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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공양의 수승한 공덕

기자명 금해 스님

모든 공양물 자연서 나와
정성 더해질 때 고귀해져
부처님께 모래를 공양해도
지극한 마음이면 큰 공덕

부처님 전에 공양물을 올릴 때, 최고의 것을 찾기 위해 고민합니다. 가장 깨끗하고, 가장 좋은 것으로 올리기를 염원하지요. 쌀, 과일, 차, 향, 등, 꽃을 올리는 육법공양(六法供養)은 이렇게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을 표현한 의식입니다. 그 모습만 보아도 환희로울 정도입니다. 

모든 공양물은 자연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비싼 값을 주고 산다 하더라도, 자연이 내어 준 것입니다. 평범한 것들이지만, 우리들의 정성에 의해 비로소 부처님 전 고귀한 공양물이 되는 것이지요. 요즘 우리절 마당에는 익어가는 과실로 가득합니다. 먼저 앵두가 탐스럽게 열리더니, 보리수 나무에서 붉은 빛의 열매가 윤기를 냅니다. 동시에 30년을 훌쩍 넘긴 키 큰 뽕나무는 달디 단 오디를 가득 내어 줍니다.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기에, 등산객이나 마을 사람들 누구나 맛을 봅니다. 봉투를 꺼내 가득히 담아 가거나, 조금만 맛을 보고 다른 이를 위해 남겨두거나,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거나…. 모두가 다 다른 마음을 냅니다.

우리 절에서 하안거를 보내고 있는 일원심 보살님은 아침 저녁으로 마당을 돌며 익어가는 과실을 거둡니다. 떨어지는 과실이 많아지자, 본격적인 추수를 시작했습니다. 

오디와 보리수가 풍년이니 허리가 아플 정도로, 손끝이 빨갛고 까맣게 될 정도로 일거리가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날씨는 점점 뜨거워집니다. 매일 과실을 거두는 수행은 참선 만큼이나 끈질긴 인내를 요구합니다.

일원심 보살님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매일 새벽, 제일 먼저 추수한 열매를 깨끗하게 씻어 부처님 전에 올리는 것입니다. 이후에는 오는 신도님들마다 나누어 줍니다. 그 기쁨으로 오늘 또 바구니를 들고 나섭니다.

부처님께서 나지가(那地迦) 마을 숲에 머무실 때의 일입니다. 원숭이 한 마리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부처님 발우를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스님들은 원숭이가 발우를 깨뜨리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원숭이를 쫓아내려고 했지요. 이 모습을 본 부처님께서는 괜찮다고 하시며 원숭이에게 발우를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발우를 받은 원숭이는 나무 위로 올라가 벌꿀을 가득 담아 왔습니다. 원숭이는 꿀에서 불순물을 걸러내어 깨끗하게 정제하고, 샘물로 달려가 가장 맑은 물을 받아 꿀을 잘 탔습니다. 여러 번의 노력 끝에 마침내 부처님께 꿀물 공양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꿀물을 드시고, 여러 제자들에게도 나누어 마시게 했습니다. 그 모습에 원숭이는 너무도 기뻐하며 손뼉을 치고 이리저리 뛰다가 그만 커다란 웅덩이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원숭이는 부유한 장자의 집에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복업(福業)이 얼마나 컸든지 꿀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장자는 기뻐하며 아이에게 밀승(蜜勝)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밀승은 장성하자, 부처님께 나아가 출가수행자가 되었습니다. 그에게 매일매일 저절로 세 그릇의 꿀이 생겼는데, 부처님과 승가, 벗들에게 한 그릇씩 공양을 올렸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아래, 그는 곧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가 전생에 원숭이였을 때 부처님께 꿀물을 올린 인연으로 온 세상을 꿀로 변화시킬 정도로 큰 공덕을 얻었다고 칭찬하셨습니다.

금해 스님
금해 스님

순수하고 지극한 공양은 축생의 몸을 단숨에 인간의 삶으로 바꾸어 주었으며, 부유한 장자의 집에 단정한 아들로 태어나도록 하였고, 출가해서도 풍족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해 주었습니다. 모든 공양은 공덕입니다. 어린아이의 모래 공양도, 외진 산길 오랜 마애불 앞에 올린 귤 하나도 모두 공양입니다. 어떠한 공양이라도 우리들의 지극한 정성은 큰 공덕을 쌓게 합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90호 / 2021년 6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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