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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진주 응석사 관음전

기자명 법상 스님

진리 본질은 깨달음 주고자 하는 것

‘능엄경’ 권제6에 담긴 찬탄 게송
환예에서 벗어나면 실상 보게 돼
삼세의 부처님도 일심요달해 
열반의 문 들어가심을 일러줘

진주 응석사 관음전. / 글씨 동곡일타(東谷一陀 1929~1999) 스님.
진주 응석사 관음전. / 글씨 동곡일타(東谷一陀 1929~1999) 스님.

見聞如幻翳 三界若空花  
견문여환예 삼계약공화  
反聞聞自性 性成無上道
반문문자성 성성무상도
此是微塵佛 一路涅槃門 
차시미진불 일로열반문
(보고 듣는 작용들은 마치 환상(幻相) 같고 티끌 같음이라./ 삼계는 허공 꽃과 같다./ 듣는 성품 돌이켜서 제 성품을 듣는다면/ 제 성품으로 더없이 높은 도를 이루리라./ 이것이 티끌처럼 많은 부처님께서/ 한 길을 따라 행하신 열반의 문이다.) 

‘능엄경’의 갖춘 이름은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이며 줄여서 ‘수능엄경(首楞嚴經)’ 또는 ‘능엄경’이라 한다. ‘능엄경’은 당나라 때 인도에서 건너온 역경승 반라밀제(般刺蜜帝 ?~?)가 한역했다. 

이 주련의 구절은 ‘능엄경’ 권제6의 게송에 나온다. 부처님께서 이십오원통(二十五圓通)에 대해 설함을 마치시고 문수보살에게 “중생들이 성도하고자 하나 근기가 모두 다르므로 이십오원통 가운데 근기에 적당한 것을 택하여 수행하면 최상의 도를 구할 수 있다”고 하자, 문수보살이 부처님을 찬탄하는 게송으로 답하였다. 이 게송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글씨는 합천 해인사 지족암에서 수행하였던 동곡일타 스님의 필적이다. 

그런데 진주 응석사 관음전 주련은 걸린 순서가 애매하다. 짐작하건대 건물을 짓기 전 글씨를 먼저 받아 놓은 것 같다. 두인(頭印)과 낙관의 순서로 보면 [반문문자성-성성무상도-차시미진불-일로열반문]이며 건물 완공 후 기둥이 여섯 개여서 [견문여환예-삼계약공화]를 추가로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련을 걸 때 [견문여환예-반문문자성-성성무상도-차시미진불-일로열반문-삼계약공화]로 순서가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는 이를 바로 잡아 소개한다.

견문(見聞)에서 견은 안근(眼根), 문은 이근(耳根)의 작용이다. 대상을 지각(知覺)하는 것으로 부처님을 보는 것이 견, 부처님 말씀을 듣는 것이 문이다. 곧 실견(實見)이요 실문(實聞)이다. 실문, 실견을 벗어난 보고 듣는 모든 것은 망상(妄想)의 작용이다. 이를 환예(幻翳)라고 하였다. 환(幻)은 실재하지 않는 환상(幻相)이다. 예(翳)는 눈이 흐리다, 침침하다는 뜻으로 예병(翳病) 또는 예안(翳眼)을 말하여 눈병 난 자가 보는 견해를 빗대었다. 환예에서 벗어나면 실상을 본다. ‘법화경’에서는 ‘실상을 보는 것이 곧 묘법’이라고 했다.

전도심(顚倒心)을 일으키면 본월(本月)은 보지 못하고, 수월(水月)을 실(實)로 여긴다. ‘능엄경’에서 “어떤 사람이 손으로 달을 가리켜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데, 만일 손가락을 달 자체로 여긴다면 그 사람은 어찌 달만 잃겠는가, 손가락도 잃는다”고 했다. 자기 마음이 부처인 줄 모르고 밖으로 쫓는 자는 모두 제 성품이 귀한 줄 모르니 어찌 대의를 얻겠는가? 듣는 성품을 돌이켜 자신의 성품을 듣는 자는 경계가 무너진 자다. 다듬이소리, 북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자는 생쥐 소리를 교향곡이라 여기는 자다. 이근이 전도(顚倒)되면 내면을 보지 못한다. 

거울 속 영상은 수중월(水中月)이다. 견지하면 숱한 불보살이 생겨나고 견월하면 불보살은 일시에 사라진다. 참고로 견월망지(見月忘指)가 아니라 견월망지(見月亡指)가 바르다. 삼세의 부처님도 일심을 요달(了達)하여 열반의 문으로 들어가심을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열반의 문은 나고 죽음을 벗어난다. 환화신(幻化身)이 허깨비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 속지 않는다. 진리의 본질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함이므로 화려한 장식품이 아니다. 이를 모르면 부처의 수레에 올라타는 것이 멀 뿐이다. 성품의 자리가 있음을 모르면 모든 부처님도 깨우침을 얻을 수 없다. 천만 성인이 모두 이로부터 나와 열반으로 들어갔음이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642호 / 2022년 7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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