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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니 내 얘기네” 공감 속에 얻는 희망

  • 불서
  • 입력 2021.05.10 15:16
  • 호수 1585
  • 댓글 0

‘살다보면 살아진다’ / 정운 스님 지음 / 민족사

sjs88@beopbo.com
‘살다보면 살아진다’

“너무 멀리 찾지 말자. ‘길을 가면서도 집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듯이 무엇을 추구하든 무엇을 하든 간에 그대가 지금 서 있는, 걸어가고 있는 그 자리가 행복한 곳이다. 곧 목적지와 과정이 하나여야 하고, 그 과정의 길이 행복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조계종 불학연구소장을 역임하고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에서 강의하고 있는 정운 스님이 지난 10여 년간 불교 안팎의 언론매체에 연재해온 글들 중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삶의 이정표로 삼을 만한 글을 엄선해 ‘살다보면 살아진다’로 엮었다.

출가를 반대하는 모친 몰래 집을 나서면서도 평소 아끼던 시집과 에세이집을 들고 나섰던 정운 스님은 출가하면 ‘시원한 정자에 앉아 한 손으로 부채질 하며 책 읽는 신선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출가해서 책을 볼 때마다 어른 스님들에게 “중은 경전만 봐야지, 쓰잘데  없는 책을 봐서는 안 되고, 끄적끄적 글 쓰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감히 글 쓰는 일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세월이 흐르면서 벌써 몇권의 책을 출간하게 됐다. 그러면서 인생에서 가장 선택을 잘 했다고 자부하는 두 가지 중 하나가 ‘출가’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글쟁이’가 돼서 많은 이들로부터 “스님의 글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말을 듣는 일이 됐다. 

그동안 논문집, 기행문, 명상집, 경전 관련 저술, 에세이 등 다양한 책을 출판해온 스님은 신문 등 언론 매체에 글을 쓰면서 문서포교사 역할을 자임해왔다.  “불교가 철학적이고 수행의 종교라고 하지만, 진리는 질척질척한 중생의 삶 속에 있다. 중생의 삶 속에 진리가 있는 것,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인생에서 좋은 인연과 사랑을 통해 얻는 행복, 삶에서 이것만큼 소중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들은 하늘을 찌르는 아만심으로 상대를 존중해 주지 않고 삶의 과정이 고귀한 인생인 줄을 모르고 살아간다”고 설명한 스님은 이 책 ‘살다보면 살아진다’가 우리들이 잊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 주는 견인차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래서 ‘행복 마당’ ‘사랑 마당’ ‘인연 마당’ ‘인생 마당’ 등 4장으로 구성된 책에 실린 에세이 한 편 한 편, 글의 행간마다 스님의 따뜻한 서원이 담겨 있다.
 

정운 스님이 수행과 지성으로 성찰해 써 왔던 인생이야기들을 모아 에세이집으로 엮었다.
정운 스님이 수행과 지성으로 성찰해 써 왔던 인생이야기들을 모아 에세이집으로 엮었다.

“세상 사람들 중에는 어떤 이는 일자리를 잃고 아르바이트도 못 구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가겟세를 내지 못해 파산하고,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동동거리는 등 고통에 찬 이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고 하지 않는가?! 조금만 버텨보자”

“이 세상에 절대적인 선법도 없고 절대적인 악법도 없다. 또한 절대 선인도 없고 절대 악인도 없다. 사람을 평가할 때 악인보다는 선인으로서의 가능성에 마음을 두자. 대립이 있기 때문에 발전이 있고, 상대가 있기에 그 존재감이 빛난다. 어떤 것이든 대립과 반목이 아니라 평등과 평화를 마음에 새기자.”

책에는 많은 스님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스님들의 일화, 선(禪) 용어와 공안, 시와 영화, 고단한 우리들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깨달음 등 다채로운 인생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져 독자로 하여금 자기 삶을 돌아보게 한다. 뿐만 아니라 학자로 불교학을 연구하면서 수십 년 동안 강단에서 강의하고, 틈틈이 글쓰기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정운 스님의 에세이에는 수행은 물론 지성의 편린과 성찰, 그리고 세상 사람들과 함께하며 내재된 따뜻한 시선이 서려 있어 쉽게 공감하게 되고 그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 1만38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85호 / 2021년 5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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