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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바라문 청년 수바를 교화하다 ②

사무량심 닦는 것이 브라만과 함께 사는 것

창조주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창조주 구원이란 은총이 필요
부처님은 생천의 조건에 대해
사무량심의 실천이라고 밝혀

바라문 청년 수바는 바라문 계급 출신으로서, 바라문에 대한 자부심과 당시 출가 사문에 대한 다소의 적대감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수바가 출가 사문보다 바라문과 같은 재가자의 삶이 더욱 착하고 건전한 것을 성취한다는 것을 부처님께 질문하면서, 대화가 시작되었다. 

수바는 부처님께 양자택일의 질문을 했지만, 부처님은 재가자이건 출가자이건 잘못된 실천을 하느냐, 올바른 실천을 하느냐에 따라 판단해야지, 재가자가 더 낫다거나 출가자가 더 낫다고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이에 수바는 다른 다양한 질문들을 던졌고, 부처님은 그를 다양한 가르침과 비유로 잘못된 견해들을 하나씩 스스로 깨닫게 하였다. 수바가 알고 믿고 있는 것들은 전해져 내려오는 가르침에 근거한 것들이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여 아는 내용이 아닌, 전승된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을 갖고 부처님과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부처님은 이러한 수바의 견해를 다양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 견해를 바로 잡게 한 뒤, 바라문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로 대화를 이끌게 된다. 그 주제는 바로 이 세계를 창조한 창조주인 브라흐마와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말하자면 브라흐마의 세계에 태어나는 것이다. 

[붓다] 바라문 청년이여, 나는 브라흐마 세계를 잘 알고 있고, 브라흐마 세계에 이르는 길을 잘 알고 있고, 어떻게 수행해야 그곳에 태어나는 지를 잘 압니다.

[수바] 존자 고따마여, 저는 ‘수행자 고따마는 브라흐마와 함께 사는 길을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들었습니다. 고따마 존자께서는 브라흐마와 함께 사는 길을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붓다] 바라문 청년이여, 브라흐마와 함께 사는 길은 어떠한 것입니까? 바라문 청년이여, 세상에서 비구가 자애의 마음으로 동, 서, 남, 북, 위, 아래와 옆의 모든 곳을 빠짐없이 가득 채워서, 광대하고 멀리 미치고 무량하게, 원한 없고 악의 없는 자애의 마음으로 일체의 세계를 가득 채웁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연민의 마음으로, 기쁨의 마음으로, 평정의 마음을 닦습니다. 바라문 청년이여, 자애의 마음, 연민의 마음, 기쁨의 마음, 평정의 마음에 의한 해탈이 이와 같이 닦여지면, 한계 지워진 활동은 남지 않고 아무 것도 없게 됩니다. 바라문 청년이여, 힘센 나팔수가 사방에 어려움 없이 소리를 알리듯, 이 네 가지 마음에 의한 해탈이 잘 닦여지면 한계 지어진 활동은 남지 않고 아무 것도 없게 됩니다. 바라문 청년이여, 이것이 브라흐마와 함께 사는 길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번뇌를 여의는 가르침으로 향한다. 번뇌 없는 삶, 그것이 바로 열반의 삶이고, 해탈의 삶이기 때문이다. 위의 경문에서 부처님은 수바에게 사무량심의 가르침을 설하셨다. 사무량심은 달리 사범주(四梵住)라고도 한다. 즉 브라흐마와 함께 사는 네 가지 방법이란 의미이다. 본래 사무량심(四無量心)은 ‘숫따니빠따’와 같은 경전에서는 해탈도(解脫道)로 언급되기도 하지만, 브라흐마의 세계에 태어나는 방법인 생천도(生天道)로 언급되기도 한다. 

보통 창조주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창조주의 구원이란 행위가 요구된다. 즉 창조주의 허락 없이는 그 세계에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곳에 태어나는 방법은 창조주의 구원이란 행위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방법은 모든 생명에 대한 자애의 마음(慈心), 연민의 마음(悲心), 기쁨의 마음(喜心), 평정의 마음(捨心)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사범주의 가르침은 단순히 마음만 가지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원한 악의 등과 같은 불선법(不善法)을 제거하여 선법(善法)을 성취하면 바로 창조주 브라흐마의 세계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르침을 듣고 수바는 기뻐하며 부처님께 귀의하며 재가신자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612호 / 2021년 12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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