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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괴로움의 원인을 묻는 바라문 학인을 교화하다

삶이 불만족스러운 것은 집착 때문이다

고(苦)로 번역이 되는 ‘둑카’는
괴로움 보다 불만족에 가까워
존재에 대한 집착을 넘어설 때
생사윤회 또한 넘어설 수 있어 

불교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고통의 원어는 둑카(dukkha)이다. 그런데 둑카를 고통으로 번역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월풀라 라훌라(Walpola Rahula)스님은 서양에서 불교를 염세주의적 종교로 오해하게 된 이유로 둑카에 대한 안이한 번역과 해석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둑카는 고통이라는 것 보다는 보다 넓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부처님께서는 이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의미체계로 사용했다는 것이 라훌라 스님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편의상 둑카를 고통으로 번역하는 것은 한자로 이를 고(苦)로 번역한 이유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전적 정의나 혹은 여러 연구서들을 보면 둑카를 고통보다는 ‘불만족함’이나 ‘불완전성’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단순히 둑카를 고통으로 번역하면 심신의 괴로움 이상의 의미를 담기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불완전성’ 혹은 ‘불만족함’이란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다 명료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숫따니빠따’ 제5장은 16명의 바라문 학인들이 부처님을 찾아뵙고, 각자 묻고 싶은 바를 묻고 가르침을 청하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 멧따구(Mettagu)라고 하는 바라문 학인이 둑카에 대한 질문을 한다.

[멧따구] 세존이시여, 제가 질문하겠으니, 그것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은 지혜를 통달하신 님, 자신을 다스리는 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있는 온갖 불만족이 있는데, 그것들은 어디에서 나타난 것입니까?

[붓다] 멧따구여, 그대는 내게 불만족의 원인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대에게 말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갖가지 불만족이 있는데, 그것들은 집착을 인연으로 생겨납니다. 알지 못해서 집착의 대상을 만들어 낸다면, 어리석은 자에게 되풀이해서 불만족이 다가옵니다. 그러므로 불만족의 발생의 원인을 관찰하여 아는 자는 불만족의 원인인 집착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불만족이란 말에는 괴로움이 포함되는 넓은 의미이다. 삶이 괴롭다는 말보다는 오히려 삶이 불만족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심신의 괴로움이 보다 명료한 의미로 파악되기도 하지만, 우리 삶은 이러한 명료한 괴로움도 있지만 모호하지만 뭔가 충족되지 못하고, 결여되어 있는 듯한 막연한 느낌에서 오는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실제 짜증이나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혀 괜히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것이 모두 둑카인 것이다. 생로병사를 비롯해서 구부득고(求不得苦), 원증회고(怨憎會苦), 애별리고(愛別離苦)와 같은 것만이 둑카(불만족, 괴로움)가 아닌 것이다. 

부처님은 이러한 삶을 불만족으로 이끄는 원인으로 ‘집착(upadhi)’을 말씀하신 것이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들이 불만족을 경험하는 것은 집착에서 비롯된다. 집착하는 대상(내용이나 사람 모두 포함)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경험하는 것이 바로 둑카(불만족)인 것이다. 멧따구 역시 이 가르침을 듣고 바로 이해한다. 이어서 질문하는 내용이 ‘태어남과 늙음, 슬픔과 비탄을 뛰어넘는 방법’에 대해서 여쭙게 된다. 

[붓다] 시간적으로나, 위로 아래로 옆으로 가운데로, 그대가 알고 있는 어떤 것이라도, 그것에 대한 환락과 집착의 의식을 제거하고, 존재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속에서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것을 인식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기뻐하거나 집착하게 되는데, 부처님은 그러한 의식을 제거하여 의식이 존재에 집착하여 머물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 존재에 대한 집착을 여의면 생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르침인 것이다. 멧따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분명한 통찰을 얻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85호 / 2021년 5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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