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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즐기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

기자명 자현 스님

코로나 시대 불교 유튜브 ‘성적표’

팬데믹 사태로 우후죽순 생긴
불교 유튜브 상당수 개점휴업
준비 없이 남 따라 ‘묻지마’ 진입
‘개근상’ 노리듯 꾸준히 노력해야

내가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2018년 12월이다. 이유는 무너지는 불교 교육에 대한 대안을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90년대와 2000년대까지가 어찌 보면 불교 교육의 전성기였다. 큰 사찰들에서 불교대학이 만들어지던 시기이며, 이때 가장 부각된 것이 강남의 능인선원이 아닌가 한다. 한때 한 기수에 3000명이 수강했다는 능인선원의 불교대학. 그러나 그 전설은 지금 빛바랜 영광이 된 지 오래다.

불교대학은 2010년대가 되며 급격한 내리막을 걷게 된다. 그리고 나는 2030년 안에 오프라인 불교대학은 몇 곳을 제외하고는 전멸할 것으로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을 찾은 것이 바로 유튜브 교육이며, 이를 잘 성장시켜서 사이버대학으로까지 키워보겠다고 생각했더랬다. 즉 나에게는 나름의 유튜브 구상과 페이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2020년 1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유튜브가 말 그대로 폭발했다. 불교 역시 정부의 비대면 정책을 그 어느 종교보다 잘 준수하면서, 불교 유튜브도 우후죽순으로 개설되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사찰 유튜브도 있지만, 그보다 스님 등이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가 다수를 점했다. 유튜브가 1인 방송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1년 9개월 정도 지난 지금, 사찰 유튜브는 법회 영상으로 채워져 큰 조회 수 없이 밋밋하게 흘러갈 뿐이다. 또 개인 유튜브는 업로드되지 않는 것이 많다. 즉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개점 휴업상태인 것이다. 이 중에는 코로나로 유튜브 광풍이 불었을 때, 교계 언론이나 종단에서 다루었던 유튜브 채널마저도 포함되어 있다.

마치 싸이월드나 다음 카페가 크게 유행했던 때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개설은 많았지만, 1년 9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구독자 1∼2만이 넘으며 지속적인 업로드가 되는 채널은 진짜 손에 꼽을 정도다. 즉 큰 폭의 유행 이후에 나타나는 대멸종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불교 유튜브는 두각을 내지 못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치밀한 생각이나 기획구상 없이 남이 잘된다니까 ‘묻지마’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교 유튜브 중에 어느 정도의 구독자를 보유한 탄탄한 채널들은 대부분 코로나 이전에 개설된 것들이다. 즉 나름의 소신이 존재하는 것으로 급조된 채널이 아니라는 말이다.

‘논어’의 ‘옹야’에는 ‘아는 자는 좋아하는 이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이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는 구절이 있다. 조금 해보고 반응이 없다고 해서 내팽개치는 것은 결코 좋아하는 사람이나 즐김의 경지일 수 없다.

진짜 좋고 재밌는 일이라면, 누가 봐주지 않아도 혼자서 얼마든지 즐기지 않는가? 이런 점에서 본다면, 작금의 불교 유튜버들은 못내 아쉽다.

2010년대에 유행한 것 중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물론 이는 유전에 따른 선천성을 고려하지 않은 거짓말이다. 단신인 김병만이 1만 시간이 아니라, 1억 시간을 노력한들 어떻게 우사인 볼트를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러나 1만 시간을 노력한다면, 누구나 어줍은 생활의 달인이 되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자고 나니 유명인이 되었다’는 말도 있지만, 이거야말로 로또와 같은 요행을 신봉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장자’의 ‘소요유’에는 ‘백 리를 가려는 사람은 전날에 채비하고, 천 리를 가려는 사람은 석 달 전부터 준비한다’는 말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불교 유튜브의 몰락은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다만 불교 유튜브는 딱히 노력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실패에도 큰 데미지가 없다. 즉 그냥 툭툭 털고 일어나면 그만이다.

우수상은 소수의 특별한 자의 몫이다. 그러나 개근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우리 모두의 노력에 의한 가치이다. 우수상에 대한 기대는 잠시 접어두고, 이제는 ‘즐기는 자’의 개근상에 뜻을 두어보면 어떨까! 이렇게 추스르고 가다 보면, 멀리만 보이던 우수상이  금세 내 것이 되지 않을까!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603호 / 2021년 10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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