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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괴로움의 원인을 묻는 바라문을 교화하다

모든 괴로움은 집착을 인연으로 생겨난다

괴로움은 받은 것이 아니라
집착으로 스스로 만드는 것
괴로움을 뛰어넘기 위해서
자아라는 망상서 벗어나야

인류가 생겨난 이래, 인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인간 존재의 한계란 다름 아닌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다. 인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왔다. 그 방법들은 종교와 철학, 과학 등이다. 이 가운데 종교는 유일하게 죽음 문제를 직접 다룬다. 그리고 각 종교는 이 죽음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해결책의 대부분은 절대자 신의 구원을 통해 가능하다고 하거나, 사후세계의 존재를 부정하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불교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비판하며, ‘늙음, 질병, 죽음’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 그것은 이들 ‘노병사(老病死)’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혀 그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숫따니빠따’ 제5장에는 ‘젊은 사제 메따구의 질문(Mettagumāṇavapuccha)’이라는 작은 경전이 전한다. 그는 부처님께 괴로움을 주제로 질문을 한다. 이는 지난 호에 살펴 본 바바린의 16제자 중 한 사람이다. 

[멧따구] 당신께서는 지혜를 통달하신 분, 자신을 다스린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는 갖가지 괴로움이 있는데, 그것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입니까?
[붓다] 멧따구여, 그대는 내게 괴로움의 원인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대에게 말하겠습니다. 이 세상에는 갖가지 괴로움이 있는데, 그것들은 집착을 인연으로 생겨납니다. 참으로 지혜가 없는 자는 집착을 짓고, 아둔한 자는 거듭거듭 괴로움에 다가갑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집착을 짓지 않고, 괴로움이 존재의 근원이라고 관찰합니다. 

젊은 사제 멧따구는 세상의 온갖 괴로움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를 여쭈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간단명료하게 ‘집착(upadi)’을 원인으로 해서 생겨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불교는 집착이 불러오는 문제들을 진단하고, 집착의 위험성에 대해 그 어떤 종교보다도 강력하게 경고한다. 무집착의 덕이 생활 속에 구현되는 삶이 ‘무소유의 삶’이다. 결국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집착하지 않는 삶을 말하는 것이다.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끊임없이 집착하여, 반복적으로 괴로움에 다가간다. 누가 괴로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괴로움 속으로 밀어 넣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집착’이라는 그 하나 때문에 괴로움을 싫어하면서도 그 괴로움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집착으로 인한 괴로움이 존재의 근원임을 올바르게 보기 때문에, 어떤 집착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처님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깨어 있는 의식을 갖고 올바르게 자신과 세상을 볼 것을 가르치신다. 

[멧따구] 저희가 물은 바를 당신께서는 설명해 주셨습니다. 다른 것을 묻사오니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현자들은 거센 흐름, 태어남과 늙음, 슬픔과 비탄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까?
[붓다] 멧따구여,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그대가 인식하는 어떤 것이라도, 그것에 대한 환락과 집착과 그 의식을 제거하고, 존재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해서 깨어있음을 확립하고, 방일하지 않는 비구는 내 것이라고 집착했던 것을 버리고, 태어남과 늙음, 슬픔과 비탄을 버리고, 이 세상에서 바르게 안 자는 괴로움을 여읠 것입니다.

멧따구는 이제 괴로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묻고 있다. ‘거센 흐름(ogha)’이란 번뇌를 의미한다. 괴로움의 원인이 집착임이 밝혀졌고, 집착은 다름 아닌 번뇌다. 이에 부처님은 어떠한 사유라도 그것에 기뻐하거나 집착하지 말 것을 가르치신다. 인간이 겪는 고통은 자아라는 망상, 내 것이라는 욕망을 일으키는 생각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생각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깨어있음(sati)를 확립하며, 집착을 여의면 이 세상을 바르게 알게 되고 고통을 여읜다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에 멧따구는 환희하며, 부처님 제자가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90호 / 2021년 6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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