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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공간이 나란히”…목아博-국립민속博 공동기획전

  • 문화
  • 입력 2022.07.21 09:30
  • 수정 2022.07.21 20:13
  • 호수 1642
  • 댓글 0

7월21일부터 12월31일까지 여주 목아박물관서
‘망자의 길, 산자의 길’ 특별전…유물 70여점 전시

“이승길을 하직하고/ 문전옥답 다 버리고/ 저승으로 나는 가네/ 어러리 넘차 이헤.”

전시장 입구에 울려퍼지는 선소리꾼(상두꾼)의 구슬픈 곡조. 경기도 양주에 전해지는 ‘긴소리 상엿소리’이다. 삼베로 만들어진 스크린 위로는 장지로 가는 장례 행렬 사진들이 연달아 나온다. 그 앞으론 거대한 상여 한 구가 있다. 죽은 자의 몸을 실어나르는 상여는 께름칙하지도, 으스스하지도 않다. 꽃가마보다 더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모습. 익살스런 자세의 ‘꼭두’가 어두운 분위기를 반전 시킨다. 꼭두는 상여에 붙이는 사람 모양의 목조각. 박찬수 목조각 장인(전 목아박물관장)의 작품이다. 누구의 장례식 행렬일까. 의문을 지닐 때 쯤, 전시는 시작된다. 

특별전 ‘망자의 길, 산자의 길’이 7월21일 개막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과 여주 목아박물관(관장 박우택)이 협업한 공동기획전이다. 불교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 우리 전통의 사후 세계관을 조명한 전시로, 불교조각·회화·공예품 등 70여점 유물을 한 공간에 모았다. 

전시는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프롤로그 영상 ‘장지로 가는 길’, 1부 ‘망자의 길-삶을 성찰하다’, 2부 ‘산자의 길-넋을 인도하다’, 에필로그 애니매이션 ‘지장보살의 은덕으로’이다.

‘망자의 길’은 사후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공간이다. 한복판에는 생전 지은 죄를 생생하게 비출 업경대(業鏡臺)가 있고 양 옆으론 망자의 죄를 심판할 10명의 대왕[十王]의 조각과 진광대왕도(19세기), 초강대왕도(1828), 극락지옥도(20세기) 등 불화가 있다. 

이중 ‘극락지옥도’는 상단에 연꽃이 만발하고 무지개가 뜬 가운데 천인과 동자들이 노니는 모습이 그려져 있지만, 하단에 칼날이 뾰족하게 돋아있거나 솥이 펄펄 끓는 지옥과 염라대왕의 심판 장면이 담겨 극명하게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망자의 길 끝에 선 조선시대 동자상도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유물이다. 

이어지는 전시 ‘산 자에 길’에서는 죽은 사람을 위한 남은 자들의 노력에 주목한다. 지옥에 빠진 중생이 모두 구제될 때까지 부처가 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서원한 지장보살부터 20세기 조성된 아미타설법도와 17~19세기 반야용선도, 17~19세기 시왕도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실 곳곳에선 사십구재와 영산재, 수륙재 등 천도 의례가 담긴 영상도 상영된다. 망자(亡者)의 넋을 기리고 지장보살 서원의 얘기를 담은 일러스트 애니메이션도 흥미롭다. 

전시 공간은 크지 않다. 하지만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알차게 꾸며졌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김혜빈 목아박물관 학예연구사와 최효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원은 “전시를 보는 동안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졌으면 한다”며 “죽음은 성찰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소홀히 했던 삶의 의미를 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지역 공·사립박물관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립민속박물관이 전시를 지원하는 케이-뮤지엄스(K-museums)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공동 기획전은 12월31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7월20일 오후 2시 목아박물관 열린 이날 개막식에는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 박우택 목아박물관장, 김선교 의원(국민의힘·여주양평), 이충우 여주시장, 정병관 여주시의회의장, 여주불교사암연합회장 청곡 스님(여주 흥왕사 주지)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박우택 목아박물관장
박우택 목아박물관장

박우택 목아박물관장은 “코로나라는 엄중한 상황으로 죽음이라는 단어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기획전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되돌아보고 이번 생이 주는 의미에 대해 성찰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죽은 자와 산 자의 시점을 따라 걷는 ‘두 길’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관람객들에게 울림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
김선교 의원(국민의힘·여주양평)
김선교 의원(국민의힘·여주양평)

여주=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42호 / 2022년 7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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