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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늙고 병든 장자 나꿀라삐따를 교화하다

육체는 괴로워도 마음만은 괴롭지 않아야

현재의 상태 온전히 보는 것이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지혜
삼학을 배워서 실천하게 되면
괴로움에서 온전하게 벗어나

생로병사를 인생의 네 가지 고통[四苦]이라고 한다. 여기에 구부득고(求不得苦), 원증회고(怨憎會苦), 애별리고(愛別離苦), 오음성고(五陰盛苦)를 합하여 인생의 여덟가지 고통[八苦]라고 한다. 고통을 다시 세 가지로 분류하면, 고고(苦苦), 행고(行苦), 괴고(壞苦)로 나눈다. 이 가운데 부처님이 고통의 가장 근원적인 특징으로 언급하신 내용은 행고, 즉 무상하기에 겪는 고통이다. 무상(無常)은 변화를 의미하는 말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이것이 이 세상의 참된 모습인 것이다. 변화하는 것에 고집부리고, 변화하지 않기를 바랄 때, 우리는 고통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상윳따 니까야’에 ‘나꿀라삐따의 경(Nakulapitasutta)’이 전한다. 한 때 부처님이 코삼비의 속국이었던 박가(Bhaggā)국의 숭수마라기리(suṃsumāragiri) 사슴공원(migadāya, 鹿野園)에 머물고 계실 때, 장자 나꿀라삐따가 찾아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장자] 세존이시여, 저는 늙은 데다가 만년에 이르러서 몸에 병이 들어 종종 병고에 시달립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세존과 존경스러운 비구들의 모습을 친견하러 오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제가 오랫동안 안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제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제게 가르침을 베풀어 주십시오.

[붓다] 장자여, 참으로 그렇습니다. 장자여, 참으로 그렇습니다. 장자여, 그대의 몸은 허약하고 낡아버렸습니다. 장자여, 하물며 어떤 사람이 그와 같은 몸을 이끌고 다니면서 아주 잠시라도 건강하다고 주장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어리석은 자라고 알 것입니다. 그러므로 장자여, 그대는 이와 같이 ‘나의 몸은 괴로워하여도 나의 마음은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배워야 합니다. 장자여, 그대는 이와 같이 배워야 합니다.

누구나 태어나면 늙고 병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관념적으로 이해하면 현재 내가 겪고 있는 늙음과 병듦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나꿀라삐따 장자가 부처님을 찾아뵙고 한 말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통해 안녕과 행복을 얻고자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런 장자에게 현재의 상태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그대의 몸은 허약하고 낡아버렸습니다’라는 말씀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음’이라고 분명히 말씀하고 계신다. 사과를 사과로 보는 사람에게는 그것을 통해 다양한 활용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과를 사과로 보지 못하면 그것을 옳게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서 ‘정견(正見)’, 즉 바르게 보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는 알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 ‘나의 몸은 괴롭더라도 나의 마음은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이는 ‘화살의 경’에서 하신 말씀인 ‘육체적 괴로움 하나만을 경험할 뿐, 정신적 괴로움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evaṃ sikkhitabbaṃ)”라고 하신 부분이다. 

삼학(三學 : 계정혜)은 세 가지 배워야 할 것을 의미한다. 그와 같이 몸은 괴로움을 경험해도, 마음은 괴로워하지 않는 것은 마땅히 배워야 할 내용인 것이다. 이것은 관념적으로 이해하는 영역이 아닌, 실천의 영역이기에 그렇다. 그러면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가 문제가 된다.

나꿀라삐따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자리를 떠났고, 이어 사리뿟다 존자를 찾아뵈었다. 그 자리에서 사리뿟따 존자는 장자의 안색이 청정하고 밝은 연유를 물었고, 장자는 자신이 받은 가르침을 전하였다. 이에 존자는 배워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로 설명하였는데, 그것은 오온 각각에 대해서 ‘나는 색(수상행식)이고, 색(수상행식)은 나의 것이다’라고 여기지 않으면, 몸은 괴로워도 마음은 괴롭지 않게 된다고 가르쳤다. 

몸이 괴로울 때 마음도 괴롭고, 마음이 괴로울 때 몸도 아픈 것은 그것이 자신이라고 고집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것을 깨닫고 환희하였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608호 / 2021년 11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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