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학이 말해주는 명상의 효과 그리고 미래

  • 출판
  • 입력 2022.07.11 14:32
  • 호수 1640
  • 댓글 0

뇌신경·명상심리 과학자 만나 
명상에 대한 실증적 접근 시도

명상하는 뇌
대니얼 골먼·리처드 데이비드슨 지음
미산 스님(김완두)·김은미 옮김 / 김영사
464쪽  / 2만원

1970년 11월 어느 이른 아침 댄(대니얼 골먼의 애칭)은 안개 자욱한 인도 마하보디 대탑 앞에서 고요히 경행하고 있는 티베트 스님을 발견한다. 그리고 며칠 후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쿠누 라마라는 스님을 만났다. 얼마 전 새벽 마주친 그 스님이었다. 쿠누 라마를 만나기 전부터 인도의 요가 수행 등에 관심이 많았던 댄은 히말라야의 마하라지, 인도의 무닌드라, 미얀마의 고엔카 등 여러 명상 수행자들에게서 수행을 지도받았다.

책의 공동저자 리치(리처드 데이비드슨의 애칭)가 댄과 처음 만난 것은 댄이 인도에서 하버드대학으로 돌아온 얼마 후였다. 우연히 동석한 리치는 댄이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심신 개입법으로써의 명상 연구’라는 주제의 논문을 쓰고 있음을 알고는 흥분했다. 하버드에 다니는 누군가가 그런 논문을 쓴다는 것이 그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었다. 당시 뉴욕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던 리치는 자신의 관심사를 숨겨야만 했기 때문이다. ‘관찰 가능한 행동만이 심리학의 적절한 연구 대상이 된다’는 가설이 확고했던 심리학과의 분위기 속에서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심스러운 노력이자 금기시되는 시간 낭비로 여겨졌다. 그러나 10여년 후 리치의 연구방법과 관심사는 의식연구의 대명사가 되어있었다. 

이 책은 전 세계에서 500만부 이상이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EQ 감성지능’의 저자 대니얼 골먼과 명상신경과학 분야의 선구자이자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 데이비드슨의 공동저작이다. 미국에서 발매도 되기 전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23개국에 판권이 수출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뇌과학과 명상과학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책이다. 

이 책에 쏟아진 열광적 반응은 과학을 통해 명상에 관한 흔한 오해를 바로잡고 명상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댄과 리치가 명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방법에 몰두하고 있던 20여년 간 명상은 불면증 해소부터 대인관계 개선, 생산성 향상, 체중감량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처럼 여겨지며 급부상했다. 하지만 두 저자는 이러한 물결에 휩쓸리지 않으며 명상에 대해 과학적인 자세로 접근했다. 이 책은 그 결실이다. 

책은 1장부터 3장까지 저자들이 명상을 접하고 탐구의 대상으로 삼게 된 과정을 다루고 있다. 

4장부터 12장까지는 명상에 접근하는 과학적 여정을 기술하며 각 장에서 주의나 연민 같은 특정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각 장의 말미에는 이 과정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해 냈는지를 간략하게 요약해 두었다. 특히 명상의 진정한 효과는 명상을 하는 중이나 명상을 한 직후에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상태가 아니라, 명상이 끝난 후에도 남는 ‘지속적인 속성’임을 세계 최초로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 ‘마음챙김에 기반한 인지치료’ ‘인지기반 연민 훈련’ 등 현대적으로 재설계된 명상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를 끈다. 

11장과 12장에서는 이제껏 연구 대상이 된 명상가들 중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이들에게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들을 공유한다. 달라이라마, 숭산 스님, 고엔카, 람 다스, 마티유 리카르, 딜고 켄체 린포체, 밍규르 린포체 등 세계적인 영적 스승들과의 특별한 만남 그리고 이들과의 진귀한 공동연구의 사례들이 생동감 있게 담겨있다. 

13장에서는 명상이 세가지 수준의 수련자들 즉 초보자, 장기 수련자, 전문가 수준 수련자에게 각각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도 열거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이러한 발견들이 어떤 식으로 개인과 사회에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를 숙고하고 있다. 

번역은 저자들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으며 실제 명상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장 미산 스님과 김은미 교수가 맡아 전문성과 정확성을 더했다. 미산 스님은 “두 저자는 그동안 상업화되어 왜곡되고 과장되면서 관념적인 선언에 그쳤던 명상 효과에 대해 지극히 실증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높은 과학적 엄실성과 사회적 책임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 설득력이 부족한 연구들을 걸러내고 능동적 대조군을 활용한 재현실험으로 명상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한다”는 말로 이 책의 가치를 평가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40호 / 2022년 7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