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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세상

기자명 성원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22.08.01 12:55
  • 수정 2022.08.01 12:56
  • 호수 1643
  • 댓글 0

요즘 날씨를 보면 세상이 불타고 있다는 말이 정말 실감 난다.

기상예보에 비치는 유럽의 위성 사진 모습을 보노라면 ‘연소경’에서 가르치신 ‘세상이 불타고 있다’는 가르침이 더 이상 은유의 표현이 아니라 실체적 표현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부처님께서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불타고 있다고 가르치셨지만, 현재 지구 곳곳의 상황을 보면 비단 미국과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힘없이 녹아내리고 있으니 가히 불타는 세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당연할 것 같다.

환경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알고 있듯이 인류 개개인의 욕망이 결집하여 거대한 집단 탐욕의 덩어리가 되었고, 개개인의 엉클어진 감정에 의한 짜증 수준의 화가 모여서 거대한 성냄의 덩어리가 되었다. 그 탐욕과 성냄의 덩어리들이 지구를 온통 불사르고 있는 것 같다.

탐욕과 성냄보다 어리석음이 더 큰 불을 지른다는 것을 알 때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인류는 오랜 시간 종교가 지배하는 중세의 암흑기를 지나 집단 지성을 형성하며 합리적이고 세련된 과학 문명을 발현하며 현대 문명사회를 이룩해 냈다. 하지만 이러한 고도의 문명도 결국에는 개개인의 사적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작은 일인 것 같지만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에어컨 사용 시간과 설정 온도를 낮추자는 운동을 펼치지만, 국가 최고 지도층부터 추위를 느낄 정도의 오싹한 수준으로 냉방기 온도를 설정하고 있어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사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들이 하루에도 여러 잔의 음료수를 마시면서 무심히 사용하는 컵과 빨대, 때에 따라 수십 장을 아무런 느낌도 없이 사용하는 물티슈가 플라스틱이어서 엄청난 오염원이 된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현실이다. 특히 물티슈의 미세 플라스틱은 고래를 병들어 죽게 할 뿐만 아니라 미세하게 중독된 물고기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쉽게 섭취하는 사람들에게 결국은 해를 끼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연결고리를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개개인이 가진 습관화된 욕구는 잘 조절되지 않아서 무심히 지구 생태계 훼손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의 지성이 정교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모여 집단 지성을 일구어내듯이 개개인의 욕망은 우리들이 분석하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모여 거대한 집단 욕망이 되어 엄청난 모습으로 지구를 불사르고 있다. 개개인의 화가 모여 집단적 분쟁이 일어나고 나아가 전쟁이라는 모습으로 불타오르며 인류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고 있듯이 지금 인류는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우매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만 같다.

현재 사회에 일어나는 집단화된 대형 사고들을 보고 있노라면 붓다의 가르침이 더욱 간절히 다가온다. 개개인이 조금 더 귀 기울여 불타고 있는 자신의 욕구를 관찰하고 그 놀라움을 함께 나누며 불타는 마음의 불꽃을 식혀 나간다면 개인에게 스며드는 평화로운 안정감을 넘어 인류에게 닥쳐 들어오는 거대한 충돌과 환경재앙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특히 파괴하고 훼손한 환경을 복구하기 위해 또다시 엄청난 시설을 설치하는 어리석음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삼복더위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깊은 샘 깊이 담가 놓았던 수박으로도 그 차가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 뜨거운 칼국수 한 그릇의 이열치열 지혜로 오히려 더위를 무능하게 만들며 즐겼던 여름이 우리들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섭섭하다. 이제는 오히려 불타는 유럽, 불타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며 부처님의 생생한 표현으로 가르쳐주신 불타고 있는 자신의 어리석은 탐진치 삼독을 관찰하면서 더위와 사귀어보고 싶다.

어디 불타고 뜨거운 것이 여름 지구 너만이겠는가? 우매한 욕망으로 가득한 우리가 훨씬 더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지는 않을까! 열사의 더위보다 자신이 더 무섭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643호 / 2022년 8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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