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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이웃에 전하는 정성스런 공양

[자비로 희망 만드는 승가결사체] 자비나눔 반찬봉사회

복지과 직원 요청으로 시작…주변 둘러보니 어려운 가정 많아
스님 비롯 20여명 모여 12가구에 정성 가득한 반찬 요리·배달

“나눔에 있어 ‘나중에’라는 말이 없다”고 강조하는 스님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칠곡 보현사에 모여 소외계층을 위한 반찬을 만들고 있다.
“나눔에 있어 ‘나중에’라는 말이 없다”고 강조하는 스님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칠곡 보현사에 모여 소외계층을 위한 반찬을 만들고 있다.

토요일 오전 9시 조금 느리게 하루를 시작해도 좋으련만 칠곡군 보현사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스님과 재가불자 등 20명이 모여 야채를 다듬고 양념에 버무린다. 물이 끓으면 재료를 넣는다. 썰어놓은 고기는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과 함께 볶는다. 김치 같은 숙성이 필요한 반찬은 어제저녁부터 준비해놓았다. 이웃을 위한 맛있는 냄새가 사찰 전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자비나눔 반찬봉사회(회주 묘현 스님)는 스님 4명이 모인 승가결사체로 칠곡군 지역 소외계층의 안정적인 식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결성됐다. 매주 토요일 회원스님 4명과 재가불자 16명이 모여 반찬을 직접 만들어 배달하고 있다. 대상은 93세의 어르신을 비롯한 독거노인 6가구, 장애인가정 4가구, 한부모 가정 2가구 등이다. 특히 한부모 가정의 경우 엄마의 직장생활로 혼자 생활하는 아이도 있어 제공하는 반찬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자비나눔 반찬봉사회의 시작은 보현사 반찬나눔봉사다. 2012년 7월 보현사가 자리하고 있는 칠곡군 북삼읍사무소 복지과 직원이 찾아왔다. 직원은 “국가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정이 많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를 고심하던 묘현 스님은 반찬나눔봉사를 하겠다고 답했다.

재가불자들이 재료를 손질하는 모습.
재가불자들이 재료를 손질하는 모습.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조리를 위해 필요한 물건들도 구입했다. 봉사자를 모으고 재료를 사기 위해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봉사활동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을 스님에게 내밀었다. 스님과 재가불자들은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일심으로 뭉쳤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나눔에 있어 ‘나중에’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마음을 내었다면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합니다. 나눔을 위한 용기를 냈을 때 우리는 성장합니다.”

2019년 묘현 스님을 비롯해 서운, 조영, 원화 스님 등 칠곡군사암연합회에서 인연 맺어 반찬나눔을 도와주던 스님들이 모였다. 스님들은 공식적으로 함께하기로 뜻을 모으고 ‘자비나눔 반찬봉사회’를 탄생시켰다. 종단의 ‘승가결사체의 전법교화활동 연수인증 및 지원’ 프로그램도 신청했다. 마침내 2020년 선정돼 지원을 받게 됐다. 2012년 시작당시 예산은 350만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현재 연 1000만원을 편성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보람도 있었다. 반찬나눔 대상이던 장애인가정의 아버지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봉사회를 방문한 것이다. 그는 힘겹게 들고온 음료수 한 상자를 봉사회에 건네며 “그동안 중학생 아들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힘이 돼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 평생 잊지 않겠다”고 인사했다. 봉사회 스님들은 중학생 아들에게 장학단체를 소개해 장학금을 받도록 도왔기에 더욱 뿌듯했다.

“단독으로 봉사하고 있을 때도 주변의 응원으로 힘이 났지만 지금 스님들과 함께하니 더욱 기운납니다. 칠곡군 지역에 불교의 역량이 더 커졌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지금도 자비나눔 반찬봉사회의 자비행은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저소득층 가정들은 더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려울수록 나눔은 더 커져야 하기에 정성을 더욱 쏟고 있다. 

회주 보현 스님은 “처음 다짐했던 마음을 잃지 않는 승가결사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비록 작은 도움의 손길이지만 내 주변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기쁨을 더하는 ‘자비나눔 반찬봉사회’가 되도록 날마다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법보신문·조계종교육원 공동기획

부처님 자비를 실천하고자 승가결사체를 구성해 전법교화의 길에 나선 스님들이 있다. 노숙자 쉼터, 교도소, 병원 등 사회 그늘진 곳을 찾아 부처님 법음을 전하는 승가결사체는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과 법보신문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자비보살행을 실천하고 있는 승가결사체 8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1586호 / 2021년 5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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