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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비구니승단, 여전히 음식 공양도 못 받아”

  • 교계
  • 입력 2022.06.23 15:12
  • 수정 2022.06.23 16:02
  • 호수 1638
  • 댓글 0

전국비구니회, 쏘모·류팝 스님 등 초청
‘국제화시대 비구니 승가’ 주제 좌담회
“샤카디타로 연대 통한 해법 모색해야”

“대승불교와 상좌부불교의 승단이 공존하는 베트남에서 상좌부 소속 여성 수행자들은 여전히 구족계 수계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사찰의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비구니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은 사찰에 들어온 공양물을 받을 수도 없어 비구스님들이 공양하고 남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처지입니다.”

베트남불교계 여성수행자들의 참담한 현실에 비구니스님들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정진하는 일불제자로서 전 세계 여성수행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부당함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비구니계가 더욱 많은 역할을 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뒤를 이었다.

전국비구니회(회장 본각 스님)가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제18차 사캬디타대회를 앞두고 전 세계 비구니승가의 현황과 고민들을 공유하기 위한 좌담회를 가졌다. 6월22일 서울 전국비구니회관 2층 회의실에서 ‘국제화시대 비구니 승가’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는 미국 샌디에이고대학 종교학과 교수이자 샤카디타 인터내셔널회장을 역임한 카르마 렉시 쏘모 스님, 베트남 호치민에 자리한 베트남불교대학 불교영어학과장 류팝 스님, 독일 튀빙겐 대학 모니카 슈림프 교수가 초청됐다. 이 자리에는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을 비롯해 운영위원장 상덕, 수석부회장 현정, 사찰음식문화연구소장 선재, 전국비구니회 총무부장 현진, 감사 심원 스님 등 전국비구니회 소임자 스님들과 진관사 주지 법해, 동국대 정각원장 진명 스님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본각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2004년 열렸던 8차 샤카디타대회에 이어 내년에는 19년 만에 제18차 대회를 서울에 개최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전 세계 비구니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남아있는 과제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 처해 있는 세계의 비구니승가가 어떻게 소통하고 연대해야 할지 함께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샤카디타 인터내셔널회장을 역임한 카르마 렉시 쏘모 스님.
샤카디타 인터내셔널회장을 역임한 카르마 렉시 쏘모 스님.

이에 렉시쏘모 스님은 “1986년 첫 샤카디다 대회가 열린 이후 지금까지 모든 나라에서 교육, 생활, 수행의 기회 등 비구니스님들의 상황이 조금씩이나마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았다”며 “그러나 오늘날 어떤 국가에서는 여전히 비구니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하면, 어떤 나라에서는 교단 내 남녀불평등 해소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쏘모 스님은 “한국 불교계는 출가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비구니가 되기를 희망하는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며 “이처럼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직면해 있는 문제는 서로 다른 층위에 있으며 우리는 이 모든 차이를 연결해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연대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트남불교대학 불교영어학과장 류팝 스님.
베트남불교대학 불교영어학과장 류팝 스님.

일불제자의 비구니승가이지만 각국의 비구니스님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현안이 얼마나 다른지는 베트남 출신 류팝 스님의 증언으로 더 선명히 드러났다. 베트남에서 출가한 류팝 스님은 2000년 네팔 룸비니에서 열렸던 샤카디타 대회 참석을 계기로 대승불교권에 비구니승가가 현전하고 있으며 비구니 구족계 수계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스님은 “그로부터 2년 후 스리랑카에서 비구니계를 수계했으며 이후 인도 바이샬리에서 열린 구족계 수계식에서 4명의 베트남 스님들 비구니구족계를 받음으로써 베트남에서 비구니 승가가 형성될 수 었었다”며 “현재 베트남에는 70명의 사미니와 30명의 비구니가 있지만 상좌부불교 전통을 따르는 승단에서는 여전히 많은 여성수행자들이 비구니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팝 스님은 “이들을 포함해 동남아시아의 대다수 여성수행자들은 태국 또는 미얀마의 전통을 따르는 승단에서 팔계만 받은 후 각각 흰색 또는 분홍색의 가사를 수해야하며 구족계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공양을 받을 수도 없다”고 증언했다. 사찰로 들어온 공양물은 모두 비구승가에 공양된 것이기 때문에 구족계를 받지 못한 여성수행자들은 음식을 비롯해 모든 공양물을 직접 받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류팝 스님은 “베트남에서도 특히 상좌부불교계를 중심으로 여성이 구족계를 받고 비구니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인도와 스리랑카, 대만 등 해외로 나가 대승불교 전통의 구족계를 수지하던 발걸음 마져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간 중단된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날 좌담회에 앞서 보륜사 주지스님과 신도회에서 세계 비구니승가 발전을 위한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날 좌담회에 앞서 보륜사 주지스님과 신도회에서 세계 비구니승가 발전을 위한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장 상덕 스님을 비롯한 비구니스님들은 “베트남 불교계의 상황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다”고 공감하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만큼이나 많은 여성수행자와 비구니스님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각 스님은 “내년 한국에서 열릴 샤카디타 대회를 통해 전 세계의 여성수행자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동시에 비구니승가의 전통이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는 한국비구니계가 일불제자로서 이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깊이 있게 고민하는 자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38호 / 2022년 6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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