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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삼매경 저자는 당서 활동하던 신라승 신방”

  • 교학
  • 입력 2021.04.30 12:11
  • 수정 2021.04.30 13:51
  • 호수 1584
  • 댓글 0

동국대 전 교수 법공 스님 한국불교학회 학술대회 발표 예정
‘십륜경’ 서문과 ‘금강삼매경’ 용어 분석 결과 신방 가능성 커
대안·원효 등 도움으로 신라에 지장·삼계교 전법했을 것 추정

현장의 역경 과정에 참여하고 삼계교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신공은 신라 황룡사 스님으로 기록돼 있다. 사진은 황룡사 추정 복원도. 
전 동국대 교수 법공 스님
전 동국대 교수 법공 스님

불교의 여러 학설과 교리를 엮은 경전으로 원효의 ‘금강삼매경론’ 집필 근간이 됐던 ‘금강삼매경’의 저자가 당 현장법사의 4대 조력자로 꼽혔던 신라승 신방(神昉)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동국대 교수 법공 스님은 한국불교학회가 5월14일 동국대 동국관에서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서 ‘금강삼매경의 저자’ 제하의 논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출삼장기집’ ‘개원석교록’ 등 중국 문헌에 등장하는 ‘금강삼매경’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 경은 현장 번역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경을 누가 썼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신라에 유입될 수 있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1960년대까지도 중국 찬술로 여겨졌으나 1976년 기무라 센쇼 연구 이후 신라의 대안과 원효 주변 인물 설로 굳어졌고 이기영, 김영태, 야나기다 세이잔 등 석학들도 ‘신라 찬술설’ 관점을 견지했다.

이런 가운데 1998년 이시이 코세이 전 고마자와대학 교수는 ‘금강삼매경’ 내용 분석을 통해 저자가 중국 선종이 아닌 삼계교 관련 인물일 것으로 추정해 큰 관심을 모았다. 삼계교는 수나라 신행(信行, 540~594)에 의해 시작된 교단으로 철저한 실천과 평등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민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정권과 기성 교단에게는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실제 삼계교는 훗날 모진 탄압을 받고, 신행의 저술은 불온문서로 내몰렸다. 때문에 동아시아불교사에서 이단아 취급 되던 삼계교 인물이 ‘금강삼매경’ 저자일 수 있다는 주장은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일본 북쿄대학에서 2001년 삼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법공 스님은 ‘금강삼매경’과 삼계교의 연관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방이라는 구체적인 인물을 제시했다. 신방은 현장의 역경 과정에서 필수(筆受)로 참여해 '십륜경' 등 여러 경론을 역출한 고승으로 신라 황룡사 스님으로 기록돼 있다. 유식학에 밝아 ‘현유식론기’ ‘성유식론기’ ‘유식문의기’ 등 유식 문헌과 함께 ‘십륜경초’ ‘십륜경소’ 등 지장사상 계통의 논서를 남기기도 했다. 특히 삼계교 스님들이 그랬듯 부지런히 고행하고 예참하고 걸식 수행도 했다고 전한다.

2008년 불교사회문화연구원과 2010년 일본 인도학불교학회에서 신라 신방을 ‘금강삼매경’ 저자로 제시했던 법공 스님은 이번에 이를 대폭 보완해 한국불교학회에서 보다 진전된 학설을 내놓을 예정이다. 법공 스님은 논문에서 삼계교가 지장교라고 할 정도로 지장신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에 착안해 신방이 번역에 참여한 ‘대승대집지장십륜경(십륜경)’과 신방이 쓴 ‘십륜경’ 서문, 그리고 ‘금강삼매경’과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에 나타나는 용어들을 꼼꼼히 검토했다. 그 결과 4개 이상 공통적으로 나오는 용어는 14개이며, 이 중 무상(無相), 정(定), 일승(一乘), 금강(金剛), 쟁(諍), 공(空), 일미(一味), 지장(地藏), 사종승(四種僧)은 전체 70~80%의 확률을 띨 정도로 유사했다. 특히 원효 사상의 체계를 꿰뚫는 원리인 일미(一味)나 담미(淡味)가 공통적으로 등장하며, 지장이라는 용어도 적게는 16회에서 많게는 86회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저자가 동일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방증하며, ‘십륜경’ 서문과 ‘금강삼매경’에서의 동의어 빈출수가 상당해 ‘금강삼매경’ 저자로 원효보다는 삼계교의 신방 쪽이 훨씬 클 것으로 보았다.

법공 스님은 신방의 ‘십륜경’ 서문에서 당시 주목받는 새로운 불교사상으로 떠오른 지장 및 삼계교 사상을 알리기 위한 고뇌와 사명감을 읽어냈다. 당시 삼계교에 대한 혹독한 탄압이 있었고 그로 인해 신라에서는 지장신앙의 전법 활동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방은 어렵게 역출한 ‘십륜경’과 삼계교 사상이 담긴 ‘금강삼매경’을 고국에 전하려 고뇌했고, 그것이 ‘송고승전’의 ‘원효전’에 ‘금강삼매론’ 인연 설화로 나타났다. 즉 신라 왕비의 병을 치료할 약을 구하기 위해 당으로 가던 중 노옹의 인도로 용궁에 들어가 ‘금강삼매경’을 얻을 수 있었고, 이것을 신라사회에 유포하면 왕비의 병이 낫는데 이를 위해선 대안이 경을 정리하고 원효가 소를 직접 지어 강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설화에서 열렬한 삼계교 전법자였던 신방이 불법 수호신인 용왕의 권위를 빌리고 원효 도움을 얻어 신라에 삼계교 사상이 담긴 ‘금강삼매경’을 확산시키려 했던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계교의 핵심 용어인 ‘양승(羊僧)’이 신방이 역출한 ‘십륜경’과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도 원효가 신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법공 스님은 “원효가 거리를 활보하면서 ‘나무불’ 등 동요를 가르치고 허리춤에 호롱박을 차고 다니는 모습이 삼계교를 전법하는 승려들과 같다”며 “신방의 황룡사와 원효의 분황사 거리가 불과 200m의 가까운 거리이고 이로 인해 두 사람간에 충분한 교류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84호 / 2021년 5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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