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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삼보사찰 천리 순례’ 의미 크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7.19 09:54
  • 수정 2021.07.19 16:52
  • 호수 1594
  • 댓글 4

불법승 상징 특정사찰 한국 유일
세 사찰 연계한 대장정 성스러워
고통 덜어내고 새 삶 펼쳐 보려는
현대인 갈망도 올곧이 품을 길

지난해 10월 진행된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모습. 법보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진행된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모습. 법보신문 자료사진.

한국불교 최초의 ‘삼보사찰 천리 순례길’이 열린다. 승보종찰 송광사에서 시작해 법보종찰 해인사를 거쳐 불보종찰 통도사에 이르는 423km 거리의 대장정이다. 

성지는 종교적 특성을 함유한 성스러운 기억이 보존된 곳이다. 종교·교파의 발상지이거나 성인의 유품·유골이 봉안된 곳, 기적·효험이 일어난 장소 등이 성지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5대 적멸보궁, 삼보사찰(三寶寺刹), 3대 관음성지. 나한·문수·지장도량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삼보사찰은 매우 독특하다. 불법승(佛法僧) 상징 사찰을 하나로 묶어 ‘삼보사찰’이라 특정 지어 명명하고, 그 역사를 지금까지 이어오는 건 한국불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인도나 중국,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학계에 따르면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 홍석주가 쓴 ‘연천옹유산록’에서 삼보사찰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고 한다. ‘불가에서 말하기를 동국사찰에는 삼보가 있다. 통도사에는 불두골이 있어 불보이고, 해인사에는 용장(龍藏·팔만대장경)이 있어 법보다. 또한 이 절(송광사)을 승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보조(普照) 이래 16국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글은 조계총림 송광사 우화각 현판에 새겨져 있다. 20세기 불교학자 이능화가 삼보사찰에 대한 정의를 좀 더 명확하게 내리며 널리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후 3개 사찰이 각각 총림으로 지정되며 삼보사찰로서의 위상은 더욱 공고히 다져졌다. 

순례는 답사·여행과는 결이 다르다. 신앙심 고취에 방점을 찍고 떠나는 길이다. 부처님도 성지순례가 좋은 수행법의 하나임을 설파하셨는데 ‘대열반경’이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사대성지를 순례하면 비록 내가 없어도 나의 가르침에 따르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언제나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겠다.’

붓다고사는 ‘청정도론’에서 부처님 회상 수행법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 또한 성지순례와 맥이 통한다. ‘비구가 부처님의 회상에 전념하고 있을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을 더욱 존경하게 된다. 그의 몸은 부처님의 덕을 회상함에 따라 스승과 함께 사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의 마음은 부처님의 영역으로 향한다.’ 붓다고사는 또한 계율을 어긴 순례자가 성지에 들어서면 부처님을 마주하고 있듯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도 했다. 이처럼 순례는 흔들린 신심을 올곧이 세워준다. 이것은 순례의 가피이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모습. 법보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진행된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모습. 법보신문 자료사진.

새롭게 개척될 ‘삼보사찰 천리 순례길’에 거는 기대는 크다. 한국불교 대표 순례길의 하나로 자리 잡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해당 종교나 역사와 연관 깊은 곳을 성지로 삼아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일본의 시코쿠헨로(四国遍路)도 그중의 하나다. 

헤이안(平安·794∼1192) 시대 후기 형성되어 중세 무로마치(室町) 시대 정착된 이 길은 근세에 들어 대중화됐다. 순례자들은 일본 시코쿠의 네 개의 현(県)에 걸쳐 있는 영장(靈場·성지) 사찰 88개소를 참배한다. 발심(23개), 수행(16개), 보리(26개), 열반(23개) 4개의 주제별로 묶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불심 고취를 위한 세심한 설계가 돋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순례길은 산티아고다. 스페인 북부의 동쪽에서 서쪽에 걸친(프랑스, 스페인, 포르투칼) 800km의 여정이다. 2018년 산티아고순례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32만의 여행자들이 이 길에 올랐다고 한다. 그중 93%에 이르는 30만명이 도보를 선택했는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다.

주목할 점은 두 순례길 모두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성찰하며 삶의 대전환을 도모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은 슬픔과 절망으로 점철된 삶의 무게를 덜어내려는 몸부림이자, 새로운 삶의 여정을 펼쳐보려는 갈망이기도 하다.      

‘삼보사찰 천리 순례길’은 신심을 증장시키고자 발원한 불자들과 미지의 세계로 떠나 행복의 단초를 마련하고자 하는 일반인들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보완하고 다듬어 가면 시코쿠헨로와 산티아고 길과 견줘도 손색없는 순례길이 되리라 본다. 그 첫 대장정에 수희동참하기를 권한다.  

[1594호 / 2021년 7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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