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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불 광풍에서 법등 지켜낸 두 선지식(함허득통·백곡처능)의 결기

  • 불서
  • 입력 2021.05.31 13:49
  • 호수 1587
  • 댓글 0

‘조선이여, 법의 등불을 밝혀라’ / 원행 스님 지음 / 불교신문사

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조선조 배불정책에 맞서면서도 원융회통의 모습을 보였던 함허득통과 백곡처능의 삶과 사상을 담은 ‘조선이여, 법의 등불을 밝혀라’를 펴냈다.
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조선조 배불정책에 맞서면서도 원융회통의 모습을 보였던 함허득통과 백곡처능의 삶과 사상을 담은 ‘조선이여, 법의 등불을 밝혀라’를 펴냈다.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치며 그 사상이 국가 운영의 기반이 되고 민족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던 불교는 조선 개국과 함께 쇠퇴를 거듭했다. 단순히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만이 아니라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하는 정책이 이어지면서 폐불 수준에 달하는 훼불이 이어졌고, 산속으로 은거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빼앗긴 그 엄중한 숭유억불의 시기에도 불교는 면면히 이어졌고, 질곡의 시대를 거쳐 오늘날 다시 그 가르침을 널리 펴고 문화의 꽃을 피워가고 있다. 그렇게 암울했던 시기에도 불교의 가르침과 사상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 중에서도 함허득통은 ‘현정론(顯正論)’ ‘유석질의론(儒釋質疑論)’으로, 백곡처능은 ‘간폐석교소(諫廢釋敎疏)’를 통해 배불정책에 맞서고 민중과 더불어 법등을 지켜냈다.

‘조선이여, 법의 등불을 밝혀라’
‘조선이여, 법의 등불을 밝혀라’

이에 함허와 백곡의 사상에서 종교간 화합과 상생을 읽어낸 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함허득통과 백곡처능 스님의 사상이 인류평화공존의 한 계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스님의 삶과 사상을 밝혀 ‘조선이여, 법의 등불을 밝혀라’로 펴냈다. 책은 스님이 자신의 2013년 2월 한양대 행정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인 ‘조선 초기 관료들의 성리학적 정치이념과 함허선사의 ‘현정론’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술했다.

“여말선초 배불론이 제시된 시대적 상황을 보고 유교를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 초기 정치 관료들과 유학자들의 정치이념과 성향, 호불론이 제기되는 역사적 배경과 그 지향점을 검토함과 동시에 호불론을 가장 논리정연하고 설득력 있게 펼치고 있는 함허와 백곡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고 설명한 책에서 여말선초 통합과 회통, 그리고 화해와 평화를 지향한 두 스님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현정론’은 1권 8600여자로 서론과 14개의 각론으로 구성됐다. 서론에서 도(道)와 성(性)의 개념으로 유교와 불교의 근본사상을 밝히고, 본론의 14개 항목 중 13개 항목에 걸쳐 유학자들의 배불이론이 부당함을 유교경전과 불교 교리로 반박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에서 당시 유행하던 유불도 삼교의 가르침이 서로 통한다는 ‘삼교회통’을 설파하고 있다.

함허는 이처럼 ‘현정론’과 ‘유석질의론’을 통해 감성적이거나 반발하기 보다, 객관적이고 유화적인 태도로 삼교의 교화를 바탕으로 융화하고 타협하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불교탄압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함허의 이론이 조선 초기 불교탄압과 왜곡에 대한 반론이었다면, 백곡처능의 ‘간폐석교소’는 조선후기 불교탄압과 소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논리로 평가된다. 백곡은 현종이 불교를 탄압하자 이에 항의하는 상소문인 ‘간폐석교소’를 올려 조선왕조 척불정책과 배불사상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다. 탄원형식의 ‘간폐석교소’는 조선시대 모든 상소문 가운데 가장 길고 분량이 많은 것이었고, 단 한차례 승려의 상소문으로 현종의 불교탄압이 다소간 누그러지는 계기가 됐다. ‘간폐석교소’는 또 척불시대에 정연한 논리로 척불을 논파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상소로 배불정책이 이어진 조선조 불교사에서 단 한편의 항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조선 왕조의 배불정책에 맞서면서도 감정을 절제하고 논리로 대응해 종교간 갈등을 줄이고 원융회통의 모습을 보였던 함허와 백곡의 삶과 사상을 연구해 ‘조선이여, 법의 등불을 밝혀라’로 펴낸 저자 원행 스님은 “함허의 ‘현정론’과 ‘유석질의론’, 그리고 백곡의 ‘간폐석교소’와 같은 논저들이 담고 있는 사상은 오늘날 한국불교가 직면하고 있는 불교의 사회적 기능과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함허와 백곡의 삶과 사상이 담긴 책에서 오늘날 불교 사부대중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다종교 시대에 불교가 나아갈 길을 찾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2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87호 / 2021년 6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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