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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커피명상

기자명 자목 스님

커피 한 잔으로 연습하는 알아차림

현대인들 마시는 커피 한 잔
알아차림 즐겁게 익히는 도구
마시는 과정에 주의 기울이면
현재 즐기는 귀중한 휴식시간

명상은 알아차림이다. 일상생활에서 항상 하는 먹기, 걷기, 앉기, 일하기 등 행위를 할 때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면 된다. 걸어갈 때는 내가 지금 걷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음식을 먹을 때는 내가 지금 음식을 먹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마음이 언제나 지금 하고 있는 행위와 함께하는 것이다. 먹고, 걷고, 앉는 것은 누구나 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걷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앉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또한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걷고, 먹고, 앉는다. 아니면 걱정하며 걷고, 투정하며 먹고, 후회하며 앉는다. 우리의 마음은 저절로 과거로 갔다가 미래로 가기도 하며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직접 해 볼 수 있는 간단한 연습으로 알아차림을 익히고, 자동반사적인 행동이 아닌 깨어있는 상태에서의 행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현대인들은 거의 매일 커피를 즐겨 마신다. 그러나 시간을 내어 자리에 앉아 제대로 음미하면서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즐겁게 알아차림을 익히는 좋은 도구다. 

오늘 실습해 볼 커피명상은 아주 단순하다. ‘지금 입 속에 커피 한 모금을 마심’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듯 커피를 마시는 전 과정을 주의하면 된다. 그때 커피에서 농부의 손길, 비바람, 햇빛 등을 만나게 된다. 커피 한 모금에 그 많은 것이 담겨있다.

자, 이제 알아차리며 커피를 마시는 커피명상을 함께 실습해 보자. 먼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준비한다. 커피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를 준비해도 좋다. 눈앞에 커피잔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커피잔을 바라보며 음료가 나에게 오기까지 들어간 모든 분들의 수고와 자연의 감사함을 알아차린다. 커피잔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내 몸과 마음에서 경험되는 것이 있다면 그대로 알아차린다. 예를 들면 입에 침이 고이거나 빨리 마시고 싶다거나 생각이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면 된다. 다시 커피잔을 바라보며 커피잔의 모양이 어떤 모양인지 관찰해 본다. 그리고 김이 올라오는지, 커피의 색이 어떤지, 특별한 거품이 있는지, 그냥 그대로 눈으로 보고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내 몸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내 마음에 어떤 생각이 일어나는지를 알아차린다.

손을 천천히 뻗어 잔으로 가져간다. 잔을 잡는다. 잔에 닿아있는 손에 주의를 두어 있는 그대로 손바닥의 감각을 알아차린다. 딱딱함, 미끈함, 뜨거움, 차가움 등. 

잔을 들고 코앞에 대고 향을 맡아 본다. 어떤 향이 나는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다. 잔을 입술에 댄다. 입술에서 경험되는 것을 알아차린다. 부드러움, 따뜻함, 차가움, 마시고 싶은 욕구 등 .

이제 한 모금 입에 대고 마신다. 아직 삼키지 말고 혀에서 느껴지는 맛을 알아차린다. 신맛, 단맛, 고소한 맛, 그리고 변화도 관찰한다. 어떤 맛이 느껴지는가? 알아차리면서 커피를 마시고 다른 생각이 일어나면 그 생각을 알아차린 뒤, 다시 부드럽게 맛으로 돌아온다. 삼킨 후에 목구멍과 식도에서 느껴지는 경험도 관찰해 본다. 따뜻함과 이완감, 몸에 퍼지는 느낌 등을 그대로 알아차린다. 아직 입 안에 감도는 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좋다, 싫다는 판단 없이. 다시 한 모금 입에 넣고, 조금 더 미세한 향과 맛과 감촉을 알아차린다.

천천히 남은 커피를 알아차리고 음미하며 마신다. 커피를 모두 마신 후 잠시 눈을 감고 호흡에 주의를 기울인다. 준비가 되었다면 천천히 눈을 뜬다.

우리는 현재 순간에 있을 때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알아차리며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현재 순간의 걱정, 분노, 불안, 우울함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다른 일을 생각하느라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다면 자기 삶의 어느 한 순간도 알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따라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동안은 지금 현재를 즐길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시간이다. 알아차리며 커피마시는 시간을 통해 진정한 휴식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자목 스님 동국대 경주 캠퍼스 교수
everviriya@hanmail.net

[1619호 / 2022년 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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