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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독송 수행 최정희(수미정·54) - 하

기자명 법보

불교는 허무주의 종교라는 오해
공부 뒤 현실적 종교임 알아차려
부처님 가르침대로 실천·정진해금강경은 훌륭한 도반이자 스승

수미정·54
수미정·54

불교를 제대로 알기 전에, 나는 불교는 허무주의 종교, 염세주의자들이 찾는 종교라며 오해하고 있었다. 

‘금강경’ 사구게의 첫 번째 가르침인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모든 형상 있는 것은 허망하니 모든 형상이 본래 형상이 아닌 것을 알면 곧 진실한 모습을 보게 된다)’라는 경구만 보더라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런 오해가 더욱 들기 마련이다. 지금은 그런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불교는 허무주의나 염세주의가 아닌 그 어떤 종교보다도 현재를 강조하는 종교다. 부처님은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라”고 가르치셨다. 

가르침에 따르면, 마음에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으며 그저 여여하고 정직하게 세상을 살아가면 된다. 전에는 살면서 부딪히는 온갖 문제들에 분노하고 반발했다면, 지금은 적어도 내 눈앞에 일어나는 문제나 장애물에 당황해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순순히 받아들이고 잘 해결하기 위해 심사숙고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두 번째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 응당 머문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 가르침은 보살의 마음가짐을 뜻하는 말이다. 이 가르침은 나를 참 부끄럽게 만든다. 착한 일을 했거나 수고와 노력을 들인 일이 있으면 꼭 생색을 내는 성격에 경종을 울리는 가르침이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옴을 알아차리고, 언젠가 다스려지리라 희망하며 정진한다. 

세 번째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만약 색상으로써 나를 보려하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거나 하면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함이라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 즉 겉모양이 아니라 근본 실체를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요즘같이 온갖 일이 일어나는 시대에 특히 유념해야 할 가르침이다. 몇 년 전, 큰 사고로 손가락을 수술했는데 그 모양이 너무 싫었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음에도 한동안 손가락을 감추고 다녔다. 어느 날 ‘금강경’을 독송하다 이 구절이 머리를 친 것처럼 다가왔다. 왜곡된 마음을 그대로 비추고 있음을 알았다. 

네 번째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 모든 것은 꿈과 같고 이슬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번개와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보아라)’은 가장 명쾌한 삶의 지침이다. 어리석은 중생의 어깨를 죽비로 내리치는 것처럼 명확하다. 살면서 생겨나는 모든 문제들, 괴로움, 즐거움, 행복 등 모든 현상들은 영원하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지니, 집착하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고 수행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얼마 전 어머니가 곁을 떠나셨다. 몇 해 전부터 많이 아프셨지만, 갑자기 찾아온 커다란 슬픔이었다. 그 때 이 게송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49재 동안 매일 절에 올라가 ‘금강경’ 독송과 사경을 했고, 가족들에게도 ‘금강경’ 사경을 권했다. 중음세계에서 다음 생을 준비하는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 가족들의 ‘금강경’ 독송을 들으시고 기운 내 극락왕생하거나 건강하고 정갈한 몸으로 귀한 집에 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길 발원했다. 그러자 49재 막재 전날 오빠의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 병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 환한 모습을 보여주니, 모든 슬픔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금강경’은 나에게 훌륭한 도반이자 스승이다. 관음선원의 대중들은 매일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에는 ‘금강경’ 독송과 사경을 한다. 내가 불자인 것이, 부처님의 제자 된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그리고 이렇게 항상 ‘금강경’을 독송하는 스님과 도반들과 함께 든든하게 수행할 수 있으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살면서 마음이 힘들거나 삶의 방향성이 흔들릴 때마다 ‘금강경’ 사구게를 떠올리며 흐트러지는 마음을 붙잡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정진하며 남은 생을 살아갈 것이다.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불자로서 부처님 공덕 찬탄하며 ‘금강경’을 독송하고 사경 한 페이지에 부처님 말씀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다.

[1644호 / 2022년 8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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