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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滿月)을 관해 마음의 고요·평온을 찾다

  • 문화
  • 입력 2021.08.10 16:23
  • 수정 2021.08.10 16:26
  • 호수 1597
  • 댓글 0

박경귀 작가, 8월18~24일 동덕아트갤러리서 ‘관심의 표상’
각국 불상의 두광 그려 넣어 동방으로 향한 빛의 여정 사색

전통 불화기법을 차용해 이 시대의 불화를 작업 중인 박경귀 작가가 개인전을 연다. 8월1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 주제는 ‘관심의 표상’이다.

불교 수행법 중에 ‘관불삼매(觀佛三昧)’가 있다. 부처님의 공덕과 상호를 생각하고 관찰하며 수행하는 참선법이다. 수행자들은 오래전부터 불상을 수행처로 모셔두고 깊이 바라보며 관불삼매의 방편으로 삼아왔다. 수행자들는 삼매에 들기 위한 표상(表裳)으로 불상을 선택한 것이다.

‘사르나트에 떠오른 만월’, 110×110cm, 문양 천 위에 분채, 2021년.
‘사르나트에 떠오른 만월’, 110×110cm, 문양 천 위에 분채, 2021년.

관심(觀心)은 ‘자기 마음의 본성을 밝혀 관조(觀照)하는 것’이다. 박경귀 작가는 자신을 바라보기 위한 표상으로 ‘만월(滿月)’을 택했다. 작은 초승달에서 시작해 커다란 보름달로 변하는 달의 생태가 수행자가 정진해 마침내 정각을 이뤄내는 모습과 같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만월을 그리거나 바라보면 수행자의 정진하는 모습이 중첩되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게 한다.

작품 속 만월에는 불상의 머리 광배인 두광(頭光)의 문양을 그려 넣었다. 기원 5세기 전후 인도와 동방 각국의 불상에 표현된 두광 문양이다. 이 시기 동방으로 뻗어 나간 빛의 여정을 사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품명을 ‘갠지스강 위의 만월’ ‘다퉁을 밝힌 만월’ ‘사비성에 뜬 만월’ 등 불상이 조성된 곳의 지명이나 도시명을 붙인 이유도 빛이 머문 도시의 삶과 장소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만월은 원형이다. 각이 무한히 많아지면 원형이 된다. 원은 무한히 많은 각의 집합이어서 조형적으로 가장 고차원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반대로 각이 없으므로 조형상 가장 단순한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원은 중심에서 테두리까지의 거리가 같아서 안정적이고 균형적이다. 만월에도 이러한 원의 속성이 내재돼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해진다.

‘다퉁(大同)을 밝힌 만월’, 80×80cm, 문양 천 위에 분채, 2021년.
‘다퉁(大同)을 밝힌 만월’, 80×80cm, 문양 천 위에 분채, 2021년.

“인터넷의 발달로 24시간 새로운 정보와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은 극도로 축소됐다.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를 쉴 새 없이 접하다 보니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 어려워진 것이다. 동시대인의 이러한 삶을 보며 그들이 ‘관심’에 들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 ‘만월’ 작업이다. 관심은 고요와 평온에서 자기 마음챙김이며, 만월은 마음을 고요와 평온으로 초대하는 문이다.”

그는 이러한 형식의 작품을 ‘이타회화’라 부른다. 감상자를 성찰하게 하는 이타적 그림이라는 측면에서 그렇게 정의했다. 그의 작업은 이타적 속성을 내재한 전통 불화의 속성을 동시대인의 조형 언어로 변환시킨 ‘동시대성 불화’인 것이다.

한편 박경귀 작가는 동국대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불교미술협회 회장을 맡아 한국불교미술인의 갈 길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국민대에서 미술학 박사과정에 밟고 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97호 / 2021년 8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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