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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보살 숨쉬는 중국 대륙을 달린다

기자명 남수연

내 차로 달리는 성지순례-제1회 중국 오대산-내몽고-북경 대장정

천년고찰-천혜의 자연 경관 속 질주

사막-초원의 별밤 체험 프로그램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던 고대 로마인들의 자부심에서는 어쩐지 오만함이 묻어난다. 지구상의 모든 문화와 부와 권력을 한 숨에 들이마시려는 거대한 야욕의 구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이야 무슨 잘못이 있으랴. 단 한번 나그네가 발끝을 돌려 돌아서 준다면 그 길은 모든 세상과 맞닿아 있는 거대한 가능성의 출발선이 되는 것 아닌가.

서력의 기원이 아직 존재하지 않던 마이너스의 역사시대부터 이미 많은 이들이 발길을 동쪽으로 돌려 로마를 떠났다. 그들은 동-서양을 가로막던 거대한 산맥을 넘어 목숨을 통행료로 요구하는 잔혹한 아름다움의 사막을 가로질렀다.

<사진설명>운강 제13굴과 본존의 교각 보살상.

한 걸음에 한 숨씩 호흡을 말리는 듯한 고원을 넘고 황토 빛 황하를 건넜다. 그들이 가고자 했던 곳은 거대한 대륙 문화의 중심 화북(華北) 지방이었다. 실크로드는 3000년 역사의 중심이며 11개 왕조의 수도였던 서안(西安. 시안)에서 끝났지만 그들이 갖고 온 서역의 문화는 이 문명 탄생의 땅을 기어코 5000년 중국 역사의 중심지로 성장시켰다.

황하의 북쪽, 그 끝자락에 휘감겨 있는 화북지방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중국 문화의 중심지다. 공자가 천하를 굽어본 태산(泰山. 타이산)은 당당하고, 춘추전국시대가 잉태한 중국 철학의 산실 제남(濟南. 지난)에는 여전히 옛 영화의 사치스러움이 남아있다. 이 곳은 시공이 멈춘 땅이기도 하다. 만리장성의 거대한 누각이 경이로운 위풍을 자랑하며 건재하고 있는가 하면 황량한 들판에서 하릴없이 스러져 가는 장성의 토막들이 아무렇지 않게 공존하고 있다.

구법승의 등에 실려 실크로드를 넘어온 불교는 이 비옥한 땅에서 중국의 불교로 거듭나 화려한 꽃을 피웠고 오대산(五臺山. 우타이산)과 운강(雲崗. 윈강)석굴에 찬란한 족적을 남겼다. 대륙을 호령한 징기스칸의 초원과 가난한 유목민의 사막이 있는가 하면 아시아의 용에서 세계의 거인으로 성장한 중국의 심장 북경(北京. 베이징)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12,000㎞에 달하는 21일간의 대륙 프로젝트 ‘제1회 실크로드 대장정’을 통해 중국이 서양과 나누었던 밀애의 역사를 횡단한 한중자동차문화교류협회(회장 현광민)가 화북지방으로 중국 문화의 속살 탐험에 나선 것은 차라리 늦은감 마저 든다.

오는 5월 31일부터 6월 14일, 6월 21일부터 7월 2일까지 두 차례 실시되는 ‘내 차로 떠나는 제1회 중국 오대산-내몽고-북경 대장정’은 우리나라의 문화관광부에 해당하는 중국국가체육총국이 공동 주최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국가체육총국이 스스로의 이름을 걸어 한국의 순례객에게 개인 차량을 이용한 대장정을 허용한 것은 순례의 바퀴가 닿는 그 어느 곳이라도 ‘자랑스러운 그들의 문화가 숨쉬고 있다’는 이 땅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인 듯 하다.

지난해 열린 실크로드 대장정이 ‘상상 밖으로의 도전’이라는 탐험의 질주였다면, 이번 여정은 중국이 축적해 온 역사·문화·종교와의 포옹이다.

춘추시대의 중심지였던 제남에서 시작되는 순례는 문수보살 성지이자 문수신앙의 중심지인 오대산과 항산의 금강석 같은 사찰들을 통해 환희심으로 다가온다. 중국 4대 석굴의 하나로 손꼽히는 운강석굴은 환희의 절정을 경이로움으로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순례의 감동은 몽골 고비사막의 황량한 아름다움과 푸른 대초원에서의 밤으로 이어지면서 순례객들을 어느새 구도자의 모습으로 바꿔버릴지도 모른다. 또한 태산에서 굽어보는 대륙의 파노라마는 피곤한 여정의 끝을 감동으로 각인시킬 것이다.

거대한 중국과의 만남에 15일간의 순례는 짧은 조우다. 그렇다고 한 숨에 날아가 뛰어들기엔 그 땅이 품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크기가 한없이 버겁다.

5000미터의 고원에서 숨을 쉬려면 한 걸음씩 걸어 오르며 스스로를 적응시켜야 하는 법. 문명의 이기가 열어 놓은 하늘 길을 마다하고 기꺼이 땅을 짚으며 가다 보면, 그리고 그 거대한 역사 속에 자신을 던져 보려한다면 그 길은 누구에게라도 기꺼이 구도의 길이 되어줄 것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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