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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와 자살 문제

기자명 승한 스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매일 100여 명의 사람들이 자해나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의 습격과 장기화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스러운 생존법칙마저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해 또는 자살 시도자는 총 1만8213명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자해 또는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총 3만490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3만6336명)에 비해 3.9%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올 상반기부터 자해 또는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찾는 이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통계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신현영 의원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위험 신호가 증가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청년층에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국민들의 정서적·사회경제적 피해가 자해 또는 자살 등 비극적 형태로 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청년층에는 특히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한해 자해 또는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가 28.7%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와 30대가 15.1%, 10대가 12.8%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되는 것은 20대의 비중이 지난 2016년의 19.6%에 비해 9.1%나 올랐다는 점이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21.1%나 증가해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분류됐다. 성별로는 여성이 2만1176명, 남성이 1만3729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1.5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런 극단적인 선택으로 지난해 사망한 인구는 총 1만319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도 여전히 하루 평균 36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자살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 인원)로 살펴보면, 지난해는 25.7명으로 그 전년도보다 1.2명 줄어든 것이지만, 30대와 20대와 10대는 각각 0.7%, 12.8%, 9.4%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젊은 층, 특히 청소년층의 극단적인 선택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세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5월 ‘코로나19 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불안증과 우울증 유병률이 2배가량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우울증이 있는 비율이 36.8%로, 조사대상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국민, 그 중에서도 20~30대 층은 지금 삶의 방향성을 잃고 있다. 앞으로도 못가고(취업), 뒤로도 못가고(백수), 그렇다고 옆으로도 못가는(단기 알바), ‘진퇴삼란(進退三難)’에 빠져 있다. 가장 큰 책임은 국가(정부)에 있다. 그러나 배려와 온정 그리고 자비가 건조해진 사회의 책임도 무척 크다. 

석가모니는 열반으로 들어가는 데 방해되는 3종류의 열망을 말했다. 쾌락에 대한 열망, 존재에 대한 열망, 파멸에 대한 욕망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자살은 파멸에 이르고자 하는 열망이라고 석가모니는 강조했다. 자살은 세상의 악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불교에서 거부하는 폭력은 비록 자기 자신에게 가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2년여 간 지속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 다 힘든 시기다. 그러나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를 일상의 일로 극복할 날도 머지않았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고, 안아주며, 함께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불교적 삶’이 더욱 필요하다.

승한 스님 빠리사선원장 omubuddha@hanmail.net

[1606호 / 2021년 10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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