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 국립중앙박물관 가는 길

기자명 최명숙

장애인 불교접근권 확대 위한 노력 필요

장애인들과 박물관 나들이 진행
법당참배 어려운 현실서 박물관은
불교문화 살필 수 있는 좋은 공간
장애인과 함께하는 문 넓어지길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전시장의 김천 갈항사 터 동ㆍ서 삼층석탑.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전시장의 김천 갈항사 터 동ㆍ서 삼층석탑.

하늘에 열돔이 쳐진 듯 날은 덥고 코로나19는 방역 4단계에도 꺾이지 않고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창밖에서 매미도 대단한 여름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를 나섰다. 박물관에서는 방역의 일환으로 관람객 제한 사전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어 미리 예약을 해두었지만, 무더위 속에 나서기가 망설여지기도 했다.

회기역에서 이촌역 방향 경의·중앙선 전철을 기다리는데 젊은 여자 한 명이 나에게 동묘앞역을 가려면 무엇을 타야 하는지 물어 건너편 승차장에서 인천과 수원행 1호선을 타라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어눌한 내 말에 믿음이 안 갔는지 옆에 섰던 사람에게 다시 묻더니 나와 같이 경의·중앙선을 탔다. 그녀는 열차가 왕십리역을 지나자 이상함을 느꼈는지 다시 한 어르신에게 물었다. 어르신은 힐긋 그녀를 쳐다보며 “차 잘못 탔수, 지금 하는 핸드폰 검색은 멋으로 하우?”라고 답을 짧게 했다. 어르신의 짧은 대답과 급히 열차에서 내리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에고” 하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 뒤에 서 계신 것을 먼저 타시라고 자리를 바꿔 드린 어르신인데다 그녀에게 타라는 손짓으로 성의없이 대답해준 사람의 어정쩡함과 그녀에게 유쾌하지 않았던 내 기분이 서로 얽혀 나온 한숨이었다. 만약에 그녀가 나의 말을 들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해프닝이기도 했다. 나의 외모와 그녀의 태도는 일상에서 종종 그려지는 상관도이기에 그녀에게 작은 깨달음이 있는 날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촌역에 내려 도착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안에는 불교조각실과 불교회화실이 별도의 공간으로 마련돼 있다. 불교조각실은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한국 불교조각의 시대적인 흐름과 불교도상에 따른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다. 먼저 입구를 들어가면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 제작된 대형의 석불과 철불들이 있고 또한 소형의 금동불상을 시대별, 주제별로 감상할 수 있게 해 한국 불교조각의 특징과 조형미 등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다. 

 2층 불교회화실에서는 국보 제299호 ‘공주 신원사 괘불’이 전시되고 있었다. 괘불은 높이 10m, 너비 6.5m, 무게 100kg이 넘는 대작으로 열아홉 폭 삼베를 이어 만든 화폭의 중앙에는 노사나불이 모셔져 있다. 그리고 탑, 석등 등 다양한 석조물이 정원처럼 조성된 야외전시장은 산책하듯 관람하면 좋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장애인들과 박물관 나들이를 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해외에서 온 기획전시, 신원사 괘불 전시와 같은 특별전시 등이 때마다 있어 새로워한다.

중증장애인들이 사찰의 경내까지 들어가기는 쉽지만, 법당 참배는 실질적으로 어려운 면이 많다. 경사로와 편의시설이 갖춰진 사찰의 외경은 두루 둘러 볼 수 있지만, 전각마다 모셔진 불상들은 각각의 다름과 특성이 있음에도 문 밖에서 참배 후 살펴보아야 한다. 문화재보호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법당의 편의시설 설치가 어려운 현실에서 박물관은 불교문화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박물관을 나오며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장애인의 불교접근권이 좀 더 좋아지기 위해서는 여러 방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님들께서는 절을 찾는 장애인을 친절히 맞아주시면서 절의 전각 한 곳을 장애인이 들어가 참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해 편의시설을 갖추는 노력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 문화, 예술 등 불교단체에서는 장애인이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문을 넓혀주고 몇 년 새 크게 발전한 불교콘텐츠의 하나로 장애인 포교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 조성에도 뚯있는 불자들의 동행이 필요하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cmsook1009@naver.com

[1597호 / 2021년 8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