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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언어 말하기, 자긍의 다문화시대 연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08.01 12:54
  • 호수 1643
  • 댓글 0

두 나라 언어‧문화 습득 천혜 환경
다문화 가정 차별 시선이 억눌러
전 세계는 지금 ‘다중언어’ 지향
‘푸른 꿈’꾸는 아이들 우리 자산 

공익법인 일일시호일이 10월 ‘날마다좋은날 제1회 전국 이중언어 말하기대회’를 개최한다.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이 한국어와 부모 나라 언어로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대회다. 국내 거주 중인 국제결혼가정 어린이들의 언어 역량 개발 및 인재육성을 위한 자리여서 의미 있다.

현재 다문화 가정의 출생아 수는 대체로 줄고 있지만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에는 5.2%였고, 2018년에는 5.5%, 2019년에는 5.9%, 2021년에는 6%였다. 다문화 학생 수도 2017년에 10만명을 넘어섰다. 가족 유형으로는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로 이뤄진 가정이 67%로 가장 많다.

다문화 가정이 갖는 최적의 환경 조건 중 하나는 아이가 외국인 부모의 언어를 직접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언어에는 그 나라의 전통과 예절, 행동양식, 사고방식 등의 문화적 가치도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한국어와 외국어 즉 이중언어를 배우며 사용한다는 건 두 나라의 문화를 습득하며 이중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언어 습득이 어휘력, 사고력, 인지능력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학업과 직업의 선택, 승진 기회 등에서 잠재적으로 유리하다는 학계의 연구조사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는 지금 ‘이중언어’를 넘어 세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다중언어(multi-lingual)’를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사회에서 이중언어 습득의 중요성이 부각된 건 불과 7년 전이다. 다문화 정책 초기에는 여성결혼이민자와 그 가족,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사회 유대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사회통합이 중심이었는데 2015년 이후 자녀의 성장주기에 따른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때 이중언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이중언어 습득 환경과 능력을 사회적 자산가치로 확보해야 한다는 학계의 여론을 정부가 수렴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다문화가족은 대부분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로 이뤄져 있다. 외국인 어머니는 한국사회의 적응을 위해 모국어보다는 한국어를 더 많이 사용해야 했다. 남편과 시댁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한국어 사용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한국어 습득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길로 안내했다. 아울러 어머니 자신이 사회‧가족 적응에 힘을 쓰다 보니 ‘첫째 아이’에 대한 이중언어 교육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둘째 아이’에 대한 이중언어 교육 추세는 점차 높아가고 있다.

여기서 하나 짚어야 할 게 있다. 한국어에 집중시킨 이유가 단순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생활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다문화가정 연구학자들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외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출신의 어머니들은 다문화 자녀라는 사실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으려 한다.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과 중학생들도 이주 부모가 ‘자랑스럽다’는 자긍심을 가지면서도 친구들에게는 굳이 알리려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다문화 자녀를 향한 차별적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단일민족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해온 우리 사회는 짧은 시간에 급속히 증가한 이주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이것은 결혼이주여성과 아이에 대한 차별로까지 이어졌다. 우리가 하루빨리 걷어내어야 할 편견들이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이중언어 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아이는 문화적으로 풍요롭게 성장할 수 있다. 좀 더 폭넓은 지식을 쌓고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자신감 충만한 아이로 성장하게 하는 데 매우 유익하게 작용한다. 

부모와 자녀 스스로 ‘어머니의 나라’가 품은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인식하고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문화가정의 부모이고 자녀임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시대를 열 수 있다. 일일시호일이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를 마련하며 “당당하게 부모나라 말로 발표하라”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외교관, 교수 등의 ‘푸름 꿈’을 꾸는 그 아이들은 분명 우리 사회의 자산이다. 

[1643호 / 2022년 8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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