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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경남 합천 해인사 명안각

기자명 법상 스님

모든 경계 법으로 연결하는 수행자 안목

해인사 도량 정토세계 빗대 노래
도량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수행자 상황도 찬탄·퇴보로 갈려
연등은 무명깨고 광명같은 지혜

 경남 합천 해인사 명안각.
 경남 합천 해인사 명안각.

七重寶樹圍金界 一點閒燈伴白雲
칠중보수위금계 일점한등반백운
簇簇法雲生片刹 霏霏花雨散諸峰
족족법운생편찰 비비화우산제봉
(금계(金界)는 일곱 겹의 보배나무가 둘러있고/ 등(燈)마다 한가로이 흰 구름과 짝하고/ 뭉게뭉게 법운(法雲)은 조각마다 찰토(刹土)요,/ 모든 봉우리마다 꽃비 흩날리네.)

경남 합천 해인사 주련에는 칠중보수위금계(七重寶樹圍金界)로 시작하는 주련이 명안각(明眼閣), 심검당(尋劍堂) 두 곳에나 있다. 명안각의 주련은 독창적이지 못하고 앞의 두 구절은 다른 시문에서 차용을 하였다. 그러나 전반적인 내용은 해인사 도량을 정토 세계에 빗대어 노래하고 있으므로 도량찬(道場讚)이라고 할 수 있다. 토신(土神), 지신(地神)은 다름이 아니라 수행자가 도량을 대하는 마음이다. 수행자가 도량을 찬탄하면 공부가 진일보하고 반대로 도량에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 마음이 들떠서 공부가 퇴보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디가 수행의 명당일까? 해인사 장경각에 걸린 주련에 보면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時)라고 하여 지금 네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라고 하였다.

금계(金界)는 불지(佛地), 불사(佛寺)를 말한다. 여기서는 해인사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아미타경(阿彌陀經)’ 가운데 보수지연분(寶樹池蓮分)에 보면 “극락 국토에는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으로 보배 그물과 일곱 줄로 줄지어 선 가로수가 있는데 모두 네 가지 보물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그 나라를 극락 국토라고 이름한다(極樂國土 七重欄楯 七重羅網 七重行樹 皆是四寶 周帀圍繞 是故彼國 名曰極樂)”라고 하였다.

여기서 불자는 칠중(七重)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불자가 깨달음에 이르고자 한다면 지혜로써 참과 거짓을 분별하여 알아차리는 일곱 가지가 있는데 이를 칠각지(七覺支) 또는 칠각분(七覺分)이라고 한다. ‘칠중’은 칠각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극락세계가 일곱 겹의 보배나무로 둘러싸여 있듯이 법보도량 해인사도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여 있음을 칠중행수(七重行樹)에 비유하였다.

일점(一點)은 연등(燃燈) 하나하나를 나타내었으며 그 개개의 연등이 흰 구름과 짝하고 있다고 하였음은 무심의 경지를 드러낸 것이다. 연등(燃燈)은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의례의 하나로 무명의 어두움을 깨트리는 광명과 같은 지혜를 비유한다. 따라서 연등은 어둠을 깨트리지만, 상(相)을 내세우지 아니하고 흰 구름이 오고 감에 무애(無碍)하므로 연등과 흰 구름을 대비하여 나타내었다. 

족족(簇簇)에서 족(簇)은 ‘모이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따라서 족족(簇簇)이라는 표현을 구름과 빗대어 본다면 ‘뭉개 뭉개’라고 보면 된다. 푸른 하늘에 일어나는 구름을 보고 수행자의 안목에서 이를 법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고 여겨 법운(法雲)이라고 하였다. 편(片)은 조각을 나타내어 구름 조각을 나타내고 찰(刹)은 찰토(刹土)를 뜻하여 불국토를 뜻한다. 까닭에 구름 조각마다 모두 불국토라고 노래하고 있다. 여기에서 요점은 법운(法雲)이다. 구름이 비를 머금고 있다가 비를 내리면 모든 초목이 윤택하게 되듯이 불법의 구름도 그러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비비(霏霏)는 부슬부슬 내리는 눈이나 비를 뜻한다. 화우(花雨)는 비가 오듯이 흩어져 날리는 꽃잎을 말한다. 그러므로 화우(花雨)를 뒷받침하여 동적(動的)으로 묘사하기 위하여 비비(霏霏)라는 표현을 보태었다. 꽃비가 온산에 흩날린다는 표현과 앞서 연등이 점점이 이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볼 때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는 시기에 지은 시처럼 보인다. 수행자가 모든 경계를 법으로 연결하여 보는 안목이 있다면 곳곳이 부처님 계시는 도량이 되는 것이다. 60권 ‘화엄경’에 보면 “부처님 국토 곳곳 가운데 열반에 드는 것을 나타낸다(處處佛剎中 示現般涅槃)”라고 하신 말씀도 이와 같은 뜻이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649호 / 2022년 9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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