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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에 즐겁고 환한 세상 선사

[자비로 희망 만드는 승가결사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귀찮아 안경점 안 간다” 말에 일상 속 편리함 선물하자 다짐
전국 다니며 돋보기 나눔…봉사 확대해 무료급식·팥죽나눔도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는 돋보기 나눔 뿐만 아니라 김장·팥죽나눔·무료급식도 진행하고 있다.

“승가결사체 이름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입니다. 자비심과 보살행을 몸소 실천하고 지역사회의 발전과 불법을 전하는 것은 불제자로서 응당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처럼 모든 이가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며 함께 살아가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습니다.”

승가결사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의 시작은 2000년 안산 보문선원이 개원하면서 조직된 동명의 봉사단체다. 당시에는 효경로잔치를 주된 봉사활동으로 삼아 여러 차례 주변의 어르신들을 초대해 흥겨운 잔치를 열었다. 답답한 집에서 나와 왁자지껄한 잔치에 모인 어르신들은 주름진 얼굴에 웃음을 가득 그리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흥겨운 잔치를 몇 차례 열었을까. 스님들과 봉사단원들의 눈에 이상한 점이 띄었다. 잔치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안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시력이 좋으시구나’하고 생각했으나 안내문이나 표지판을 볼 때 실눈을 뜨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다. 왜 돋보기를 쓰지 않는지 물어보았더니 “귀찮아서 안경점에 가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순간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오갔다. “귀찮아서 안경점에 가지 않는다”는 대답은 ‘거동이 불편하다’ ‘살 돈이 없다’ 등 많은 뜻을 내포고 있었다. 잘 보이던 것들이 늙어감에 따라 점점 보이지 않게 될 때의 박탈감이 클 것이라 생각했다. 보림, 정진, 원지, 상윤, 진원, 진홍 스님은 한 가지 원을 세웠다. ‘어르신들에게 즐거움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편리함도 선물하자’고. 그렇게 ‘밝은세상 함께보기’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돋보기 나눔은 모든 어르신을 위한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는 안산시 관내 25개동을 순회하며 무료로 나눠드렸습니다. 활동이 알려지면서 각 지역에서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해 전국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나눔한 돋보기만 약 5만개 정도다. 봉사단체도 커졌다.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지역 어르신 대상 무료급식, 김장나눔, 여주교도소 교화활동, 다문화 한글교실, 떡·팥죽나눔 등으로 봉사영역도 확대됐다. 그러면서 훈훈한 일도 생겼다.

스님들이 돋보기를 나눠주는 모습.

“무료급식이 있는 날 찾아오시던 보살님이 계셨습니다. 보살님은 폐지를 모아 생계를 꾸려가셨는데 언제부터인가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에는 폐지를 줍지 못해 어려움을 겪으실 텐데도 수시로 찾아오고 계십니다. 자비심에서 시작된 보살행이 또 다른 보살행을 불러온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현재, 승가결사체 활동에도 제약이 생겼다. 주된 활동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방역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경로잔치와 무료급식은 단체모임이 금지됨에 따라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돋보기 등도 직접 나눠줄 수가 없다. 

“코로나19는 분명 큰 재앙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위 소외된 이웃들은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만남이 제약돼 정신적 고통이 더욱 커졌을 것이고, 생계가 어려워져 배고픔을 비롯한 육체적 고통이 커졌을 겁니다.”

‘세상을 밝고 자비롭게’는 나누면 기쁨이 배가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활동을 멈출 수 없다고 전했다. 비대면이 가능한 활동은 온라인을 통해, 김치나눔 등은 개별방문으로 진행한다. 돋보기 나눔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모은 작은 힘이 그들에게 밝은 세상을 안겨주길 발원합니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법보신문·조계종교육원 공동기획

부처님 자비를 실천하고자 승가결사체를 구성해 전법교화의 길에 나선 스님들이 있다. 노숙자 쉼터, 교도소, 병원 등 사회 그늘진 곳을 찾아 부처님 법음을 전하는 승가결사체는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과 법보신문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자비보살행을 실천하고 있는 승가결사체 8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1586호 / 2021년 5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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