21 16:57
  • 호수 1583
  • 댓글 3

4월12일, 25개 교구본사주지 명의 청원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회장 경우 스님)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은 4월12일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 헌법재판소장, 법무부장관 등에 탄원서를 보내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길 부탁한다”며 선처를 촉구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의 요구에 응해 뇌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묵시적이나마 그룹의 승계 작업을 위해 청탁을 한 점이 인정되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밝힌 뒤 “정치권력과 재벌의 위법적인 공모를 바라보는 우리 불자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토로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은 먼저 삼성이 권력이 바뀔 때마다 과거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호히 끊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질책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치가 어두운 시절을 지나오며 불가피하게 성장통을 겪어 왔듯이 삼성 또한 이 성장통을 함께 겪을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어려움이 우리 사회에 있어 왔다”며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은 국민 모두의 열정과 헌신으로 이룩된 것인 동시에 삼성의 중추적인 역할에 힘입은 바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은 “이재용 부회장은 참회를 위한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판결 선고가 있기 전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점, 고속 성장의 과정에서 삼성이 법과 윤리를 지키지 못한 점, 그리고 변화된 사회의식과 소통하지 못한 것을 인정한 점 등을 열거한 교구본사주지협은 “(이재용 부회장은 또)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한 삼성의 노사문제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께도 머리를 숙고 더불어 자신의 자녀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회에 공개적으로 한 약속도 되짚었다. “수감 직후,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의 위법 사례와 단절하고 삼성의 기치를 높이는 일에 매진할 것을 맹세했고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적 활동을 약속한 바 있다”며 “사람은 누구나 허물 많은 중생이며 이재용 부회장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가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의 맹세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다짐한 대로 삼성이 권력의 후원자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후원자로서, 법과 사회적 윤리를 지키며 초일류를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청원했다.

한편 교구본사주지협의회의 이같은 탄원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교계 안팎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법적 처벌을 넘어 참회와 용서라는 불교적인 방법을 제시했다는 견해와 재벌의 위법 행위를 옹호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저해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이하 탄원서 전문.

탄 원 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의 요구에 응해 뇌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묵시적이나마 그룹의 승계 작업을 위해 청탁을 한 점이 인정되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정치 권력과 재벌의 위법적인 공모를 바라보는 우리 불자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삼성 역시 권력이 바뀔 때마다 과거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호히 끊어내지 못하였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법질서를 어긴 행위는 차별 없이 단죄를 받아야 합니다. 준법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당연한 의무이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치가 어두운 시절을 지나오며 불가피하게 성장통을 겪어 왔듯이 삼성 또한 이 성장통을 함께 겪을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어려움이 우리 사회에 있어 왔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은 국민 모두의 열정과 헌신으로 이룩된 것인 동시에 삼성의 중추적인 역할에 힘입은 바가 많습니다.

부처님은 제자들이 죄나 허물을 지을 때마다 참회(懺悔)하게 했습니다. 참회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타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입니다. 과거는 물론 현재의 잘못과 허물을 뉘우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그에 따른 실행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참회를 위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판결 선고가 있기 전,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습니다. 고속 성장의 과정에서 삼성이 법과 윤리를 지키지 못한 점, 그리고 변화된 사회의식과 소통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고 반성했습니다.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한 삼성의 노사문제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도 머리를 숙였습니다. 더불어 자신의 자녀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리고 수감 직후,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의 위법 사례와 단절하고 삼성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매진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또한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적 활동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물론, 지난 시간의 잘못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과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로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런 조치들이 법적·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일회성 반성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 감시하고 채찍질하는 일도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을 지켜보는 우리들의 책무일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허물 많은 중생이며, 이재용 부회장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의 맹세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다짐한 대로 삼성이 권력의 후원자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후원자로서, 법과 사회적 윤리를 지키며 초일류를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가르침을 받들어 청원을 올립니다.

불기2565(2021)년 4월 12일

대한불교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협의회

직할교구 조 계 사 주지 지현     제2교구 본사 용주사 주지 성법
제3교구 본사 신흥사 주지 지혜 제4교구 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
제5교구 본사 법주사 주지 정도 제6교구 본사 마곡사 주지 원경
제7교구 본사 수덕사 주지 정묵 제8교구 본사 직지사 주지 법보
제9교구 본사 동화사 주지 능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 주지 덕관
제11교구 본사 불국사 주지 종우 제12교구 본사 해인사 주지 현응
제13교구 본사 쌍계사 주지 영담 제14교구 본사 범어사 주지 경선
제15교구 본사 통도사 주지 현문 제16교구 본사 고운사 주지 등운
제17교구 본사 금산사 주지 일원 제18교구 본사 백양사 주지 무공
제19교구 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 제20교구 본사 선암사 주지 금곡
제21교구 본사 송광사 주지 자공 제22교구 본사 대흥사 주지 법상
제23교구 본사 관음사 주지 허운 제24교구 본사 선운사 주지 경우
제25교구 본사 봉선사 주지 초격 군종교구 본사 원광사 주지 혜자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