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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외면한 불교가 존재할까

기자명 이병두

코로나19 문제로 온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지만 사태가 시작된 지 2년에 가까워지면서 여기에 익숙해졌는지 이젠 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까지 엿보인다. 한편으로는 너무 심각하게 여기며 우울증을 앓지 않는 것이 다행스럽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굳어지면 우리 사회가 너무 삭막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 상황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함께 맞이하는 것인데 불교계만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며 ‘무대책이 최상의 대책’이라며 태평한 사람들도 많지만, 정말 그럴까. 사람들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힘들어할 때 그 짐을 가볍게 해주고 따뜻한 손으로 잡아주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 아닌가. 특히 요즈음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중생(인류)의 고통을 꿰뚫어 그 원인을 찾아내고 그 고통을 없애는 길로 인도해주면서 탄생한 종교인 불교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지 않겠는가. 그런데 “과연 우리에게 그럴 원력과 의지가 있는가. 혹 생각은 해보지만,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지 구체적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머릿속에서 여러 물음이 계속 일어나는데, 답은 찾기 어렵다.

1945년 민족해방 이후 급격히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며 무너진 교단을 살려내고 사찰을 유지하며 생활을 유지하기에만도 바빴던 스님들도 이런 고민을 계속 안고 있었을 것이다. 그 사이 새로운 흐름인 서양 문명과 삶의 방식에 이미 아주 가깝게 다가가 있던 기독교(가톨릭과 개신교)는 권력의 집중 지원까지 받으며 빠른 속도로 교세를 확장해갔다. 이렇게 ‘비정상이 정상’으로 굳어져, 수혜자인 기독교는 물론이고 불교와 천도교 등 이 흐름에 뒤처지고 권력의 차별을 받았던 쪽에서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위기감은커녕 문제의식조차 없다.

최근 참여한 두 모임이 내게 숙제를 준다. 하나는 지역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40~60대 후반의 회원들 열두 명이 함께 한 곳인데, 그중에 불교인은 나를 포함해 단 세 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기독교인이었다. 다른 하나는 모 연구소에 근무하는 20~40대의 젊은 연구원들 10명에게 고달사 안내를 맡게 된 자리였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젊은이들 중 ‘불교인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20~30대 젊은이들이야 그렇다고 할지라도, 40~60대 장년층까지 이렇게 된 현실을 외부 권력의 차별과 탄압 탓으로만 돌려도 될까.

이 두 모임 이후 고향인 여주 지역을 돌아볼 때 유심히 살펴보았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 초반까지 여주 읍내에 가톨릭 성당·감리교회와 성결교회가 하나씩 있었다. (물론 면소재지와 시골 마을에도 작은 교회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읍내에만 이 세 곳 말고도 교회 여러 곳이 들어섰고, 예전의 교회들도 넓은 주차장과 카페까지 갖추어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편하게 찾아와 차 마시며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며 아파트 단지마다 교회 한두 곳이 생겼다. 군내에 한 곳 뿐이던 가톨릭 성당도 몇 곳으로 늘어났지만 사찰 숫자는 5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 아마 이런 흐름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불교계는 외부의 차별에 더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내부 갈등과 분쟁에 대처하기에만도 바빠서 세상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여 진화하는 데에 실패한 것이다.

이번의 코로나19 사태가 ‘잘 적응하여 살아남아 사회를 이끌어갈 것인가 적응에 실패하여 도태될 것인가’ 기로일지 모른다.

‘왜 사람들이 불교를 외면하게 되었을까, 혹 불교가 먼저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았나? 전통이라는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어두고 세상의 변화를 모른 척한 것은 아닌가?’ 진지한 고민과 냉철한 판단이 절실하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93호 / 2021년 7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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