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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년 대강백 목소리로 담아낸 화엄의 바다

  • 출판
  • 입력 2022.05.23 13:59
  • 호수 1633
  • 댓글 0

대방광불화엄경
경월일초 스님 현토·번역 / 민족사
전10권 / 36만원

동학사 화엄승가대학원장 일초 스님
‘화엄경’ 우리말로 현토·번역 10권 완간
"출가 인연된 경전 지금도 펼치면 환희
현대인 한 번이라도 읽고 마음 밝히길”

올해 세수 80세인 일초 스님은 “한 번이라도 ‘화엄경’을 읽어 본다면 올바른 삶의 방향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올해 세수 80세인 일초 스님은 “한 번이라도 ‘화엄경’을 읽어 본다면 올바른 삶의 방향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책이 좋고 공부가 좋았던 소녀는 ‘일체유심조’ 한 구절에 송두리째 마음을 사로잡혀 절로 향했다. 그 후 60년. 조계종 최초의 비구니 강원인 동학사강원의 대강백 경월일초 스님이 ‘대방광불화엄경’ 80권 39품을 우리말로 풀어냈다. ‘화엄경’ 한 구절에 마음 사로잡혀 머리를 깎았던 스무 살 사미니는 지금 화엄의 바다를 노니는 대자유인이다. 

동학사 화엄승가대학원장 일초 스님은 한문 경구에 직접 현토를 달아 또박또박 읽고 그 뜻을 우리말로 풀었다. 후학들과 통강하며 그 뜻을 다시 점검했다. 20대에 처음 강사가 되었던 일초 스님은 60여년 가까운 세월 학인들을 지도했던 목소리를 꾹꾹 눌러 책에 담았다. 당대 대강백으로 손꼽히던 호경기환 스님 회상에서 경전의 기초를 다진 일초 스님은 지금도 한문 경전 강독을 고집한다. 한문에 담긴 뜻을 풀어보고 비교해보는 과정에서 경전 속 무궁무진한 세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문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안다’는 것 하나만 놓고 보아도 ‘알 지(知)’와 ‘알 혜(慧)’가 뜻하는 것이 다릅니다. 우리말로는 모두 ‘알다’로 해석되지만 그 앎의 단계가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한문 경전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말로 풀어놓지 않고서는 볼 수 있는 사람이, 보는 사람이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일초 스님은 ‘화엄경’을 역경하며 ‘알 지(知)’는 ‘안다’로, ‘알 혜(慧)’는 ‘이해한다’로 ‘지혜 지(智)’는 ‘증득한다’로 구분해 번역했다. 이보다 더 다양한 풀이와 느낌,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깨달음이 있지만 글로 다 옮겨 담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종단의 교육 방침이 이미 한글 경전 중심이니 큰 물길 혼자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러나 “한문 경전만 곁에 두고 보지 않는 것보다 한글이라도 ‘화엄경’을 꼭 한번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에 역경했다”는 스님의 소감에는 아쉬움보다 더 큰 자비가 담겨 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 마음이 범부도 만들고 성인도 만들고, 선도 만들고 악도 만듭니다. ‘화엄경’의 화는 ‘꽃 화(華)’자입니다. 꽃은 수행을 비유한 것이죠.  수행이 결코 쉽지 않지만 꽃이 열매를 맺듯 멈추지 않고 정진하면 반드시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쉽고 편한 것을 바라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정진하는 마음, 올바른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반드시 꽃으로 장엄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라 가르쳐주는 경전이 바로 ‘화엄경’입니다. 그러니 ‘화엄경’을 읽고 배운다면 한 생 헛되게 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일초 스님은 지금도 ‘화엄경’을 펼치면 환희가 밀려온다. 특히 미륵보살이 ‘한 문장 한 글귀를 듣기 위해 나는 전륜왕위를 버리지 않은 적이 없었고, 소유한 전 재산을 보시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말씀에서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동시에 ‘나는 무엇을 베풀었는가’라는 생각이 뒤를 따랐다. ‘화엄경’ 번역이라는 대작불사를 시작한 이유다. 꼬박 4년, 매일 10시간 넘게 읽고 또 읽었다. “학인들을 가르칠 때보다 10배는 더 고민했다”는 일초 스님은 출가 60년이 되는 올해 마침내 한글로 된 10권의 화엄경을 세상에 펼쳐보였다.

‘누군가 이 책을 보고 옛적에 내가 그랬듯이 먹먹한 가슴과 흐르는 눈물이 있어서 출가를 결심하고, 또 후대에 전하는 사람이 있기를 발원하고 또 발원하면서 이 책을 탈고했습니다.’

동학사 문필봉처럼 흔들림 없이 한평생 부처님 가르침을 따른 수행자의 환희가 책 서문 한 문장서 솟구쳐 강물처럼 화엄의 바다로 흐른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33호 / 2022년 5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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