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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원숭이 - 상

감염병 시대 희생되는 인도원숭이

자신 살린 원숭이를 죽이려다
지옥 간 농부는 데바닷따 해당
탐욕에 원숭이 죽이려던 인간
생리학 실험 이용 현재와 닮아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로 원숭이가 많이 언급된다. 원숭이는 영리하고 재주가 많지만 한편으로는 영악하고 간사한 특성 때문에 인간과 더 닮아있다. 인도에서 원숭이는 거리에서 자주 볼 정도로 흔하며 경전에도 자주 나타난다.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원숭이는 인도 원숭이(Macaca mulatta)이다. 히말라야 주변에 서식했기 때문에 ‘히말라야원숭이’, 얼굴과 어깨 주변에 붉은 털이 있어 ‘붉은털원숭이’, 인간의 혈액형 결정인자인 Rh인자를 갖고 있어 ‘레서스(Rhesus)원숭이’라고도 불린다. 원숭이는 인간과 93%의 유전자를 공유하는데 이중에서 인도원숭이는 Rh인자가 있기 때문에 각종 의학, 생리학 실험에 주요하게 사용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인도 아잔타(Ajanta) 석굴에는 유명한 원숭이 벽화가 있다. 위기에 처한 사냥꾼을 구한 황금원숭이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한 사냥꾼이 깊은 도랑에 빠진다. 이를 본 황금원숭이는 그를 불쌍히 여겨 구해준다. 숲에서 지쳐 잠이 든 후 원숭이보다 먼저 일어난 사냥꾼은 원숭이 가죽을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생각에 원숭이 머리를 돌로 힘껏 내려친다. 놀란 원숭이는 도망쳐 근처 호수가로 달려가 상처를 씻는다. 뒤쫓아 간 사냥꾼은 원숭이를 놓치고 목이 말라 호수의 물을 마신다. 이 물에는 원숭이의 피가 섞여 있었는데, 이를 마신 사냥꾼은 미쳐 날뛰게 된다. 사냥꾼은 마을로 돌아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이라 부르며 추방한다.

이 벽화내용은 빨리 자따까 중에서 ‘마하까삐 자따까(Mahakapi-Jataka)’(No.516)에 근거한 것이다. 이 자따까에는 사냥꾼이 아니라 바라문 출신인 한 농부가 등장한다. 농부는 소중한 소를 잃어버리고 일주일 동안 숲을 배회하다가 히말라야 깊은 곳까지 가게 된다. 배고픔에 열매를 먹기 위해 말라바르 흑단 나무에 올라갔지만 가지가 부러져 지옥과 같이 깊은 협곡바닥까지 떨어진다. 우연히 이 농부를 본 원숭이는 그를 등에 짊어지고 올라와 구조한다. 피곤한 원숭이가 지쳐 잠이 들자 굶주린 농부는 원숭이의 머리를 바위로 깨 잡아먹으려 한다. 피를 흘리며 높은 가지로 피신한 원숭이는 화를 내는 대신 농부를 숲 밖으로 인도한다. 마을에 도착했지만 죄를 지은 농부는 나병 환자가 되어 칠 년 동안 여러 곳을 배회한다. 어느 날 길을 지나던 왕은 이 농부를 보고 어떤 죄를 지었기에 그런 고통을 받는지 묻는다. 농부가 왕에게 모든 내용을 고하자 땅이 열리고 지옥이 그를 삼켜버린다. 여기에 등장한 원숭이가 바로 부처님이며, 농부는 데바닷따(Devadatta)이다. 자신을 구해준 원숭이를 잡아먹으려다가 지옥에 간 농부의 죄는 데바닷따가 아비지옥에 간 삼역죄(三逆罪) 중에서 산꼭대기에서 큰 돌을 굴려 석가모니의 발가락에 피가 나게 한 죄인 출불신혈(出佛身血)에 해당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시대에 인도원숭이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동물자원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도 국가영장류센터와 영장류자원지원센터를 통해 인도원숭이를 공식적으로 사육하고 실험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동물실험이 거듭되고, 실험동물의 삼분의 일 이상이 진통제 없는 극단적 고통 속에 희생되고 있다. 우리의 현재상황은 곤경에 처해 원숭이에게 도움을 받는 자따까의 농부와 벽화 속 사냥꾼의 모습과 닮아있다.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저서 ‘동물해방’(1975)을 통해 동물권(動物權) 운동을 촉발했다. 동물권의 핵심은 동물에게 고통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동물권의 당위성에 대한 오랜 찬반논란과 상관없이 우리는 최소한 인간을 위해 동물실험에 사용된 동물의 고통만이라도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한다. 실험기간 동안 긍정교육강화 훈련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방안, 실험종료 후 안락사 대신 야생으로 귀환시키거나 휴식을 보장하는 등의 소박한 복지를 제공하고자 하는 긍정적 움직임이 있다. 원숭이 자따까에서 원숭이는 곤경에 처한 인간을 조건 없이 구하지만 인간은 탐욕으로 원숭이를 살해하려는 배은망덕한 행위를 한다. 지금도 동일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김진영 서강대 철학연구소 연구교수 purohita@naver.com

[1587호 / 2021년 6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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