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살의 삶으로 회향하는 첫 걸음이 백만원력 결집불사 동참

[부처님오신날 만난 큰스님] 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

2018년 9월28일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한 원행 스님은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통해 종단의 크고 작은 불사들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 방역으로 “불교는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종교”라는 국민적인 찬사를 이끌어냈다. 사진=남수연 기자
2018년 9월28일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한 원행 스님은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통해 종단의 크고 작은 불사들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 방역으로 “불교는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종교”라는 국민적인 찬사를 이끌어냈다. 사진=남수연 기자

가톨릭·개신교 등 타종교인 보시정신에 투철
종단 차원의 자비·보시 토대 마련 원력 세워
부처님 성도지 부다가야 한국사찰 불사 진행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대재앙은 평범한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일상을 멈추게 했다. 그럼에도 조계종 총무원은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통해 종단의 10대 불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으며 승가복지에도 새로운 활로를 열고 있다. 타종교와 차별화된 선제적 방역도 국민적 찬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법보신문이 제36대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에서 가장 잘한 종무행정으로 ‘백만원력 결집불사’ ‘승려복지 자부담 시행’ ‘코로나19 선제적 대응’이 꼽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일궈낸 성과들이다. 이런 성과들 중심에는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있다. 스님은 취임과 동시에 역점 사업으로 불자 100만명이 하루 100원씩 보시하는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추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도 부다가야 부처님 성도지에 한국사찰 분황사 건립을 진행하는 등 크고 작은 불사를 쉼 없이 이어가고 있다.

또 승가복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스님들이 매월 1만원씩 납부하는 자부담제도를 마련해 현재 83%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등 승가복지의 제도적 토대도 구축했다. 교회를 비롯한 타종교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따가운 국민적인 비판을 받았지만 사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의 전무한 놀라운 결과 또한 법회중단과 같은 신속한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안팎으로 쌓인 현안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출가자 감소에 따른 우려, 사찰 토지가 국립공원에 편입돼 오랜 세월 재산권을 제한당하고 있는 것에 대한 종단 안팎의 불만, 최근 정부의 일방적 사찰 부동산 종부세 부과에 따른 종단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5월6일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종단 현안과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불자들의 원력이란 성불에 대한 확고한 신념
육바라밀 실천이 원력 성취로 가는 반야용선
보시 통한 자비행, 꼭 실천해야 할 기본 덕목

▲ 총무원장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었던 사업이 백만원력 결집불사였습니다. 백만원력을 제안한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타종교 지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불교의 보시정신에 대해 새롭게 각성하게 됐습니다. 가톨릭은 말할 것도 없고, 교회 또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보살행입니다. 전주에 안디옥 교회가 있는데 신도가 8000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매주 일요일 예배에 나오는 사람이 5000명이나 됩니다. 초창기 천막교회에 1000명 정도 밖에 들어가지 못해서 하루에 5번이나 예배를 봤다고 합니다. 신앙의 깊이에 따라 권사, 집사, 장로 이렇게 올라가는 구조에 수익의 10%를 헌금하는 십일조를 의무적으로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보시들이 교회를 위해서도, 주변의 소외이웃을 위해서도 쓰인다고 합니다. 교회가 짧은 시간에 지역의 중요 종교단체로 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 직지사에서는 스님과 불자들의 십시일반으로 교구 내 승가복지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종단 차원에서 보시운동인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해보자고 원력을 세우게 됐습니다.”

▲ 불자들의 동참을 꾸준히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라 생각됩니다.
“백만원력 결집불사는 불자 100만명이 하루 100원씩, 한달 3000원을 보시하는 운동입니다. 목표대로 100만명이 동참한다면 하루에 1억원의 정재가 모이게 됩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종단의 불사는 물론 중생구제의 보살행까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4월17일자로 백만원력 결집불사 2주년을 맞았습니다. 현재 부처님 성도지인 인도 부다가야 토지 6600㎡(2000평, 30억원 상당)를 포함해 110억원 정도가 모연됐습니다. 1년에 360억원 모연을 목표로 삼은 만큼 종도들의 협력을 이끌어내 반드시 성취할 생각입니다. 불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백만원력 결집불사 추진과정에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것이 있습니까.
“7대 종교지도자들과 인도 부다가야 부처님 성도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한국사찰이 없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가난한, 불교국가도 아닌 방글라데시 사찰도 있는 것을 보고 참 부끄러웠습니다. 부처님 성도지에 한국사찰을 짓겠다는 원력을 세운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리고 그 원력을 가능케 해준 분들이 있습니다. 설매와 연취 두 보살님입니다. 37년 도반이기도 한 두 보살님이 50억원이라는 종단 사상 가장 큰 정재를 보시했습니다.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인 분황사 불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게 된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습니다.”

▲ 백만원력 결집불사에서 원력에 가장 큰 방점이 찍혀있는 것 같습니다. 불자들이 지녀야 할 원력은 무엇입니까.
“불자들의 원력은 당연히 성불에 대한 확고한 신념입니다. 그렇다면 성불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데 바로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원력을 성취하는 길입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원력은 반드시 성불하겠다는 서원이고, 성불을 위해서는 육바라밀을 닦아야합니다. 아시다시피 육바라밀의 첫 번째 덕목이 보시바라밀입니다. 보시를 통한 자비행이 원력을 성취하기 위한 첫걸음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법보신문은 부처님오신날을 2주 앞둔 5월6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특별 인터뷰했다.
법보신문은 부처님오신날을 2주 앞둔 5월6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특별 인터뷰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취임 직후 종단의 미래를 위해 36대 집행부가 추진해야 할 10대 사업을 발표했다.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사업 △인도부다가야 분황사 건립 불사 △세종시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및 광제사 대웅전 건립 △육해공군본부 계룡대 호국 홍제사 건립불사 △불교문화유산 보존센터 건립 △10·27법난 명예회복 기념관 건립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 바로세우기 예경사업 △불교요양원 건립 △위례 신도시 상월선원 건립불사 △나눔기금 마련 등이 그것이다. 원행 스님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인도 부다가야 한국사찰 분황사 건립은 청하문도회가 인도 부다가야의 토지를 기증하고 백천문화재단를 비롯해 전국 사찰과 사부대중의 동참으로 이미 불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연취와 설매 두 보살이 50억원을 보시해 분황사 불사에 탄력이 붙게 됐다. 내년 3월까지는 대웅전이, 7월까지는 요사채와 보건소 건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시에 추진되고 있는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및 광제사 대웅전 건립도 50%에 가까운 공정을 보이고 있다. 불교요양원 건립불사도 동국대 일산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종단 사상 최대 대작불사라 할 수 있는 10·27법난 명예회복 기념관 건립의 경우 강남 봉은사에 기념관을 짓고, 법난 과정에서 상해 등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한 치유센터 건립도 추진 중에 있다. 다만 정부 실무부서와의 협의가 여전히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권력의 일방적 훼불에 대한 사죄와 피해회복, 불교의 명예회복이 달려있는 만큼 종단 차원에서 물러설 수 없는 현안이다.

‘노후도 수행자답게’가 종단 승가복지 지향점
자부담 복지기금 납부에 스님 83% 이상 동참
동국대 일산병원 인근 중증요양시설 건립추진

▲ 노후 걱정 없이 수행과 전법에 전념할 수 있는 승가복지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것이 총무원장스님의 대표공약이었습니다.
“승가복지 핵심은 노후를 어떻게 안전하게 수행자답게 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은 성직자가 아닌 까닭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스님들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대중생활을 하지도 않고 종단의 의무도 다하지 않다가 아프고 나이 들면 종단의 탓으로 돌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종단 내적인 불만의 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계종에 출가한 이상 종단은 모든 구성원들의 복지를 책임져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승가복지에 대한 꾸준한 홍보와 설득으로 스님들의 83% 이상이 매달 자부담 형식의 복지기금을 내고 있습니다. 일단 승가복지가 영속적인 사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은 마련됐습니다. 또 승가복지에 써달라며 후원하는 분들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승가복지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됐고,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 승가복지의 방향을 어떤 방식으로 잡아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권역별로 노후와 치유를 겸한 시설을 짓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치료도 받고 수행도 하면서 마지막까지 수행자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현재 종단에서는 동국대 일산병원과 MOU를 체결하고 병원 인근 부지를 섭외 중에 있습니다. 이곳에 스님들을 위한 중증요양시설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재가불자들에 대한 복지도 시급합니다. 신도회장까지 지내셨던 분이 타종교 요양시설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참담했습니다. 스님들과 마찬가지로 재가불자들도 기도를 하며 노후를 안락하게 보내도록 배려하는 것이 향후 종단 복지정책의 한 부분이 돼야 합니다.”

▲ 성공적인 승가복지 불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불자들 중에는 보살행을 실천하며 법답게 사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타종교에 비교하면 반성할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스님들이 잘 살았으면 그렇겠느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겸허히 수용합니다. 그러나 보살행은 스님이나 종단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성불로 가기 위해 실천해야 할 수행덕목입니다. 내적인 불사를 넘어 사회 곳곳에 넘쳐나는 아픔을 보듬고 어루만지는 실질적인 활동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불교는 승가복지 불사를 넘어 중생들의 아픔을 보듬는 가장 자비로운 종교로 거듭나야 합니다. 방송을 보면 아프리카를 비롯해 사회약자들을 위한 기금모금 홍보영상들이 많이 나옵니다. 적게는 한달 1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까지 다양합니다.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이렇게 음으로 양으로 묵묵히 보살행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국 백만원력 결집불사든 승가복지든 자비와 보시를 통한 보살행을 실천하며 살겠다는 서원을 가진 불자들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성공하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얼마나 많은 사부대중이 동참하느냐가 관건인데, 쉽지만은 않은 일임이 분명합니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해 2월 수차례 긴급방역지침을 통해 법회를 취소하고 불교대학의 문을 닫는 등 가장 선제적인 코로나19 방역조치를 단행했다. 방역현장에는 자원봉사자를 파견하고 물품과 성금을 지원했다. 방역관계자를 위한 사찰음식 배달, 템플스테이를 통한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제공했으며, 저소득층을 위한 마스크 나눔과 성금전달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법보신문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9개월 동안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코로나19확진자 브리핑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개신교 7616명, 가톨릭 55명, 이슬람 6명 등 종교계로 인한 확진이 확인됐다. 그러나 불교는 단 한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신속한 결단에 따른 결과였다.

코로나19 선제적 방제에 따른 국민적인 찬사는 잘 따라준 종도들의 몫
국립공원 문제·정부 일방적 종부세 부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종단과제
보살의 삶 서원하는 것이 봉축 참된 의미…미얀마 사태 조속 해결 기원

▲ 법회중단과 같은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 방제를 결심하기까지 고심이 깊었을 것 같습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종단의 방침을 따라준 종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선제적으로 방역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 교단 내적으로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은 부처님의 가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 빠른 판단의 배경에는 총무원 부실장을 비롯한 종무원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종단은 선제적 방역에 그치지 않고 방역 일선에 계신 분들을 위한 사찰 도시락 배달, 힐링 템플스테이, 의료용품 보시, 저소득층에 대한 긴급구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팔을 걷어 부치고 돕는 것은 불교의 오랜 전통입니다.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정부와 실의에 빠져있는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법회가 이뤄지지 않아 사찰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사찰재정이 30~40% 이상 줄었다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시련은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가 겪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불교가 국민들을 위로하고 보듬는 보살의 품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총무원은 지난해 자체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 제법 이월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가 극복될 때까지 아끼고 모아서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정부가 국립공원법을 만들면서 사찰 토지를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하고 각종 규제로 사찰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당한 법회와 불사마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관련해 불교계와 국민들의 불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오래된 숙원들입니다. 그리고 해결까지 여전히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종단은 총무원 차원에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과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땅을 빼앗기고 국민들의 지탄까지 받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재산권을 일방적으로 제한당하면서 신행에 막대한 피해를 입는 이런 일을 계속 참고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법 상식에 비춰 사찰 토지 사용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정부가 지불하면 되는 일입니다. 더 이상 정부가 불교를 희생양 삼아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 최근에 불거진 종부세 문제도 사찰의 토지와 건물을 투기성 부동산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사찰의 부동산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것입니다.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정부가 느닷없이 사찰 부동산에 종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교육법인도 종부세를 부과하겠다고 해놓고 시행할 때는 교육법인은 쏙 빼버렸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불교를 기만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찰 부동산에 종부세를 부과하면 가장 큰 피해는 사하촌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종부세가 부과되면 결국 사하촌의 임대료도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로 출가자수도 급감하고 있다. 1991년에는 532명이 출가했지만 30년이 지난 2020년 출가자는 131명으로 75%가 감소했다.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1991년~2000년까지는 평균 수계자가 471명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급감하기 시작해 2011년 이후부터는 100명 선으로 급락했다. 특히 여성출가자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1991년~2000년까지 평균 219명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불과 몇십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 11월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초하루법회에서 백만원력결집에 동참한 신도들이 정성으로 모은 발우저금통 800여개를 총무원장 원행 스님에게 전달했다.
2019년 11월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초하루법회에서 백만원력결집에 동참한 신도들이 정성으로 모은 발우저금통 800여개를 총무원장 원행 스님에게 전달했다. 사진=남수연 기자

▲ 출가자 감소가 심각합니다. 총무원장스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출산율이 낮으니, 출가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출가자 감소에 대비해 은퇴자 출가법도 만들고 출가를 독려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지만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이제 출가자 감소는 받아들여야 하는 엄혹한 현실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스님들의 질과 수준을 높여 양적인 부족을 극복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소수라도 제대로 된 스님을 길러내는데 총력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대신 부족한 출가자를 대체하기 위해 재가법사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 스님들이 맡았던 사찰 운영을 일정부분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재가법사들의 생활에 필요한 재정을 충족시켜줘야 하는데 녹록지 않습니다. 농촌과 도시사찰의 연계, 사찰의 농지와 알반토지를 이용한 재원확충 등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특히 여성출가자의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져 우려하는 말들이 많습니다.
“현재 100명 안팎에 불과한 출가자 중에서 여성출가자는 30% 정도에 불과합니다. 출가에 성별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긴 하지만 비구니스님들이 어린이청소년 포교와 복지·봉사에 특별히 강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출가자 감소로 이런 부분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물론 여성출가자의 감소가 우리에게만 한정된 문제는 아닙니다. 가톨릭도 수녀의 부족으로, 원불교도 여성교무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흐름을 감안해 지혜로운 방안을 모색하도록 해야 합니다.”

▲ 교단 내 양성평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대흐름과 율장을 함께 고려해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와 같은 기독교나 이슬람과 비교하면 불교는 양성평등에 가장 선진적인 종교입니다. 그럼에도 사회단체도 언론도 타종교 여성차별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우리에게만 불공평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편한 생각도 있습니다. 우리는 큰 틀에서 시대흐름과 율장정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굳이 부연하자면 선원에서 비구니스님들을 받아들이는 문제라든지, 공평한 해제비와 같은 현실적으로 개선이 가능한 부분부터 바꿔나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요즘 교구본사에 국장소임을 맡고 있는 비구니스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 불교국가인 미얀마가 최근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미얀마 사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불탑의 나라 미얀마에 닥친 시련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한 심정입니다. 위정자든 군부든 욕망을 내려놓고 부처님 가르침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대승적인 차원에서 풀어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입니다. 불교의 자비정신으로 돌아갔으면 좋겠고, 국민 바람대로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불교의 핵심은 삼법인(三法印)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은 바로 삼법인을 전해주시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삼법인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인데, 가르침 그대로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것을 자각해야 해탈이 가능합니다. 그것이 자타불이(自他不二)의 가르침입니다. 자타불이는 무아이기에 가능하고 곧 남이 나와 다르지 않기에 자비행이 가능합니다. 사부대중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자타불이의 가르침을 가슴에 되새기고 보살의 삶을 서원했으면 합니다. 평소에 상생(相生)과 화합(和合)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상생은 서로 돕는 것으로 보살행을, 화합은 둘이 아니라는 자비심을 뜻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 모두 보살의 길을 걷는 참된 불자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86호 / 2021년 5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