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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산청 심적사 대웅보전

기자명 법상 스님

온 세계 두루  비추는 부처님 진리 찬탄

불보살 공덕 노래로 찬탄한 게송
부처님 진리는 어둠 밝히는 등불
도장처럼 왜곡 않고 전해야만 해

산청 심적사 대웅보전 / 글씨 우송 민효식(友松 閔孝植 1926~?).
산청 심적사 대웅보전 / 글씨 우송 민효식(友松 閔孝植 1926~?).

威光遍照十方中 月印千江一體同
위광변조시방중 월인천강일체동
四智圓明諸聖士 賁臨法會利群生
사지원명제성사 분림법회이군생

위엄의 빛이 시방 가운데를 두루 비추니/ 달이 일천 강에 비추어도 모두가 하나이다./ 사지에 완전하게 밝으신 모든 성현이/ 분연히 법회에 임하여 군생을 이롭게 하시네.

이 게송은 주로 불보살 등을 찬탄하는 ‘가영(歌詠)’으로 널리 쓰였던 게송이지만 지금은 사찰의 주련으로 더 많이 볼 수 있다. 불교의식에서 가영이라고 하는 것은 불보살의 공과 덕을 노래로 읊조려서 찬탄하는 것이며 ‘가송(歌頌)’이라고도 한다. 불교의 의식을 수록한 ‘범음산보집’ ‘작법귀감’ ‘석문의범’ 등에 실려 있다. 

위광(威光)은 남에게 외경될 만한 덕스러운 힘을 말한다. 공경하면서도 두려워한다는 뜻으로 위엄이라고 하며 점잖고 엄숙하다는 의미다. ‘화엄경’ 세주묘엄품에서 선혜위광마후라가왕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대중에게 게송으로 전하는 내용을 보면 ‘여래의 성품이 청정하여 위엄과 광명을 널리 나타내어 중생을 이익되게 하며 시원한 감로의 길을 보여 모든 고통이 길이 소멸하여 의지할 데 없게 하였네’라는 찬탄이 있다. 광은 빛을 말하며 곧 진리다. 중생은 무명에 가려져 있고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하며 깨달음을 빛으로 나타내어 광명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진리는 세상의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과 같다고 하여 법등이라고 하는 것이다.

변조는 부처님의 진리가 온 세계에 두루 비춘다는 것을 말한다. 왜 비춘다는 조(照)를 썼을까? 진리를 빛에 비유했으므로 이를 대구(對句)하고자 조를 사용한 것이다. 변은 두루하다는 뜻으로 그 무엇도 장애가 되지 않는 무차를 말한다. 곧 위광변조는 변조광명이며 이는 시방세계에 두루 비추는 광명이라는 뜻이다. 시방(十方)은 시방세계를 줄여서 나타낸 말이며 온 세상을 표현했다. 위광변조시방에서 광명인 진리는 불변하는 것이기에 이를 다르게 표현하여 법이라고 한다. 이러한 개념에서 본다면 첫 줄의 게송은 변조법계(遍照法界)라고도 하며 부처님은 변조법왕(遍照法王)이 되는 것이다.

월은 보름달이다. 보름달은 그 밝기가 은은하며 어디에도 이지러짐이 없기에 부처님 법이 그러하다고 비유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달은 밤에 뜨기에 밤은 무명을 말하며 이를 타파하는 달을 부처님의 진리에 비유하여 예로부터 사용했다. 인은 도장, 인장을 말한다. 도장은 새겨진 대로 찍어 내기에 더함도 뺌도 없고 오직 있는 그대로만 나타낼 뿐이다. 부처님 말씀도 왜곡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전해야만 한다. 만약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사이비가 된다. 고로 월인은 부처님의 말씀이다. 

천강은 일천 개의 강으로 앞서 나온 시방과 같은 표현이다. 달을 인용해 말하고자 하기에 천강이라고 했을 뿐이다. 고로 천강은 두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그 하나는 사바세계이며 또 다른 하나는 중생 개개인을 말한다. 일체동(一體同)은 일체가 다 똑같다는 표현이다. 사지(四智)는 대원경지(大圓鏡智), 평등성지(平等性智), 묘관찰지(妙觀察智), 성소작지(成所作智) 등 지혜의 네 가지 분류로 곧 온갖 지혜이기에 일체지(一切智)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원명(圓明)은 한 점 의혹이나 미진함이 없이 뚜렷하게 안다는 의미다. 성사(聖士)는 지혜와 덕망이 높은 분에 대한 존칭이다.

분림은 응연(應然)이라는 표현과 같은 뜻으로 ‘당연하게’라는 의미다. 법회는 설법하는 모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 시문에서는 도량이라는 뜻도 포함한다. 군생은 많은 사람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중생과 같은 의미다. 이 게송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화엄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화엄경’에 군생이라는 표현이 160여 회 나온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598호 / 2021년 8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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