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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재앙, 닥칠 게 아니라 시작됐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10.19 11:22
  • 호수 1605
  • 댓글 0

고기 한 점 위해 아마존 숲 불에 타
2050년 인류문명 붕괴 허언 아니다
불살생·불이·상생에서 대안 실마리
한 번의 채식 지구에게 땅 돌려줘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와 환경위원회가 ‘기후변화와 불교실천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기후 위기’ 대응방안을 한국불교 대표 종단이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면서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기온은 1.2도 상승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최악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이 숫자가 1.5도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3도 오르면 중국 상하이, 호주 시드니, 이탈리아 나폴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호놀룰루 등 50개의 주요 도시가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지금보다 1.5도 이내일 경우 5억1000만 명, 3도의 경우 8억 명이 침수 피해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침수 피해 8억 명 중 6억 명이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집중 피해가 엄습한다는 건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얘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해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한다고 해도 기온은 1.5도 넘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50년 이후로도 배출이 지속되면 2060년대나 2070년대에 3도 오른다고 한다. 각국의 현 탄소중립 정책에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호주의 한 기관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 안에 인간문명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기후위기는 식량난을 일으킨다. 유엔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10월16일 식량의 날을 맞이해 “마다가스카르에서 온두라스, 방글라데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매일 기후위기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지금은 분쟁이 수백만 명을 배고프게 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기후위기가 분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기아 상태로 빠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위기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따라서 신종감염병과 팬데믹이 더 자주 출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러시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다시 살아난 탄저균이 집단감염을 일으켰던 사건만 들여다보아도 기후위기 속의 새로운 병원체는 언제든 등장할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정녕 마스크 벗을 날’이 올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기후위기 속에서 불교적 대응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당장 해야 할 실천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실천 항목들을 어떻게 전파시켜야 할까? 이 물음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담론을 펼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을 주제로 한 담론만큼은 활발하게 펼쳐왔다. 기후위기도 결국 환경문제라고 보면 실마리는 찾을 수 있다. 

현대의 기후위기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됐음을 직시해야 한다. 공장식 축산업이 육식의 시대를 열었다. 2018년 육류 소비량이 3억 톤이었는데 2050년이면 5억 톤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육식의 시대이기에 공장식 축산업의 규모가 더 확대될 건 자명하다. 더 큰 축사를 지어야 하고, 소에게 먹일 곡물도 더 필요하니 결국 땅을 더 넓혀야 한다. 고기 한 점을 더 얻기 위해 세계최대 습지인 판타나우 숲이 불탄다. 피자에 올릴 새우 양식을 위해 아열대지방의 나무가 베어져 나간다. 우유를 얻기 위해 아마존의 산림도 찢기고 있다. 지구의 허파가 오히려 탄소배출의 근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2050년 안에 인류의 문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예견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생명윤리를 강조하는 5계의 불살생,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도모하는 불이(不二)사상을 조명해야 한다. 우리가 펼쳐온 ‘육식보다는 채식’ ‘쓰레기 줄이기’ 등의 환경운동을 더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끼만 채식을 해도 많은 땅을 지구에 돌려줄 수 있다. 특히 올해 6월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담화문 통해 내놓은 ‘전환’ ‘순환’ ‘지족’ ‘참여’ 등의 4대 전략기조와 실천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불교는 무엇을 할 것인가의 고민과 실천이 절실한 때이다. 기후 위기는 ‘앞으로 닥칠 것’이 아니다. 이미 시작됐다.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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