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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 지원에 군법당 후원까지 “이웃이 우리 도반”

[자비로 희망 만드는 승가결사체] 이웃을 생각하는 모임

김해 지역 스님들 모여 2012년 첫 출발
결식아동 후원으로 시작해 10년째 활동
“이웃은 바로 나 자신” 동체대비 실천

승가결사체 ‘이웃을 생각하는 모임’은 매달 정기회의를 열어 활동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승가결사체 ‘이웃을 생각하는 모임’은 매달 정기회의를 열어 활동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허허허. 다른 사람 돕는 게 남 좋을라고 하는 일이 아닙니더. 이웃을 생각하는 만큼 스스로가 발전할 수 있는거라예. 다 제 복지을라고 하는 겁니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툭툭 내뱉는 한마디에 왠지 모를 포근함까지 느껴진다. “우리는 남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법상 스님 이야기 속에서 새삼 ‘이웃’의 의미가 떠오른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지는 제법 됐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가운데 4명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1인 가구가 보편화됐고 시간적 여유도 사라졌으며 개인화 성향도 강해진 탓이다. 층간소음으로 이웃끼리 서로 얼굴 붉히는 것을 넘어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일도 심상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2012년 2월 ‘이웃의 생각하는 모임’이 창립했다. 시작은 결식아동 돕기였다. 당시 학교에서는 무상급식이 시행되기 전이었다. 저소득층이지만 급식 지원 체계가 달라 끼니를 굶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제법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해지역 스님 4~5명이 모여 시청과 교육청을 뛰어다녔다. 그 덕에 급식 사각지대에 놓인 결식아동 87명을 발굴했고, 관내 초등학교 19곳에 급식비를 건넬 수 있었다.

“참말로 미안했지예. 그 아이들은 학교서 먹는 급식이 제대로 된 한 끼거든예. 보호자가 밥을 챙겨줄 형편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더. 그러니까 우리들끼리 마음이 더 바빠졌지예. 학교서라도 든든히 먹여야겠다 싶었으니까예.”

스님들은 승가결사체를 만들고 이름을 ‘이웃의 생각하는 모임’이라 지었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수행자가 되자는 결심이었다. ‘나눔’이 새로운 화두가 된 것이다.

스님들이 일일찻집을 열고 수익금을 모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스님들이 일일찻집을 열고 수익금을 모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듬해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무상급식을 확대해 지원했던 아이들이 급식 지원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자 스님들은 해당 금액을 청소년 장학금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선발 기준은 명확했다. 성적이 뒤처지더라도 남을 돕는 데 앞장 서는 아이들부터 우선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청소년 20명에게 각각 50만원씩을 건넸다.

그러던 어느 날 대표 법상 스님 앞으로 편지가 한 통이 도착했다. 삐뚤빼뚤한 손글씨가 적혀있었다. 자신을 ‘이웃의 생각하는 모임’ 스님들이 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라고 밝혔다. 

‘스님, 저에게 장학금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장학금은 성적 좋은 친구들만 받는 건 줄 알았는데 제가 장학생이 됐다고 해서 너무 놀랐어요. 저는 잘하는 것도 없는데…. 다음에 커서 저도 스님들처럼 이웃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편지 끝에는 활짝 웃는 스님들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편지를 본 스님들은 흐뭇했다. 이 아이들이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결식아동 돕기와 청소년 장학금 지원으로 시작된 활동은 현재 김해 7073부대 군법당 후원부터 경로잔치, 캄보디아 깜퐁뜨거으 초등학교 우물 개소, 라오스 오지마을 화장실 신축공사까지 범위를 넓혔다. 회장 혜진 스님을 비롯해 법상, 성진, 각명, 선공, 보운, 도명, 해공, 현장, 관혜, 동선, 송산, 대선, 도명, 도일, 혜춘, 법장 스님은 “모두가 우리들 이웃이며 그들이 곧 우리”라고 입을 모은다. 

중생과 자신이 다르지 않다고 여겨 무한한 자비심을 일으키는 것. 이를 동체대비라 한다. ‘이웃의 생각하는 모임’ 활동사진을 찬찬히 되짚어보니 ‘주는 자’와 ‘받는 자’의 표정이 어쩐지 달라 보이지 않았다. 타인과의 벽이 허물어지고 나눔의 경계도 옅어지는 이들 모습이 바로 동체대비 발현이 아닐까. “나와 남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바세계를 살아가는 이웃이 우리의 도반”이라는 스님들 목소리가 큰 울림을 준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법보신문·조계종교육원 공동기획

부처님 자비를 실천하고자 승가결사체를 구성해 전법교화의 길에 나선 스님들이 있다. 노숙자 쉼터, 교도소, 병원 등 사회 그늘진 곳을 찾아 부처님 법음을 전하는 승가결사체는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과 법보신문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자비보살행을 실천하고 있는 승가결사체 8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1586호 / 2021년 5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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