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무지가 모든 고통의 근원이다. 무지는 실상을 들여다보지 못하거나 외면할 때 더 깊어진다. 현대의 음식문화가 그렇다. 기름진 식탁의 풍성함은 숱한 생명의 고통과 희생의 대가이며, 인류의 기아와 건강 문제, 지구 환경에 엄청난 피해로 돌아옴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맛에 대한 탐착은 자비심을 상실케 하고, 그 생명들이 어떻게 우리 앞에 오는지를 살피지 않는다.
스웨덴의 수의사가 쓴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의 존재 의미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저자는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다 아무도 대변해주지 않는 동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축장 일에 지원한다. 동물보호 규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돼지, 소, 닭 등 식용육의 하역, 수송, 보관, 도축 과정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참혹한 장면을 마주하고, 그 먹먹한 날들을 묵묵히 일기로 남긴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도축장을 가감 없이 해부한 이 기록은 현대문명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던 도축장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들의 참극이 펼쳐지는 생지옥을 통해 평범한 우리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11호 / 2021년 12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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