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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름, 땅에 새긴 불국정토의 염원과 역사

  • 출판
  • 입력 2022.02.28 13:45
  • 호수 1622
  • 댓글 0

부처를 닮은 우리 산 이름
이학송 지음 / 북랩 / 230쪽 
1만4000원

군종법사 시절 눈에 띈 불교식 산 이름 
답사하며 유래·환경서 불교사·교리 발견

저자 이학송씨는 ‘교법사’의 대명사로 교계에 알려져 있다. 
저자 이학송씨는 ‘교법사’의 대명사로 교계에 알려져 있다. 

인왕산은 파사현정의 호법신장이 머무는 곳, 소요산은 걸림없는 대자유를 시현하는 곳이다. 검단산에는 검단선사의 정신이 서려 있고, 원적산은 중생의 이상세계를 담고 있다. 천성산은 천명의 스승이 나신 것에서 유래했고, 금정산은 마르지 않는 진리의 샘이 있음을 전한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전국의 명산과 산봉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산 이름들도 그 유래가 불교에 맞닿아 있는 경우가 즐비하다.

도통 이해하기 힘든 산 이름도 왕왕 눈에 띈다. 갈메산, 시내산, 변화산 등등. 우리 산인 듯 아닌 듯 낯선 이름들은 수입된, 그 중 상당수는 기독교에서 차용해 어느 틈엔가 우리 산 이름으로 자리를 차지했다. 기독교 유입의 역사가 짧은 만큼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불리던 본래의 산 이름은 부지불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산 이름에는 참으로 많은 인연과 사상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 당시의 풍속이나 생활상을 되비쳐 볼 수 있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문화 수준이나 철학적, 사상적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또 산 이름에 관한 이야기 그 자체가 바로 이 땅의 살아있는 역사가 되기도 한다.’

저자 이학송씨가 산 이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강원도 철원에서 군종장교로 근무하던 때다. 전국 군법당을 찾아다니던 시절 눈에 들어온 길거리 안내판의 생소한 산 이름은 그대로 불보살의 명호이고 불교의 가르침이자 역사였다. 크고 유명한 산이 아니라 주변 작은 뒷산이나 산봉우리에서도 그런 이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경외심으로, 때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때로는 미지의 이상세계로, 혹은 우리 중생들을 내려다보고 지켜봐 주시는 부처님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큰스님으로 산 이름을 붙여 영원히 이 땅에 남기고 싶은 간절한 염원으로 지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기록한 산 이름에는 조상들의 생각과 지혜가 스며 있었다. 문화의 근간이자 이 땅을 살아온 이들과 함께했던 불교의 역사와 가르침이 새겨져 있었다. 의도적인 왜곡으로 본래의 좋은 이름이 사라지거나 본 뜻을 알지 못해 그 의미가 축소되는 경우도 있다. 전통이 단절되고 우리의 문화가 왜곡되는 또 다른 모습처럼 느껴졌다. 감동과 안타까움을 함께 담아 책으로 엮었다. 대부분 직접 보고 걸으며 찾은 기록들이다. 산 이름에 대한 단순한 풀이가 아니라 주변 환경에 대한 현장기록이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이다. 

십대제자 마하가섭의 이름에서 유래한 음성군 가섭산 정상에 헬기장과 송신탑이 들어선 모습을 보며 실천행을 강조한 가섭존자에 빗대어 맹목적 산행과 관광을 향해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불행과 재난을 막아주는 마니보주서 유래한 마니산이 자리한 강화도에서는 팔만대장경 조성과 국난극복의 역사를 떠올리며 무릎을 친다.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영실은 영축산을 닮아 유래한 이름이고 불래오름은 부처님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부처님 오시기를 바라던 섬사람들의 고단함과 간절함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이렇게 산 이름은 이역만리에서 탄생한 불교가 동방의 끝 한반도에서 꽃을 피웠다는 역사의 기록이다. 

“경기도 광주시 천진암이 가톨릭성지로 왜곡되면서 절 이름의 ‘암자 암(庵)’자가 ‘풀이름 암(菴)’자로 바뀌었습니다.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의미, 우리의 정신이 왜곡·단절되는 사건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동국대를 졸업하고 군종법사를 거쳐 교법사로 교직에 몸담으며 광동중, 의정부광동고, 부산장안중에서 교장을 역임했다. 재임시절 종립학교에서의 108배 생활화를 제안하고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신행프로그램을 개발해 ‘프로그램 제조기’로 불리기도 했다. 또 각 사찰의 청소년법회 의무화를 주장하는 등 청소년 포교 활성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학교를 친자연환경으로 가꾸고자 학교 내에 숲(정원)을 조성하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현재도 종로사회적경제네트워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생명의숲 전문위원으로 생태교육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살아있는 것은 모두 다 행복하라’(밀알출판사) ‘삼보의 언덕에 오르다’(공저, 동쪽나라) 등이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22호 / 2022년 3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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