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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마타·위빠사나, 뭐부터 해야 할까? 

기자명 일중 스님

파욱 숲속 센터에서의 고생담

위빠사나 먼저 수행한 결과
사마타 오롯이 집중 어려워
경전은 근기·성향 따라 정진 
수행순서 집착할 필요 없어

위빠사나 수행을 접한 지 7년이 지난 뒤 사마타 수행을 위해 미얀마 파욱센터를 찾았다. 3개월 동안의 우안거에 동참하려는 마음을 먹고 갔는데, 도착한 날부터 눈물을 흘렸다. 또 1달을 머무는 동안 고생을 많이 해 그곳을 나오던 날에도 비행기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수행한다고 숲속 센터에 간 스님이 눈물을 흘릴 일이 무엇일지 싶겠지만, 수행 결과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는지 여러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1997년 파욱센터에서 겪었던 찐 고생담을 조금 언급하고, 더불어 사마타 수행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은지, 위빠사나 수행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힘들었던 첫 번째는 건강상의 문제였다. 그때만 해도 여자 숙소엔 샤워실이 없어서 비좁고 작은 화장실에서 씻어야만 했다. 그리고 우기철 장마에 늘 젖어있는 시멘트 바닥을 맨발로 다니다 보니 몸에 한기가 들어 감기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또 멀쩡하던 어금니가 반으로 부러지며 지독한 치통과 안면통, 편도선염까지 앓으며 병원에 드나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니밋따(빛의 표상)를 빨리 얻고 싶은 마음에 호흡에 과도하게 집중하다 보니 열이 오르고 눈도 충혈되며 목과 가슴 주변에 땀띠가 가득 났다. 몸이 불편한 이런 문제들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정작 더 어려웠던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두 번째는 새롭게 시작하는 ‘사마타 호흡 명상법’에 강하게 저항하는 무의식적인 힘 때문이었다. 사마타 수행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스리랑카에서 왔는데도 기존에 해왔던 위빠사나 수행법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새로운 수행법을 흔연하게 수용하지 못하고 자꾸 싫어하며 밀어내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면서 ‘떠나자’고 부추기는 마음과 ‘더 참으면서 수행해보자’는 마음 사이에서 끝없이 뒤채는 번뇌 때문에 공부는 뒷전으로 밀리는 등 심리적 방황은 계속됐다. 

세 번째 이유는 위빠사나 수행을 먼저 익힌 덕분에 마음챙김(Sati)이 아주 빠르고 기민하게 작동한다는 점이었다. 위빠사나 수행할 때는 당연히 좋지만, 한 대상에 마음을 오롯이 집중하는 사마타 수행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됐다. 통증이나 불편함 등 몸의 현상들이 일어날 때와 부정적인 생각들이 일어날 때, 사마타 수행자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집중 대상에 끈기 있게 머물러야만 한다. 그런데 위빠사나를 먼저 익히고 심도 있게 수행해왔던 필자는 어떤 대상이 일어날 때마다 민첩하게 달려가 그것을 알아차리며 관찰하곤 했다. 그러니 사마타 수행에서 요구하는 순일한 집중력이 자주 깨지며 니밋따가 확고하게 붙질 않았다. 아마 위빠사나를 먼저 익혔기 때문에 오는 어려움이 아닌가도 싶었다.     

그럼 사마타 수행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위빠사나 수행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을까? ‘앙굿따라 니까야’의 ‘쌍 경(A4:170)’은 네 부류의 아라한들을 언급하면서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의 순서에 대해 설명한다.

△첫째, 사마타를 먼저 닦고 위빠사나를 닦아 아라한이 되는 경우 △둘째, 위빠사나를 먼저 닦고 사마타를 닦아 아라한이 되는 경우 △셋째, 사마타 위빠사나를 함께 닦아 아라한이 되는 경우 △넷째, 사마타 없이 위빠사나 수행만으로 아라한이 되는 경우이다. 
 즉 아라한이 된 분들은 네 가지 중 어느 한 가지 경우에 속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붓다 당시의 제자들도 근기와 성향에 따라 사마타를 먼저 닦거나, 위빠사나를 먼저 닦았다. 또는 사마타 위빠사나를 쌍으로 닦거나 위빠사나만 닦아서 아라한 과위를 얻었다는 것을 경전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 사마타를 먼저 닦고 위빠사나 수행을 닦는 것이 계정혜 삼학의 수행체계에 어울리는 정석이지만,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의 순서에 그리 집착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진중하게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할 뿐!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47호 / 2022년 9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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