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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안

기자명 승한 스님

요즘 언론중재법 개정안, 일명 ‘언론징벌법'을 놓고 정국이 뜨겁다. 밀어붙이는 쪽에선 이번에 반드시 ‘가짜뉴스'를 잡아야 한다고 국회 통과를 벼르고 있고, 막는 쪽에서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며 ‘진짜뉴스'까지 잡을 것이라고 적극 반대하고 있다.

국민 여론도 두 쪽으로 갈라졌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언론으로부터 일반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피해자 보호라는 명목하에 언론의 자유와 기능을 제약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언론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가치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헌법 제21조에 4개항으로 언론의 자유와 그 한계점을 다음과 같이 명확히 정해놓고 있다.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것에 비춰볼 때 이번 ‘언론징벌법'은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오늘의 우리나라 언론현실에 꼭 필요한 잠금장치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가짜뉴스'로 인해 정신적·물질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열람차단 청구권(언론 피해자가 해당 기사의 온라인 열람을 차단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정정보도 확대 규정,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도입하는 것은 분명 ‘언론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사람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이른바 ‘동아사태'(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 등 군부독재 시절 공권력에 의한 쓰라린 언론통제와 억압을 경험했던 국민과 언론계에선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또다시 그런 도구로 오·남용되지 않을지 큰 걱정을 하고 있다.

특히 이런 우려는 전국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 등 국내 언론 현업 4단체와 민변은 물론 국경없는 기자회(RSF)·세계신문협회(WAN-IFRA) 등 해외 주요 언론단체들도 깊게 갖고 있다.

우리 불교계 언론도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크게 무관하진 않다. 우리 불교계 언론은 언론 본연의 가치목적인 ‘불편부당(不偏不黨)'과 ‘정론직필(正論直筆)'에 더해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하는 사명감을 기초신념으로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하기도 한 ‘파사현정'은 그릇됨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특히 ‘파사현정'은 용수보살의 중관(中觀)사상에서 비롯된 말로서, 중관은 말 그대로 바르게, 아무런 걸림 없이 공정하게 본다는 뜻이다. 부처님 열반 이후 수백 년 동안 온갖 분파의 온갖 이설(異說)-‘가짜뉴스'가 난립하는 것을 본 용수보살은 “깨부숴야 할 사(邪)는 사악한 것이 아니라 저만 옳고 저만 잘났다는 극단의 생각이나 태도”라고 말하며 “양 극단에 치우침이 없는 중도(中道)적 포용을 실현하는 것이 ‘파사현정'”이라고 했다. 

부처님께서도 유훈으로 “뜻[義]에 의지하되, 말에 의지하지 말라”고 이르셨다. 우리 불교계 언론 역시 “꾸며대는 말과 번지르르한 문장”으로 언론과 불교의 가치목적에서 벗어난 적은 없는지 이 기회에 깊이 자성해보아야 한다.

다행히 여야가 한 달여 동안의 냉각기를 갖고 그 안에 충분한 논의와 협상을 통해 이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협의했다. 언론단체와 국민들 의견까지 잘 수렴해 파사현정의 중도적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승한 스님 빠리사선원장 omubuddha@hanmail.net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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