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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고대불교-삼국통일과불교(31) (7) 동아시아 불교역사상의 원효불교 (14)

원효의 대승기신론 이해는 이설의 회통은 물론 정토로까지 확대

‘별기’의 공‧유 통합 문제가 ‘소’에서는 모든경전 포괄단계로 발전
일심이문은 모든 경전 가르침 관통함은 물론 실천적 수행도 포함
‘소’ 완성 이후 ‘금강삼매경론’ 저술 통해 일미관행의 실천론 전개

해인사 판 ‘금강삼매경론’ 영인본.[동국대 불교학술원]
해인사 판 ‘금강삼매경론’ 영인본.[동국대 불교학술원]

원효는 저술 편년 제2기에 ‘유가사지론’을 비롯한 현장의 신역경전을 접하고 인도 대승불교의 양대 주류인 중관학과 유식학의 공·유 대립 극복 문제를 새로운 사상적 과제로 인식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대승기신론’의 사상체계를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연구하기 위한 메모로서 ‘대승기신론별기’(이하 ‘별기’로 표기)를 기술하였다. 이어 제3기가 시작된 태종무열왕 8년(661)부터 10여년간 ‘대승기신론’ 연구에 집중해 주석서인 ‘대승기신론소’(이하 ‘소’로 표기)를 저술함으로써 공·유 대립을 화쟁시키는 불교사상체계를 수립하였다.

그런데 원효는 ‘소’ 저술에 앞서 ‘일도장’과 ‘이장의’ 등의 저술을 통하여 개별 주제들을 검토하는 한편 다른 경론에 대한 주석작업도 병행하였다. 원효는 ‘대승기신론’의 본격적인 주석에 앞서 개개의 문제에 대한 신구의 여러 학설들, 특히 유식사상과 여래장사상을 다시 정리할 필요성에서 ‘일도장’과 ‘이장의’를 저술하는 한편, ‘대승기신론’과 사상적으로 가까운 경론들을 검토하여 주석서들을 만들었다. ‘소’에 인용된 원효의 저술로 확인되는 것은 ‘일도장’ ‘이장의’ ‘능가경종요’ ‘불증불감경소’ ‘양권무량수경요간’ 등 몇 종류에 불과하지만, 오늘날 확인되는 목록 대부분의 저술들은 이 기간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원효의 저술 중 유일하게 연대가 확인되는 것은 함형(咸亨) 2년(671)의 저작이라고 원효 스스로가 기술한 ‘판비량론’뿐인데, 이 저술에 ‘성유식론’(659년 역출)이 인용된 반면 ‘소’ 및 다른 저술에서는 ‘성유식론’의 언급이 없는 점으로 보아 이 저술들은 ‘판비량론’에 앞선 시기, 즉 661년부터 671년 사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소’의 저술 시기는 671년에 약간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제7식 말라식의 성격을 비롯하여 유식설에 관해 정치한 논의를 전개하는 ‘성유식론’을 접했다면 ‘소’나 다른 저술에서 언급하지 않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원효는 661년 당 유학의 길에서 깨달음을 이루고 10여년 동안 개개의 주제들을 검토하는 한편 다양한 경전들을 주석하는 작업을 거친 이후에 다시 ‘대승기신론’ 주석에 몰두하여 ‘소’를 완성시킴으로써 종합적인 불교사상체계를 수립하게 되었다. 따라서 제3기에 완성되는 ‘소’는 제2기의 저술 성과인 ‘별기’를 좀 더 보완하고 발전시킨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효의 50대 중반 장년기의 연구 성과가 집대성된 저술로 평가된다.

 그런데 원효의 제3기의 저술은 ‘대승기신론’의 소의경전으로 보는 ‘능가경’ 등을 비롯한 여래장 계통의 경론과 함께 반야부 경전과 유식학 계통의 경론에 대한 주석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3분야의 저술 가운데서도 중관학과 유식학의 공·유 대립의 화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특히 주목되는 저술은 ‘대승장진론종요’1권 ‘대승장진론요간’1권 ‘광백론종’1권 ‘광백론지귀’1권 등이다. 이 가운데 ‘대승장진론’은 인도 중관학파 청변의 저술로 제법무상(諸法無相)의 뜻을 밝혀 유식학파 호법의 제법유상(諸法有相)의 주장을 논파한 중관학파의 근본적 논서인데, 현장이 649년에 한역하였다. 다음 ‘광백론(본)’은 원래 중관학파의 제바의 저술이지만, ‘광백론석론’은 유식학파의 호법이 저술하여 아견(我見)의 일체법(一切法)을 깨뜨리는 문제를 논란한 내용인데, ‘광백론(본)’과 ‘광백론석론’ 모두 현장이 650년에 한역하였다. 현장이 인도의 중관학파와 유식학파 사이에 전개된 논쟁의 근본경론 가운데 하나인 ‘대승장진론’과 ‘광백론’관련 경론을 번역 경전으로 선택한 것은 현장의 신역으로 인하여 야기된 구역불교와 신역불교 사이의 갈등, 특히 중관불교 계통인 삼론종 측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였다. 그리고 원효가 이들 경론에 각각 2종의 저술을 남겼다는 것은 인도불교사에서 중관학파와 유식학파의 공‧유 논쟁이 동아시아의 불교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당시의 불교계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한 결과였음을 보여준다. 결국 ‘대승기신론’은 원효 제2기 저술인 ‘별기에서 제기되었던 공·유 통합 문제가 제3기 저술 시기에 와서 모든 대승경전의 회통 문제로 원효의 인식이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공·유 통합 문제 자체는 여전히 기본적인 과제로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들 저술들이 오늘날 전해지지 못한 결과 원효 회통불교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중관학파와 유식학파 사이에 전개된 논쟁을 화회시키는 구체적인 논리체계를 알 수 없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한편 오늘날 전해지는 ‘별기’ 대의문에서는 넷째 문단인 중관학파와 유식학파의 공・유 대립과 ‘대승기신론’으로의 회통 가능성을 언급한 내용에 이어 다섯째 문단에서는 ‘대승기신론’만이 모든 경론의 핵심을 하나로 꿰뚫은 경론이라고 극찬하였다. 그런데 ‘소’의 종체문에서는 앞의 넷째 문단을 삭제한 반면, 다섯째 문단은 그대로 전재하고 있으며, ‘별기’와 ‘소’를 통합하여 편집한 ‘회본’에서는 넷째 문단과 다섯째 문단을 모두 전재하면서 넷째 문단은 ‘별기’, 다섯째 문단은 ‘소’의 내용으로 구분하여 표기하였다. ‘회본’에서 그렇게 구분한 근거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타당성이 높은 구분이라고 본다. 

그러한 구분을 수긍한다면 ‘별기’의 이 넷째 문단은 뒤에 공개하게 되면서 원래 없던 내용이 새로 추가된 것으로 이해된다. 다섯째 문단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대승기신론’에서) 서술한 바는 넓지만 간략하게 말할 수 있으니, 일심(一心)에서 이문(二門)을 열어서 마라백팔(摩羅百八)의 넓은 가르침(‘능가경’의 가르침)을 총괄하였으며, 현상의 물든 것에서 본성의 깨끗함을 보여 유사십오(踰闍十五)의 깊은 뜻(‘승만경’의 가르침)을 널리 종합하였다. 그 밖의 곡림일미(鵠林一味)의 종지(‘열반경’의 가르침), 취산무이(鷲山無二)의 취지(‘법화경’의 취지), ‘금광명경’과 ‘대승동성경’의 삼신(三身)의 지극한 결과(極果), ‘화엄경’ ‘보살영락경’의 사계(四階)의 깊은 인연, ‘대품반야경’ ‘대방등대집경’의 넓고 호탕한 지극한 도리, ‘대승대방등대집일장경’ ‘대방등대집월장경’의 은밀한 현문(玄門)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러한 것들 가운데 여러 경전의 핵심을 하나로 꿰뚫은 것은 오직 이 ‘대승기신론’뿐이다.” 이로써 ‘대승기신론’에 대한 이해가 ‘별기’에서의 중관・유식의 통합이라는 특정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소’에서의 모든 경전의 사상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불교사상체계를 모색하는 단계로 크게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특히 주목되는 점은 ‘화엄경’과 ‘해심밀경’ 이해의 문제이다. ‘화엄경’은 다섯째 문단에서 열거한 8종 경전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특별한 지위를 차지한 것이 아니다. 원효불교사상을 집대성한 것으로 언급된 ‘소’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어떤 저술에서도 제3기까지는 ‘화엄경’을 특별히 중시한다는 언급은 없다. 물론 원효는 각각의 경전을 주석할 때 경전 내용의 의의를 강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각 경전의 기술 내용만을 가지고 ‘화엄경’의 평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670년 화엄종의 의상이 귀국하고, 이후 원효가 ‘화엄경’을 직접 주석하게 되는 제4기에 이르면 ‘화엄경’에 대한 평가가 확실히 달라진다. 다음에 주목되는 것은 ‘해심밀경’이 8종류의 경전 가운데 포함되지 않은 점이다. 원효는 유식학의 중심적인 경론으로 신역경전인 ‘유가사지론’을 특히 주목하여 ‘대승기신론’과 대비되는 경전으로 자주 언급하였던 반면에 그 논서의 소의경전인 ‘해심밀경’에 대해서는 앞서 ‘별기’에서 2회 인용하였을 뿐이고, ‘소’에는 인용된 바가 없다. 그러나 원효 저술 가운데 ‘해심밀경소’ 3권이 있었던 것을 보아 이 경전의 의의를 특별히 낮게 평가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다만 ‘대승기신론’의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대승기신론’의 내용은 인연분(因緣分)·입의분(立義分)·해석분(解釋分)·수행신심분(修行信心分)·권수이익분(勸修利益分) 등 5분으로 구성되었는데, ‘별기’에서는 입의분과 해석분만을 해석하고 나머지 3분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대승기신론’의 중심내용인 일심(一心)·이문(二門)의 해명과 중관·유식의 조화라는 사상적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였을 뿐, 이 논 전체를 주석할 의도까지는 없었음을 의미한다. 반면 ‘소’에서는 5분 전체를 주석함으로써 ‘별기’에서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면서도 불신관이나 실천 신앙의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원효는 ‘인연분’에서 발심과 수행에 관한 중생의 2종 의혹을 설명하고 일심·이문(진여문과 생멸문)에 의거하여 수행에 들어갈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진여문에 의거하여 지행(止行)을 닦고 생멸문에 의거하여 관행(觀行)을 일으키는 것이니 지행과 관행을 함께 운용(止觀雙運)하면 일체의 행이 모두 그 안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관의 해석에서는 천태지의의 ‘천태소지관’을 인용하면서 성문(聲聞)의 지관인 ‘유가사지론’의 지관을 대승의 법으로써 회통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하여 ‘대승기신론’의 일심이문은 모든 경전의 핵심적인 사상을 하나로 관통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일심이문에 의거한 지관수행은 일체의 행을 포괄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수행신심분’의 지관 설명에 이어 왕생정토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자세한 설명은 자신의 다른 저술인 ‘무량수경요간’에 미루고 있지만, ‘대승기신론’의 진의는 진여법신을 관(觀)할 수 없는 범부의 왕생을 설함으로서 정토경전까지도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이로써 원효의 ‘대승기신론’ 이해가 사상 중심의 학해(學解)불교에서 출발하여 중관·유식의 대립을 비롯한 여러 이설들을 회통하는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였으나 뒤에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계승하면서도 실천신앙의 요소를 새로 추가함으로써 사상면에서뿐만 아니라 실천수행 면에서도 모든 대승경전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대승기신론’에 대한 원효의 독특한 이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경향은 670년대 이후로 갈수록 현저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로 일미관행(一味觀行)의 실천을 설한 ‘금강삼매경론’을 저술하게 되었다. ‘금강삼매경’은 구역불교, 특히 중관파 계통의 반야공관사상을 기조로 하는 경전인데, 원효는 그 경전을 주석하면서 ‘대승기신론’에 대한 이해의 연장선에서 중관과 유식의 공·유 대립을 화회시키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나아가 ‘대승기신론소’의 사상체계를 바탕으로 일미관행의 실천론을 전개하였다. 원효가 ‘금강삼매경론’을 저술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대략 670년 전후로 추정된다. ‘금강삼매경론’에는 ‘별기’ ‘소’ ‘이장의’ 등 원효 자신의 저술이 인용되고 있지만, 원효의 다른 저술에서 ‘금강삼매경론’이 인용된 예가 없기 때문에 ‘금강삼매경론’의 저술시기는 ‘소’의 저술 이후로 곧 제3기 최후 저술로 잠정 추정하고자 한다.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shilrim9@snu.ac.kr

[1633호 / 2022년 5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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