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부처님과 부처님 세계-(2)작가의 구상

아함경‧베다‧대승 총 망라 플롯 구성

행과 원은 세상 변화의 원동력
그 실천 주체로 보살을 표상화
세주묘엄품 제1을 첫머리 배치
설법 무대 육하원칙으로 구성

‘①거과권락생신분’에 속한 총 6품에 나오는 이야기의 주제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부처님이란 어떤 존재인가? 둘째는 이 세계는 어떻게 생겼는가? 기원 후 1~2세기 경, 대승불경 구성작가는 ‘기존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활용하여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화엄경’ 편집을 구상한다.

작가는 우선 ‘설일체유부’와 ‘경량부’를 비롯 각 부파에 속한 스님들이 외워 전승하던 소위 ‘아함경[니카야]’ 이야기를 비롯해, 관련된 해석학적 이론을 섭렵했다. 또 ‘베다’를 포함한 인도 고유 사상가들의 이야기도 섭렵했다. 나아가 기원 전후로 등장한 ‘대승을 자처하는 새 불교 운동가들이 지어낸 수많은 이야기들’도 섭렵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모은 구성작가는 다음과 같은 철학에 입각하여, ‘화엄경’ 편집을 위한 ‘플롯(plot)’을 구성한다.

첫째, ‘진리’ 또는 ‘진리 체험자’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모든 곳에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복수(plural)이고 상호 연관되어 있다. ‘화엄경’에 나오는 비유처럼, ‘존재하는 모든 물[水]’이 ‘바닷물’과 연결되듯이, 모든 존재는 ‘비로자나 부처님’과 연결되어 있다.

둘째, 진리와 그 체험자가 무수하기 때문에, 작가는 진리 체험을 말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했다. 그는 ‘광명’ 즉 ‘빛’에 착안했다. 태양으로 인해 생물이 자라고 제 빛을 내듯, 비로자나 부처님의 ‘가피 광명’을 받아 모든 존재들이 존재의 실상을 설법하게 했다. ‘주인공과 들러리[主伴]’의 구별을 없앴다.

셋째, ‘인과적 해석’이야말로 ‘지각과 추리’, 그리고 ‘타자와의 논증’에 가장 유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작가는, ‘화엄경’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를 인과적으로 엮어 연결했다.

넷째, ‘화엄경’ 구성작가는, 생명 있는 존재들이 몸으로 하는 실천[行]과 마음으로 하는 희망[願], 이 둘이야말로 인생사와 세계변동의 원동력이라 확신했다. 그리하여 ‘행과 원’ 사상으로 모든 이야기를 엮으면서, 그 실천 주체로 ‘보살’을 표상화시켰다.

이상은 ‘화엄경’ 전편에 흐르는 작가의 다중적 플롯(plot)이다. 작가는 ‘세주묘엄품 제1’을 ‘화엄경’ 첫머리에 배치시켜, 향후 설법을 위한 무대를 소위 ‘6하 원칙’으로 구성 배치한다. 그 구성은 크게 10단락으로 나누어진다. ①내가 이렇게 들었다고 고백하는 단락인데, 모든 불경은 으레 이렇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②누가(부처님께서), 언제(어느 때), 어디서(마가다국 보리수 밑에서)를 밝히는 단락이다. ③설법한 시기를 특정하여 “깨달음을 이룬 최초 시기임”을 밝히는 단락이다. ④설법 당시의 장소에 대해서는, 땅, 주변의 수목, 건축물, 여래께서 앉으신 의자 등으로 나누어 순서대로 설명한다.

⑤부처님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좀 더 자세하게 ‘10측면[身]’에서 묘사하는데, 이것을 ‘지혜의 측면에서 본 부처[解境]’로, ‘수행의 측면에서 본 부처[行境]’로 쪼개서 독서하면 재미있다. 경전 작가는 당시 인도에서 유행하던 위대한 수행자의 장점을 총 출동시켜 부처님을 묘사한다. 화엄 경학에서는 이 단락을 ‘교주난사(敎主難思)’라고 과목을 붙였다. 다음은 ⑥설법을 듣기 위해 모여든 대중을 열거하는 단락. 여기까지 이야기는 비교적 짧다.

다음은 길게 늘어지는 찬송문학으로, ⑦그렇게 모인 대중들이 부처님을 찬송하는 단락이다. 찬송에 앞서 그들이 각각 어떤 ‘원인의 수행’을 해서 어떤 ‘결과의 해탈’을 얻었는지도 소개한다. 대표적인 수행은 ‘4섭법(보시섭, 애어섭, 이행섭, 동사섭)’이다. 초기불교의 근본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대승도 불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⑧부처님 앉으신 사자좌 속에서도 대중들이 출현하여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찬송하는 단락. ⑨천지가 흔들리는 등의 상서로운 일이 생기는 단락. ⑩이상의 장면이 이곳 보리수 밑만이 아니고, 무한하게 펼쳐지는 화장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난다고 묘사하는 단락이다. 독자들께서는 ⑥의 ‘바다처럼 구름처럼 몰려온 수많은 대중들[衆海雲集]’을 무리별로 갈무리해두셔야 한다. 그리하여 ⑦에서 그들이 부처님을 어떻게 찬송하는지를 짝지어 독서하면 좋다. ‘화엄경약찬게’를 외워두면 매우 편리하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17호 / 2022년 1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