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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유동숙의 ‘가을 비 소리’

비는 식물을 잘 자라게 하는 생명수
가을비는 풍년 이뤄줄 부처님 손길

‘토다닥 토다락’ 비오는 소리
아기가 꿈속에서 듣는 자장가
부처님 손길 같은 빗방울 소린
시를 유쾌하게 한 소리흉내말

가을에도 비가 와야 한다. 가을에 자라는 곡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가을 곡식을 목마르지 않게 하려는 것은 부처님 마음이다. 가을비는 부처님의 손길에서 내리는 비처럼 조용히 내리면서 익는 곡식, 크는 곡식을 다독여준다.

봄에 씨앗을 싹 틔우는 비가 봄비다. 봄비가 온갖 생명을 일깨우고 산과 들을 초록빛으로 물들인다. 여름비는 온갖 곡식과 숲을 가꾼다. 단비는 어느 것이나 부처님 마음으로 내린다. 그러나 많은 비로 홍수를 일으킬 때도 있다. 홍수는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니지만, 냇둑을 튼튼히 쌓아서 여기에 대비를 하고 있다. 

비는 생명수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식물이 자랄 수 없다. 식물이 자라지 않으면 세상의 어느 생명도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비는 부처님 맘이다. 그래서 비는 부처님 손길에서 내리는 거다.

우리나라는 세계를 놓고 보아서 비가 알맞게 내리는 나라다.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먼저 비 내리는 양을 재어서 백성을 돌보는 데에 활용했던 대왕이 계셨다. 부처님 마음으로 백성을 보살폈던, 세계에서 제일 어진 임금 세종대왕께서 하신 일이다. 그것을 측우기(測雨器)라 이름 하셨다. 백성을 위해서 비의 양을 재는 그릇이라는 뜻이었다. 자랑스런 임금이셨다.    

그러한 나라에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에 풍년이 들고 있다. 가을비를 노래한 동시 한 편을 감상하기로 하자.  
   
가을 비 소리 / 유동숙

익는 곡식 목마르다고 내리는 가을 비
토다닥 토다닥.

우산이 즐겁다고  답하는 노래
토다닥 토다닥.

내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노래.
토다닥 토다닥.

아기가 꿈속에서 듣는 자장가.
내 마음도 아기 되는 소리.
토다닥 토다닥.

마른 흙이 고맙다고 춤추는 노래.
토다닥 토다닥

익은 곡식 더 잘 익으라고
내리는 가을 비. 
토다닥 토다닥.

유동숙, 출간 예정 동시 모음에서.

시인의 생각이 재미있다. 익는 곡식이 목마르지 않게, 목을 적시느라 가을비가 내린다고 했다. 부처님 손길같은 비라는 표현이다. 비 소리는 “토다닥 토다닥”이다. 비 소리가 재미있다. 우산이 즐겁다고 대답하는 소리도 “토다닥 토다닥”이란다. 비 소리에 우산이 대답하는 소리가 어울렸다. “토다닥 토다닥”과 “토다닥 토다닥”이 어울려 장단이 맞다.  

그 비 소리 “토다닥 토다닥”이 시인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노래란다. 그 표현도 재미있다. 그 “토다닥 토다닥”이 아기가 꿈속에서 듣는 자장가란다. 실감이 나는 표현이다. 그 비 소리를 들으면, 엄마 시인 옆에 누운 아기가 잠이 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 “토다닥 토다닥”이 엄마 시인의 마음을 아기가 되게 하는 소리란다. 비 소리에 잠든 아가의 숨소리, 꿈꾸는 소리가 어울려 엄마를 동심의 나라로 이끌어가고 있다. 동심은 부처님 마음이다. 

우리는 흉내말이 발달한 나라말을 가지고 있다. 졸졸 졸졸(흐르는 물소리), 꼬꼬댁(외치는 닭소리) 같은 소리흉내말(擬聲語)과 동글동글, 뾰족뾰족과 같은 모양흉내말(擬態語)이 그것이다. 이들 흉내말이 시를 재미있게 다듬어준다. 그래서 한국의 시는 리듬이 경쾌하고, 흥겹고 재미있다. 그래서 한국에는 인구 비율로 봐서 시인이 많은 나라다.
이 시에서는 부처님 손길에서 나온 빗방울 떨어지는 흉내말 “토다닥 토다닥”이 거듭되면서 시를 유쾌하게 하고 있다. 소리흉내말의 효과를 본 시다.    

시의 작자 유동숙(柳東淑) 시인은 경북 상주 출신이며(1947) 법명이 여여화(如如華)이다. 경남 진주에서 선우선방(禪友禪房)을 운영하면서 군포교와 어린이회, 학생회 지도에 힘쓰고 있다. 세계의 불교성지를 순회하고 선시집 ‘꿈그림자’(2016)를 내었으며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604호 / 2021년 10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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