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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열암곡 부처님’ 일어서야 한다

  • 사설
  • 입력 2021.08.30 11:11
  • 호수 1599
  • 댓글 0

지진에 넘어지고도 상호 완전
‘5cm 기적’은 ‘부처님 가피’
특수공법·예산 미확보 아쉬워
종단차원 ‘성지순례’ 준비 필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김유식 문화체육관광부 학예연구관과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을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세우기’ 불사 관련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문화재 전문가의 합류로 총무원과 문화재청·경주시청 등 행정 기관과의 원활한 소통과 정책협력을 기대할 수 있어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예산·공법 등의 문제로 답보 상태에 놓인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세우기’불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신라를 알고프면 경주에 가 살아라. 겨레의 혼을 알고 싶으면 서라벌(徐羅代)의 흙냄새를 맡으라.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고자 한다면 경주 남산에 가 보아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02년 발행한 ‘경주 남산’ 서문에 새겨진 명언이다. 미술사학자 우현(又玄) 고유섭(1905∼1944년)이 그의 제자 고청 윤경렬(1916∼1999)에게 전한 교시(敎示)라고 한다. 

고청은 평생 동안 경주를 떠나지 않고 남산을 조사하고 소개하는 일에 매진했다. 자서전 ‘마지막 신라인 윤경렬’을 비롯해 ‘경주 남산 고적순례’, ‘경주남산 하나. 둘’ 등을 출간했는데 그중 ‘겨레의 땅 부처님 땅’에 담긴 글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남산은 큰 산도 아니요 절경도 아니다. 그래도 남산은 우리 겨레가 알아야하고 지켜야할 소중한 산이다. 이 산에는 겨레의 꿈이 어린 신화가 있고 겨레의 종교가 숨 쉬고 예술문화가 깃든 예술의 산이기 때문이다.”

그 산에 150개에 이르는 절터가 있다. 불상과 탑, 부도만도 260점에 이르는데 지정문화재만도 40점이 넘는다. 누군가에게 이 산은 ‘천년고도의 노천박물관’이고, 누군가에게는 ‘성산(聖山)’이다. 그러나 불자들에게 이 산은 불산(佛山)이다. 신라 사람도 남산에 존재하는 불상·마애불은 조각된 것이 아니라 현현(顯現)한 것으로 보았다.

2007년 남산 열암곡(列岩谷)에서 앞으로 넘어져 있는 대형 마애불상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시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430년 진도 7에 가까운 대형 지진 때문에 넘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놀라운 건 앞으로 넘어졌음에도 상호가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는 점이다. 마애불상이 쓰러지면서 불과 5cm를 사이에 두고 암반과 부딪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5cm의 기적’이라 회자된 이것은 분명 부처님 가피다.

우리가 지금 친견할 수 있는 상호는 오뚝한 콧날에 가늘게 다문 입술이다. 보는 이에 따라 ‘엄한 부처님’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디지털 스캔으로 입체 실측한 사진은 다르다. 복스러운 얼굴, 자비스런 미소, 거기에 이지적 풍모까지 더한 ‘온화한 부처님’이다. 일각에서는 ‘미남부처님으로 유명한 경주 남산 보리사의 마애불과 카리스마 넘치는 석굴암 부처님의 특징을 모두 지녔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발견 당시 당장 국보로 지정돼도 손색없다고 평가 받을 정도의 고품격 마애불상이다. 

열암곡 마애불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복원 여론은 발견 직후부터 일었다. 그러나 연약한 지반 상황을 감안한 특수공법 모색과 그에 상응하는 예산확보가 원활히 풀리지 않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섣불리 공사에 착수했다가 크게 훼손하는 불운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비극이니 면밀하게 연구검토 하는 건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발견된 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혹시, 특수공법은 찾았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건 아닌가? 아직도 옆으로 뉘일지, 바로 세울지를 고민하고 있는건 아닌가?

경주남산 자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자 문화재인만큼 이 사업은 국가 예산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럼에도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백만원력 결집불사의 하나로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세우기’를 포함시킨 건 이 불사의 지중함을 교계 대내외에 알리고, 나아가 하루라도 빨리 회향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전문가 특보 임명을 계기로 조계종의 의지가 각 행정기관에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총무원과 불국사는 코로나 19 발생 전까지만 해도 이 부처님을 친견하려는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열암곡 마애부처님 친견에 초점을 맞춘 경주남산 순례도 준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크다.

[1599호 / 2021년 9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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