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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목탁소리-하

기자명 이제열

보살행 잘 닦으라는 부처님 음성

불단·벽화 등 곳곳에 물고기
범어사 등 사찰명에도 등장
청정하고 올곧은 계율 의미
성불 위한 보살도의 상징물

앞서 목탁의 유래와 목탁이 지닌 일반적인 의미에 대해 기술해 보았다. 이번호에서는 목탁이 지닌 보다 넓고 깊은 불교적 의미에 대해 얘기해보자. 목탁은 목어의 변용으로 물고기 모양의 성물이라고 하였다. 그러고 보면 불교와 물고기와는 인연이 매우 깊다.

절에 가면 물고기와 관련한 성물들을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목탁을 비롯해 목어, 풍경 등이 그렇다. 물고기는 부처님이 모셔진 기단이나 벽화에도 등장한다. 절 이름 중에는 범어사(梵魚寺), 오어사(吾魚寺), 만어사(萬魚寺) 등 물고기를 사찰 명칭으로 삼은 경우도 있다. 사찰에서 불화나 단청을 그리는 사람을 금어(金魚)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부처님의 상을 그리고 법당을 장엄하면 극락세계에 흐르는 팔공덕수에 물고기로 환생한다는 설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 금어보다 재주가 부족한 사람을 어축(漁畜)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물고기의 뜻을 지닌 어(魚)자를 사찰 명으로 삼거나 불교 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붙이는 이유는 물고기가 깨끗한 물속에서 살면서 항상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연꽃이 청정을 의미하는 것처럼 물고기도 청정을 의미한다.

불교의 상징을 꼽는다면 식물로는 연꽃이다. 동물로는 육지의 코끼리, 바다의 물고기를 들 수 있다. 코끼리가 지혜와 용맹을 상징한다면 물고기는 청정을 상징한다. 범어사(梵魚寺)의 범어가 청정한 물고기를 상징하듯 불교에서 범(梵)이라는 글자는 청정의 의미로 해석한다. 스님이 계율을 수지해 청정한 행으로 살아가는 것도 범행(梵行)이라 한다. 수계 받는 장소인 금강계단이 있는 범어사는 스님들의 계율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찰이다. 깨끗한 물속에서 눈을 뜨고 살아가는 청정한 물고기처럼 스님들도 깨끗한 계율을 물로 삼아 청정한 삶을 살라는 의미에서 범어사라 한 것이다.

경전에는 물고기와 관련된 몇 개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현우경’의 설두라건녕왕 이야기와 ‘불본행집경’의 선혜동자 이야기다. 부처님이 한때 염부제의 지배자 설두라건녕이라는 이름의 왕으로 있었을 때 나라에 기근이 들어 백성들이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때에 설두라건녕왕은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버려 마카라라는 물고기로 태어나 백성들의 양식이 되었다.(마카라 물고기는 크기가 무려 700유순으로 요즘 거리로 환산하면 9800킬로미터 된다고 한다.)

또 ‘불본행집경’에서는 큰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선혜동자가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막대한 재산을 모두 불쌍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 히말라야 산속으로 들어가 수행자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선혜동자가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그의 머리가 수미산을 베고 있고 발은 인도양 바닷물에 담겨져 있으며, 오른손에는 해를, 왼손에는 달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물고기가 선혜동자의 품으로 몰려드는 꿈이었다.

선혜동자는 기이한 꿈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산을 내려가 람마다라는 성에 도착한다. 여기서 선혜동자는 일생일대의 기연으로 연등불을 친견하고 자신이 꾼 꿈에 대한 해몽을 부탁드린다. 그러자 연등불은 “그대가 꿈에서 수미산을 베고 있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부처가 된다는 의미요, 발이 인도양에 담겨져 있다는 것은 삼계의 고해 중생들을 제도한다는 의미요, 오른손으로 해를 잡은 것은 광명의 진리를 깨닫는다는 의미요, 왼손으로 달을 잡은 것은 진리의 법 바퀴를 굴린다는 의미요, 물고기들이 품에 몰려든다는 것은 수많은 중생이 귀의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즉, 그대는 지금으로부터 사아승지 십만겁 후에 부처가 되리니 그 이름을 석가모니라 하리라”고 하였다.
불교에서 물고기는 깨어 있음만이 아닌 불교수행의 요체인 보살도의 의미를 지닌다. 설두라건녕왕과 선혜동자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것처럼 물고기는 성불을 위한 보살도의 상징물이다. 목탁소리는 음률을 맞추라는 소리만도 아니고 깨어 있으라는 경각심의 소리만도 아니다. 불교의 팔만사천 보살행을 닦으라는 부처님의 설법과 음성이 목탁소리인 것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89호 / 2021년 6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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