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가 허허당 스님이 가을의 문턱에서 인식의 한계를 초월한 세월 밖 이야기를 펼친다.
부산 이웰갤러리 샌텀점은 9월3일부터 10월21일까지 ‘허허당-겁외풍경’ 기획초대전을 개최한다. 이웰갤러리 샌텀점 개관 1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 자리에는 허허당 스님의 초실존화 27점이 전시된다. 초실존화는 생명의 본질에 역점을 두면서도 동시에 실존의 세계를 넘어 우주의 본질을 표현한 작품이다.
허허당 스님은 지난 3년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고 다시 붓을 잡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걸었다. 걸으면서 비도 맞고 눈도 맞으며 때론 고통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풀섶과 길섶에 들려오는 온갖 생명의 소리에서 자연이 매일 새로운 깨달음을 선물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됐다. 이에 바람부는 길섶, 부슬비 오는 풀섶, 그리고 그동안 함께한 산과 강, 바다, 나무와 숲 등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함을 화폭에 담았다. 그리고 작가의 정체성이 모호한 추상화와 문명의 냄새 짙은 현대화와 차별되는 그의 생명의 세계를 표현한 작업을 ‘초실존화’라고 명명했다.
허허당 스님은 “본디 세월은 가지도 오지도 않는 것이며 안과 밖도 없다. 세월은 우리 인간세계와 상관없이 그저 가만히 있을 뿐, 우리 인간이 세월을 지나가는 것”이라며 “굳이 세월 밖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인간 중심의 세계에서 생명 중심의 세계로 나아가야 인류 사회가 좀 더 우주 만물과 더불어 영원성을 확보할 수 있기에 세월 밖에서 세월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겁외풍경을 통해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모든 생명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품고 있는 우주가 하나의 큰 생명임을 소리치고 싶었다”며 “우리 모두 인간 중심의 세계에서 생명 중심의 세계로 나아가 일체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자연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우리가 되어 지구 생명을 함께 지키자는 게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소개했다.
김경희 이웰갤러리 대표는 “사유의 길에서 만나는 고요와 떨림, 셀레임에 이어 명상의 길로 이끄는 겁외풍경은 세상 밖의 세계를 만나게 한다”며 “9월7일과 10월1일 오후 3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겁외풍경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허허당 스님은 포항 죽장면 비학산 자락의 ‘쉬며 노는 집’ 휴유암에 칩거하며 그림 그리기로 수행을 삼고 있다. 1974년 해인사에서 혜은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향곡선사 문화에서 정진했다. 1978년 남지 토굴에서 정진하던 중 붓을 잡기 시작해 1983년부터 지리산 벽송사 방장선원에서 선 수행과 함께 선화작업을 시작했다. 청정한 산속 명상에서 얻은 맑은 시와 그림으로 전하며 국내외 다양한 자리에서 대중과 만나고 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46호 / 2022년 8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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